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인 위한 당헌’ 민주 정당 아니다[포럼]

2024. 6. 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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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당헌·당규를 개정하려고 한다.

그 내용을 보면, '당권·대권 1년 전 분리' 원칙에 예외를 두고, 당론을 위배할 경우 공천에 불이익을 주며, 부정부패 연루자에 대한 자동 직무 정지 규정을 폐지하는 것이다.

즉, 만에 하나 그런 국가 비상 상황이 초래됐다 하더라도, 당시의 당 대표 말고 다른 대선 후보를 선출하면 되는데, 굳이 당헌·당규를 고치겠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특정 대선 후보가 반드시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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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

더불어민주당이 당헌·당규를 개정하려고 한다. 그 내용을 보면, ‘당권·대권 1년 전 분리’ 원칙에 예외를 두고, 당론을 위배할 경우 공천에 불이익을 주며, 부정부패 연루자에 대한 자동 직무 정지 규정을 폐지하는 것이다.

민주당 당헌당규개정태스크포스(TF)는 당헌 개정 필요성과 관련해 ‘대통령 궐위 등 국가 비상 상황 발생 시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의 상황을 예로 들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당시 민주당 대표였다면 대선에 출마하지 못했을 수도 있었으니, 이런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겠다고 설명한다. 공당이 당헌 당규를 개정하면서, ‘국가 비상상황’을 대비한다고 ‘설명’하는 것은, 공당의 의무와 역할을 방기하겠다는 선언과 다름없다. 공당이라면, 그런 상황이 오지 않게 해야지, 국가 비상 상황을 전제로 당헌 당규를 고치면 곤란하다는 말이다.

또한, 이런 설명은 결국 특정인이 반드시 대통령이 돼야 하니까, 그런 상황에 대비하겠다는 식으로 들린다. 즉, 만에 하나 그런 국가 비상 상황이 초래됐다 하더라도, 당시의 당 대표 말고 다른 대선 후보를 선출하면 되는데, 굳이 당헌·당규를 고치겠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면 특정 대선 후보가 반드시 대표를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이는 민주당이 공당(公黨)이 아니라 사당(私黨)임을 스스로 선언한 셈이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민주당 TF는 현행 규정을 손봐야 하는 또 다른 이유로 ‘대표직 사퇴 시한과 전국 단위 선거 일정이 맞물릴 경우 당내 혼선’ 등을 드는데 이것도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이번에 새로 뽑힐 당 대표는 임기가 2026년 8월까지다. 대선이 2027년 3월이니까, 현행 규정대로면 당 대표로 뽑힌 인물이 대선에 출마하려면 2026년 3월 이전에 대표직을 사퇴해야 한다. 그런데 지방선거는그해 6월에 있다. 결국 민주당의 ‘설명’은, 새로 뽑힌 당 대표는 반드시 대선에 출마하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것 같다. 하지만 대선에 출마할 생각이 없는 인물을 당 대표로 선출한다면 그 문제는 간단히 해소된다.

또한, 대선에 출마하려는 인물이 당 대표에 선출된다면, 그냥 2026년 3월 훨씬 이전에 그만둬 선거 혼란을 최소화하면 된다. 그런데도 이런 식으로 개정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결국 신임 당 대표는 대선에도 출마하고, 지방선거 공천도 지휘해야 한다는 것을 당연시하고 있음을 어렵잖게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부정부패에 연루돼 기소된 자의 직무를 자동 정지하는 당헌 규정을 없애려는 것도 문제다. 이는 문재인 당 대표 시절, 부정부패 척결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2015년에 신설한 규정이다. 그런데 이를 없애겠다는 것은 부정부패 척결 의지가 없어졌다는 것인지, 문 전 대통령의 흔적을 없애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이에 대해 민주당 TF는 “윤석열 검찰 독재하에서 억울하게 수사 받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라고 한다. 이는 공당이 제도에 대한 신뢰를 파괴하며 특정인 위주로 당헌을 개정하려 한다는 비난을 들을 여지를 제공한다.

종합적으로 보면, 당헌·당규 개정은 결국 특정인을 위한 것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특정인에 의한, 특정인을 위한 정당’이 민주당이라면, 민주당은 더는 공당이라고 볼 수 없다.

신율 명지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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