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저동항과 모시개[이기봉의 우리땅이야기]

2024. 6. 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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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풍경을 담고 있는 섬 울릉도행 여객선이 들고나는 항구 2개 중의 하나가 저동항이다.

원래 울릉도 주민들은 이 지역을 모시개라고 불렀고, 세 개의 마을로 나뉘어 있었다.

필자가 울릉도 지명 조사차 갔던 2010년에도 저동항의 안쪽에서는 큰모시개, 중간모시개, 작은모시개 세 마을의 이름을 새겨놓은 돌푯말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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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인 풍경을 담고 있는 섬 울릉도행 여객선이 들고나는 항구 2개 중의 하나가 저동항이다. 원래 울릉도 주민들은 이 지역을 모시개라고 불렀고, 세 개의 마을로 나뉘어 있었다. 필자가 울릉도 지명 조사차 갔던 2010년에도 저동항의 안쪽에서는 큰모시개, 중간모시개, 작은모시개 세 마을의 이름을 새겨놓은 돌푯말을 볼 수 있었다.

모시개에서 ‘개’는 물가를 뜻하는 우리말로 강가나 바닷가의 나루 이름에 흔하게 쓰였고, 하천을 가리키는 이름으로도 불렸다. ‘모시’에 대해서는 두 가지 설이 있다. 옛날에 곱고 흰 모시로 짠 여름옷은 부자의 상징이었는데, 울릉도 개척 당시 냇가에 모시풀이 많아서 하천(지금의 도동천)과 마을의 이름을 모시개로 불렀다는 설이 하나다. 다음으로, 동래폭포 밑의 못이 내를 이뤄 하천과 마을의 이름을 못개라 부르던 것이 모시개로 바뀌었다는 설이 또 하나다. 지명 정리 업무를 20년 넘게 해본 필자의 감으로는 두 번째 설이 맞는 것 같지만, 자료를 더 확보하지 않는 한 증명할 길은 없다.

1882년 고종의 명을 받은 울릉도검찰사 이규원(1833∼1901)은 4월 30일부터 5월 11일까지 12일 동안 울릉도를 철저하게 조사한 후 보고서를 올렸다. 여기에 들어 있던 지도 두 장 중 ‘울릉도외도’에 모시개가 한자 苧(모시 저)와 浦(개 포)의 뜻을 빌려 苧浦(저포)로 기록됐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는 浦 대신 洞(동)으로 한자가 바뀌어 苧洞(저동)으로 나오며, 이후 모시개와 저동이 동시에 사용되다가 지금은 저동이 대세를 이뤘다. 모시개뿐 아니라 댓섬(竹島), 사구내미(杏南), 가문작지(玄圃), 대방우(竹巖) 등 표기된 한자의 소리로 읽고 부르면서 사라져 간 울릉도의 우리말 지명이 부지기수다. 하나는 한자의 뜻, 또 하나는 한자의 소리를 빌려 石島(석도)와 獨島(독도)로 다르게 표기한 우리말 지명 ‘독섬’도 그중의 하나다.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부르던 ‘독섬’을 문헌으로 증명해야 하는 작금의 상황이 슬프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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