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 바꾼다" 의도적 '언플' 그날부터, LG가 미쳤다…10G 9승, 선발승 8승

신원철 기자 2024. 6. 3.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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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LG 트윈스 대표 '장수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는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개인 1경기 최다 실점 타이기록인 8점을 헌납했다.

LG 염경엽 감독은 22일 경기를 앞두고 "외국인 투수 둘 중에 하나는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고 선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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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로 반등한 디트릭 엔스. ⓒ곽혜미 기자
▲ LG 트윈스 역대 최고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도 시즌 초반 부진을 털고 최근 2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잠실, 신원철 기자] 지난달 21일 LG 트윈스 대표 '장수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는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개인 1경기 최다 실점 타이기록인 8점을 헌납했다. 8실점 경기는 2019년 KBO리그 입성 이후 3번째. 이례적 사건에 가까웠던 지난 두 차례 8실점 경기와 달리 올해는 오히려 충격이 덜했다. 켈리는 지난 9차례 선발 등판에서 3번이나 5점 이상을 내주며 흔들리고 있었다.

LG 염경엽 감독은 22일 경기를 앞두고 "외국인 투수 둘 중에 하나는 바꿔야 하지 않겠느냐"고 선포했다. 또다른 외국인 투수 디트릭 엔스가 등판을 앞둔 시점이었다. 엔스는 22일 전까지 10경기에서 4승 2패 평균자책점 5.37에 그치고 있었다. 5이닝을 못 채운 경기도 3번이나 있었다. 엔스는 염경엽 감독이 '교체 경고'를 띄운 22일 경기에서도 4⅓이닝 4실점 3자책점으로 고개를 숙였다.

LG는 22일 한화전 5-7 패배로 3연패에 빠지면서 25승 2무 23패 승률 0.521을 기록하게 됐다. 선두 KIA 타이거즈와 4.5경기 차에, NC-삼성-두산 2위 그룹과는 2.5경기 차가 됐다. SSG 랜더스와는 공동 5위였다.

▲ LG 염경엽 감독은 외국인 투수들의 부진이 거듭되자 언론을 통해 교체 가능성을 시사했다. 의도가 있는 발언이었다. ⓒ곽혜미 기자

5월 23일부터 꿈 같은 일이 벌어졌다. LG는 23일부터 2일까지 10경기에서 9승 1패를 거두면서 순식간에 2위로 치고 나왔다. 1위 KIA와는 1.5경기 차이다. 놀라운 사실은 이 10경기 9승의 원동력이 선발진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LG는 이 기간 선발승만 8승을 거뒀다. 선발 평균자책점은 3.22로 단연 1위. 퀄리티스타트 7회도 최다 1위였다. 경기당 투구 이닝은 6이닝에 육박했다.

#LG 9승 1패 이끈 선발 로테이션

엔스 12이닝 3실점 15탈삼진 4볼넷

켈리 12이닝 5실점 3자책점 4탈삼진 무4사구

최원태 12이닝 7실점 6자책점 6탈삼진 6볼넷

임찬규 12⅓이닝 6실점 9탈삼진 3볼넷

손주영 10⅓이닝 3실점 10탈삼진 5볼넷

무엇보다 놀라운 점은 5점대 평균자책점에 그치며 리그 최약체로 꼽혔던 엔스-켈리가 나란히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는 데 있다. 두 선수 모두 12이닝 3자책점으로 평균자책점 2.25를 기록했다. 최원태도 2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고, 임찬규도 한 차례 퀄리티스타트를 달성했다. 손주영은 6이닝 투구는 없었지만 2경기 10⅓이닝 3실점으로 선전했다.

▲ 차명석 단장 ⓒ곽혜미 기자

염경엽 감독은 1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도 또 한번 외국인 투수 교체 가능성을 언급했다. 불펜이 안정을 찾고, 외국인 투수 한 명을 교체하면 치고 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는 계산이었다. 그런데 2일에는 '둘 다 안 바꿀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모른다. 아무도 모른다. 나도 모른다. 일단 미국 쪽 사정을 봐야 한다"며 "더 나은 투수가 있으면 둘 중에 한 명을 교체하겠지만 둘 다 잘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수차례 공개적으로 외국인 투수 교체 가능성을 띄운 배경을 설명했다. 염경엽 감독은 "내가 가진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하고 언론에 던져서 경쟁을 붙였다. 그렇게 해서 살아나면 선수들도 좋고 나도 좋으니까. 그 문제를 조용히 갈지 어떨지 홍보팀과도 상의를 했다. 선수를 코너로 모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있었다. 나는 그것도 내 전략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자극을 통해 선수들이 좋아지는 거다. 내가 쓸 카드를 죽일 이유는 없지 않나. 나는 살리고 싶은 거다. 이렇게 되면 미국에서 데려오려는 선수의 수준도 높아져야 한다. 못 하는 선수를 바꾸려면 데려올 수 있는 선수의 기준도 내려간다. 잘 하는 선수를 바꾸려면 그보다 더 좋은 투수를 찾아야 한다"며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둘 다 살아남는 거다. 나는 그쪽을 바란다. 교체하면 또 몇 경기는 선발이 구멍이 난다"고 했다.

한편 차명석 단장은 지난달 28일 미국으로 떠났다. 귀국 일정은 정하지 않은 유동적인 출장이다. 엔스와 켈리의 경기력, 또 미국 현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 엔스 ⓒ곽혜미 기자
▲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 ⓒ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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