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 “췌장암 세포 분석, ‘기본형’은 치료 반응 좋아”
난치암 중 하나인 췌장암이 전이하는 방식과 특성을 규명한 국내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나왔다. 췌장암 세부 유형에는 ‘기본형(Classical)’과 ‘기저형(Basal-like)’ 등이 있는데, 악성도 높은 기저형 세포가 없는 기본형 환자의 경우엔 치료 반응도 잘 나타나 생존 기간이 길었다.
삼성서울병원은 3일 “이종균·박주경 소화기내과 교수, 이민우 영상의학과 교수, 김혜민 메타지놈센터 연구원과 이세민 UNIST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 정형오 박사 연구팀이 췌장암의 단일 세포 전사체(한 세포에 존재하는 모든 RNA 분자의 총합) 데이터 분석 결과를 국제학술지 ‘분자암(Molecular Cancer)’ 최신호에 발표했다”고 밝혔다. 췌장암 세포가 빨리 자라고 전이가 잘 발생하는 이유, 치료가 잘 듣지 않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과정 등을 분자 수준에서 살핀 것이다.
이번 연구에는 췌장암 3기 환자 6명, 4기 환자 15명 등 총 21명의 환자가 참여했다. 4기 환자 15명 중 13명은 간으로, 2명은 간이 아닌 뼈나 림프절로 전이됐다. 평균 나이는 61세로, 13명(62%)이 여성이었다. 이들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9.7개월로 조사됐다.
연구팀의 데이터 분석 결과, 췌장암 세부 유형 중 기본형과 기저형 모두 상피-중간엽전이(EMT)가 활성화돼 암세포가 전이됐다. 암세포의 빠른 성장·전이를 촉진하는 유전자 가운데 ETV1은 기본형에서, KRAS 유전자는 기저형에서 더 자주 관찰됐다.
췌장암 환자 생존율을 단축시키는 데도 기저형이 암 조직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결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기저형 세포 비율이 22%만 돼도 치료 경과가 훨씬 더 나빠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본형 56%, 기저형 36%였던 환자는 항암제 투여에도 별다른 차도 없이 5.3개월 때 사망했다. 반면 기저형 없는 기본형 환자는 치료 반응이 좋아 45.6개월간 추적 관찰이 진행됐고, 연구가 끝나는 시점에도 생존해 있었다.
췌장암 진화 과정에선 체내 면역이 억제되는 환경이 조성됐다. 인접 장기인 간에 전이되면 면역 억제 특성을 가진 염증 세포 집단이 다른 부위보다 많아졌다. 전이 시 면역세포들이 억제돼 암세포를 효과적으로 공격하지 못하게 하고, 이로 인해 암의 성장을 촉진하는 것이다. 췌장암 세포에서 기저형 비율이 높을수록 면역 억제 환경이 더 강하게 형성됐다.
삼성서울병원 박주경 교수는 “분자 수준에서 췌장암을 보다 정확히 이해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새로운 치료 전략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난치암이라고 지레 포기하는 환자들이 없도록 돌파구를 찾기 위해 멈추지 않고 연구를 이어가겠다”고 했다.
UNIST 정형오 박사는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 기술은 질병 발생·진화, 치료 반응성과 관련된 다양한 인자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안할 수 있다”면서 “종양 내 이질성과 종양 미세환경을 정밀하게 파악하는 데 필수적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NRF) 지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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