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100년 되살아난 카프카[오후여담]

2024. 6. 3.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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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전 오늘, 1924년 6월 3일 '변신'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가 세상을 떠났다.

카프카 100주기를 맞아 전 세계에서 카프카 열풍이다.

1883년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난 카프카는 평생 삶에 뿌리내리지 못한 이방인이었다.

카프카 작품은 1930년대 영어와 프랑스어로 번역되면서 세계로 퍼져 나갔고, 제2차 세계대전 후 인간 진보에 대한 회의와 불신 속에 강력히 호명되며 가장 중요한 현대소설 리스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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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미 논설위원

100년 전 오늘, 1924년 6월 3일 ‘변신’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가 세상을 떠났다. 체코 신문 ‘나로드니 리스트’에 이런 부고가 실렸다. ‘그의 작품은 인간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몰이해, 죄없이 저지른 잘못 등으로 인해 야기된 끔찍한 전율을 묘사하고 있다. 그는 다른 사람들은 듣지 못하고, 그래서 자신들이 안전하다고 믿는 곳에서조차 어떤 소리를 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섬세한 양심을 가진 예술가요 인간이었다.’

카프카 100주기를 맞아 전 세계에서 카프카 열풍이다. 프라하에선 카프카 페스티벌이 진행되고, 오스트리아 ORF 방송사에선 카프카 드라마를 만들었다. 국내에선 카프카 책들이 쏟아지고 있다.

1883년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난 카프카는 평생 삶에 뿌리내리지 못한 이방인이었다. 그의 꽤 복잡한 정체성 때문이었다. 프라하에서 태어났지만, 독일어가 모국어였고, 유대인이었으나 유대교 신앙이 없었다. 가업을 이으라는 강압적인 아버지와는 평생 불화했다. 하지만 이런 한계는 오히려 그를 창작으로 몰아넣어 세상의 부조리와 불안, 고독을 통찰하게 했다. 그래서 카프카 월드의 주인공은 자고 일어나면 벌레가 되고(변신), 이유 없이 기소당하고(심판), 결코 목적지에 이르지 못했다(성).

이 같은 작품 세계 때문에 그는 불안하고 내성적 외톨이로 알려졌지만, 때론 매우 사교적이고 유머러스했다. 국내 첫 출간 된 시화집에서 보듯 뛰어난 시인이었고 화가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는 오랫동안 노동자재해보험공사에 다닌 직장인으로 낮에는 일하고 밤에 소설을 쓴 N잡러였다. 하지만 “내 존재는 문학을 향해 있다”는 평소 말처럼 그의 진짜 세계는 소설이었다.

카프카 작품은 1930년대 영어와 프랑스어로 번역되면서 세계로 퍼져 나갔고, 제2차 세계대전 후 인간 진보에 대한 회의와 불신 속에 강력히 호명되며 가장 중요한 현대소설 리스트가 됐다. 한국에서는 1950년 대 ‘변신’이 처음 번역된 후 1960년대 정치 상황과 산업화 등과 얽혀 명실상부한 고전이 됐다. 카프카 사후 100년, 지금이야말로 카프카를 다시 읽을 때이다. 위태로운 민주주의, 인공지능(AI) 등으로 기존 삶의 토대가 전복되고 삶의 시계가 흐려져 모두가 불안과 고독을 말하는 시대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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