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金’도 끝내 웃지 못했던 한화···또 한 명의 ‘金’, 김경문이라면 다른 결말을 낼 수 있을까

윤은용 기자 2024. 6. 3.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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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문 한화 이글스 신임 감독. 연합뉴스



김응용 감독과 김성근 감독. 그리고 김인식 감독. 흔히 말하는 한국프로야구의 ‘3김’이다. 이들이 한국프로야구사에 써내려간 업적들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3명이 만들어낸 한국시리즈 우승 횟수만 무려 15회에 달한다.

이들 3명의 김씨 감독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프로야구에서 마지막 감독 생활을 보낸 곳이 ‘한화’라는 점이다.

OB-두산 감독을 거쳐 2004년부터 2009년 시즌 후 물러날 때까지 한화 감독을 맡았던 김인식 감독은 류현진이라는 보물을 발견해내 한국야구에 큰 선물을 선사했고, 포스트시즌에도 2005년부터 2007년까지 3년 연속 진출하는 등 성과도 냈다. 하지만 2008~2009년의 마지막 2년은 좋지 못했다. 결국 2009년 46승84패로 최하위에 그쳤고, 쓸쓸히 유니폼을 벗었다. 지나친 베테랑 위주의 기용으로 인해 팀의 뎁스가 무너졌고, 이로 인해 한화 암흑기의 서막을 올렸다는 비판 또한 존재한다.

김응용 감독도 한화에서 썩 좋지 못했다. 해태(현 KIA)에서만 9번, 그리고 삼성에서 1번을 더해 총 10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빛나는 한국프로야구 최고의 명장인 김응용 감독은 2012년 10월 한화 감독으로 부임한 뒤 2013~2014년 2년간 한화를 이끌었다. 이 시기는 한화가 본격적으로 막대한 돈을 투자해 대형 자유계약선수(FA)들을 영입하기 시작한 때와도 겹친다.

한화 감독 시절 김응용 감독(왼쪽)과 김성근 감독(가운데), 김인식 감독. 연합뉴스·경향신문 DB



하지만 김응용 감독도 한화를 끝내 구원하지는 못했다. 김응용 감독의 2년간 한화는 리그 최하위를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김응용 감독도 감독 생활의 마지막을 불명예스럽게 장식했다.

이후에도 좀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던 한화는 2014년 시즌 후 SK(현 SSG) 왕조를 건설한 김성근 감독을 사령탑에 앉히며 다시 한 번 부활을 도모했다. 부임 직후부터 수많은 관심을 받았고, 한화는 순식간에 화제의 팀으로 올라섰다.

그러나 김성근 감독도 실패했다. 2015년부터 2017년 중도에 물러날때까지 단 한 번도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적이 없었다. 시즌 초반에는 반짝하다가도 추락하기가 다반사였다. 성적이 나지 않자 여러 좋지 않은 소문들이 나돌기 시작했다. 결국 김성근 감독도 한화 감독에서 안 좋은 모습으로 내려왔고, 이후 더 이상 프로야구 감독을 하지 않았다.

이처럼 프로야구 역사를 대표하는 ‘3김’이 모두 실패한 곳에서, 또 한 명의 ‘김씨’ 감독이 도전장을 내밀었다. 또 한 명의 명장인 김경문 감독이다. 한화는 지난 2일 김경문 감독과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26년까지로, 조건은 계약금 5억원과 연봉 15억원 등 3년 총액 20억원이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 이후 구단 레전드인 한용덕 감독과 외국인 사령탑인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그리고 육성에 장점이 있는 최원호 감독을 차례대로 선임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계약기간을 다 못 채우고 떠났다.

결국 김경문 감독의 선임은, 한화가 다시 한 번 ‘명장’의 지도력을 믿어보기로 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경문 감독도 앞선 ‘3김’처럼 올드스쿨에 가까운 스타일이다. 요즘 선수들과는 다소 맞지 않는 스타일일 수 있다. 이런 리스크가 있음에도 한화가 김경문 감독을 선택한 것은 결국 단 하나, 성적이다. 실제로 김경문 감독은 두산과 NC, 두 팀에서 풍부한 포스트시즌 경험을 갖고 있고, 우승은 못했으나 한국시리즈 경험 또한 많다. 장기 레이스, 단기 레이스 운영에 모두 능한 몇 안되는 지도자다.

김경문 감독이 ‘3김’ 때와 비교해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의 한화는 외부 영입과 육성의 조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상태라는 것이다. 외부 영입자원인 안치홍과 채은성이 타선의 중심을 든든하게 잡아주고 있고, 여기에 노시환, 문동주, 황준서 같은 내부 육성 자원들이 가세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온 ‘국보급 투수’ 류현진의 존재도 든든하다. 한화가 자신 있게 ‘리빌딩은 끝났다’고 말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번 시즌 출발이 좋았다가 다시 최하위까지 떨어지며 결국 최원호 감독을 경질한 한화는 최근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아직 시즌은 많이 남았고, 한화가 5강 싸움에 참전할 여지도 충분하다. 김경문 감독은 ‘3김’과는 다른 결말을 낼 수 있을까. 한화 팬들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국가대표팀 감독 시절의 김경문 감독. 연합뉴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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