'상태 악화 보고, 얼차려 강행' 주장, 경찰 "보고한 사람 없어"
경찰 "규정 위반 군기훈련, 쓰러질 때까지 상태 이상 보고 없어"
규정 어긴 얼차려 강행은 사실,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 적용 검토
얼차려 지시 중대장 살인죄 고발, 신상공개 등 파장
입대한 지 열흘 된 훈련병이 얼차려를 받다 숨진 사건과 관련해 당시 동료 훈련병들의 고인의 상태가 좋지 않다며 지휘관에게 보고했으나 얼차려를 강행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경찰은 규정을 지키지 않은 군기훈련을 지시한 점에 대해서는 혐의가 있다고 보고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으며 병원 이송 과정 등에 대한 문제가 없었는지 여부도 조사 중이다.
'지휘관 보고에도 얼차려 강행' 주장에 경찰 "보고한 사람 없어"
3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강원경찰청은 지난달 29일 동료 훈련병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진행한 결과 당시 얼차려 과정에서 고인의 상태가 좋지 않다며 지휘관에게 보고한 진술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을 목격했던 이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 과정에서도 이 같은 진술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훈련병 5명을 (참고인) 조사했는데 규정을 위반한 군기훈련을 받기는 했지만 훈련 중에 (고인이) 쓰러질 때까지 상태가 좋지 않다고 보고한 사람이 없다"고 설명했다.
군 당국이 이첩한 조사 기록과 당시 훈련 과정 등이 일부 담긴 폐쇄회로(CC)TV 등을 토대로 확인한 결과 숨진 훈련병이 쓰러지기 전까지 동료 훈련병들이 지휘관에게 보고하는 모습도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당시 지휘관인 중대장 등은 동료 훈련병들이 고인의 상태가 좋지 않다는 보고를 무시하고 얼차려를 강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가혹행위로 인한 사망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다만 경찰은 중대장 등 지휘관이 규정을 어겨 완전군장으로 구보를 지시한 점은 사실로 보고 업무상 과실치사와 직권남용가혹행위 혐의 적용 여부를 검토 중으로 조만간 이들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다.
숨진 훈련병은 지난달 23일 오후 5시 20분쯤 강원 인제에 위치한 12사단 신병교육대에서 동료 훈련병 5명과 완전군장으로 군기훈련을 받다 쓰러졌다.
이들은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을 도는 군기훈련을 받았는데 당시 지휘관이 규정상 걷기만 시킬 수 있음에도 구보를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의관으로부터 체온을 낮추기 위한 수액 투여 등 응급처치를 받은 뒤 속초의료원으로 이송됐지만 상태가 악화돼 강릉아산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이틀 만인 지난달 25일 숨졌다.
당시 고인은 40도가 넘는 고열 증세와 혈중 산소량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쇼크를 일으킨 것으로 알려졌으며 '횡문근융해증'으로 의심되는 증상을 보였다는 군 소식통의 발언이 나왔다.
해당 증상은 무리한 운동과 과도한 체온 상승 등으로 근육이 손상돼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훈련병 사망, 남성혐오 결과" 지적에 중대장 살인죄 고발, 신상공개도
이번 사건과 관련해 '남성 혐오'가 원인이라는 주장과 함께 신상공개 요구에 살인죄 고발까지 더해지고 있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은 지난 2일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철저한 상명하복의 군대에서 '극렬페미의 남혐(남성혐오)'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이번 훈련병 사건이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사건은 '고문치사'다. 페미니즘, 한국사회 '이상한' 성역"이라며 "만일 이 사건에서 대한민국 군대도 페미니즘을 성역화하면 끝. 군대의 영을 제대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철저하게 벌하고 바로잡아야 할 사건"이라고 덧붙였다.
얼차려를 지시한 중대장에 대한 신상공개는 물론 살인죄로 처벌해야한다는 고발장도 접수됐다. 이기인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지난 2일 SNS를 통해 "군폭 가해자가 심리상담 받는 나라. 대한민국 장병들을 소모품 취급하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고 주장했다.
"전근대적이었던 90년대 군에서도 막 입소한 훈련병에게 이토록 가혹한 고문을 가하진 않았다"며 "40㎏ 완전군장에 선착순 뺑뺑이라니 이건 훈련이 아닌 명백한 고문이다. 그리고 과실치사가 아니라 고문치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군 당국에 촉구한다. OO사단 OO부대 모 대위를 속히 검토하여 피의자로 전환하라"며 "당장 얼토당토않는 심리상담을 멈추고 구속수사해 사건의 진상을 면밀하게 파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대집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달 31일 대검찰청에 육군 12사단 신병교육대 중대장을 형법상 살인죄와 직무유기죄, 군형법상 가혹행위죄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최 전 회장은 고발장에서 "중대장은 대학에서 인체의 해부학, 생리학, 스포츠의학, 운동생리학 등을 전공한 만큼 신체에 대한 지식과 군 간부로서의 경험을 지니고 있었다"며 "완전군장 상태에서 구보와 팔굽혀펴기, 선착순 달리기 등이 군기 훈련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알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고 당일 기온 등 날씨 환경을 고려하면 과도한 군기 훈련의 강요는 사람을 충분히 사망에 이르게 할 수 있다는 점을 확정적으로 또는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통상적인 업무 수행 중 의도치 않은 과실에 의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 아니라 죽음에 이를 수 있음을 미리 확정적 내지 미필적으로 인식하고 행위를 강요한 것임으로 살인의 의도를 지니고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살인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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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CBS 구본호 기자 bon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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