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이 그리움 해소해줄 '원더랜드'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아이즈 ize 정유미(칼럼니스트)
사람들이 SF 영화를 좋아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 하나는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영상으로 구현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과학과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상력의 산물이던 영화 속 기술이 현실에서 실현될 때마다 영화는 미래 예측가 같은 역할을 했다. 지난달에는 실시간 대화가 가능한 새로운 AI모델 'GPT-4o'이 공개되면서 영화 'Her'(2014)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가 현실이 됐다.
지난 5일 개봉하는 한국 SF 영화 '원더랜드'에도 보는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인공지능(AI) 기술이 등장한다. 죽은 사람을 인공지능으로 복원해 영상 통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영화에서 '원더랜드'라고 부르는 이 서비스를 신청하면 세상을 떠난 가족, 의식을 잃고 병상에 누워 있는 연인과 언제든 영상 통화로 만날 수 있다. 부모님이나 가족, 추억하고 싶은 이들을 생전 모습 그대로 만날 수 있고, 실시간 대화를 나눌 수 있다면 한 번쯤은 '원더랜드' 서비스를 체험해 보고 싶을 정도다.
'원더랜드' 서비스를 이용해 보고픈 관객을 대신해 영화 속 인물들이 대리 체험에 나선다. 죽음을 앞둔 싱글맘 바이리(탕웨이)는 어린 딸을 위해 '원더랜드' 서비스를 신청하고, 스튜어디스 정인(수지)은 남자친구 태주(박보검)를 우주인으로 설정해 함께했던 행복한 일상을 이어간다. 여기에 사고로 손자(탕준상)를 잃은 할머니(성병숙), 죽음 이후에 '원더랜드'에서 두 번째 삶을 준비하는 용식(최무성)의 사연이 더해져 AI 기술이 앞으로 우리의 삶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흥미롭게 지켜보게 한다.
영화는 '원더랜드' 서비스가 상징하는 AI와 인간의 관계를 여러 인물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풀어낸다. 딸에게 맞춤한 AI휴먼이 된 바이리의 원더랜드 생활을 보여주면서, 엄마의 죽음을 알지 못하는 어린 손녀의 상황이 탐탁지 않은 바이리의 엄마(니나 파우) 캐릭터를 주요하게 배치한다. AI휴먼 남자 친구와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정인은 의식불명이던 '현실 남친' 태주가 깨어나면서 심경이 복잡해진다. '원더랜드' 이용자뿐 아니라 운영자들도 중심 캐릭터로 등장한다. '원더랜드' 직원으로 이용자들의 편의를 물심양면 돕는 플래너 해리(정유미)와 현수(최우식), AI 직원 성준(공유)의 활약은 AI 시대의 긍정적 일면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 '원더랜드'는 김태용 감독의 감성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작품이다. 데뷔작 '여고괴담 두번째 이야기'(1999), '가족의 탄생'(2006), '만추'(2011)에 이은 네 번째 장편 영화로 전작들에 이어 등장인물의 세밀한 감정 묘사와 감성적인 연출력이 빛을 발한다. '만추' 이후 13년 만의 상업 영화 복귀작, 중견 감독의 SF 장르 도전이라는 수식어를 붙이지 않아도 '원더랜드'는 김태용 감독이 한결같이 보여준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과 위로, 긍정을 다시금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원더랜드'가 SF 드라마 '블랙미러'나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를 따랐다면 AI기술의 폐해나 부작용을 부각해서 보여줬을 것이다. 김태용 감독은 SF 장르를 앞세우는 대신에 가족 영화 안에 SF 요소가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방식을 택했다. 한국 SF 영화의 성장을 조금이라도 과시하기 위해 현란한 특수효과를 남발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먼저이고, 그 다음에 영화 기술이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한다. '원더랜드'가 공허한 SF에 그치지 않고 설득력 있는 SF로 다가오는 가장 큰 이유다.
스타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는 초호화 캐스팅 영화로 봐도 '원더랜드'는 만족스럽다. '역대급'캐스팅을 자랑하는 영화들이 주로 옴니버스 형식에 스타들의 얼굴 내밀기 수준에 그쳤다면, '원더랜드'는 스타 배우들이 보여주는 연기의 정수를 아쉬움 없이 감상할 수 있다. 노래와 춤까지! 탕웨이, 수지, 박보검, 정유미, 최우식, 공유의 각기 다른 개성과 고유의 연기를 보면서 이들이 왜 스타 자리에 올라와 있는지를 저절로 실감하게 된다. 이 외에도 홍콩 영화 '크로싱 헤네시'(2010)에서 탕웨이와 호흡을 맞췄던 홍콩 연기파 배우 바오치징(니나 파우), 중견 배우 성병숙의 절절한 연기와 웃음을 주는 최무성의 감초 연기가 '원더랜드'를 더욱 다채롭게 만들었다.
영화 '원더랜드'에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바이리의 가족과 연인 사이인 정인과 태주의 이야기에 비해 극 중에서 자신을 '원더랜드의 산증인'이라고 밝히는 해리의 사연이 덜 다뤄져 조연으로 물러난 감이 없지 않다. 코로나 팬데믹 영향을 받은 탓에 개봉 시기가 3년 늦춰져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AI 시대에 소재의 신선도가 조금 떨어져 보이기도 한다. 그럼에도 '원더랜드'는 SF 감성 로맨스에 그치지 않고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한국 SF 영화의 방향성부터 힐링과 공감을 주는 가족 영화의 확장, 감정 교류가 가능한 AI 기술의 실현 가능성까지. 눈여겨 볼 만한 대목이 많은 '원더랜드'에 접속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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