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볼 여왕’ 류은희, 대한민국 최초 EHF 챔피언스리그 우승…“어릴 적 꿈 이뤘다” [MK부다페스트]
‘핸드볼 여왕’ 류은희가 대한민국 선수 최초로 유럽핸드볼연맹(EHF) 챔피언스리그 우승 타이틀을 획득했다.
헝가리 교리 아우디 ETO KC는 3일(한국시각) 헝가리 부다페스트 MVM Dome에서 열린 독일의 SG BBM 비에틱하임과의 2024 유럽핸드볼연맹(EHF) 챔피언스리그 여자부 파이널4 결승에서 30-24로 승리하며 유럽 최강자의 위치를 되찾았다.
이로써 교리는 유럽 무대에서 역대 최다인 10회 결승 진출과 6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아 최강임을 입증했다.
교리는 중앙에서 브라트셋 달레(피벗/노르웨이)와 베로니카 크리스티안센(레프트백/노르웨이)이 좋은 몸놀림으로 산뜻하게 두 골을 넣으며 경기를 시작했다.
이어서 이번 대회를 끝으로 은퇴를 발표한 라스트댄스의 주인공 스틴 오프테달(센터백/노르웨이)이 얻어낸 7m 드로우를 안나 그로스(라이트백/슬로베니아)가 가볍게 넣으며 비에틱하임을 어렵게 했다.
비에틱하임은 4분경 작전시간을 불러 기세를 내어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체격적으로 유리한 피봇 카바 가싸마(스페인)가 두 골을 넣으며 분발했고, 준결승전까지 세이브 120회로 대회 1위를 기록 중인 가브리엘라 모레쉬 골키퍼의 선방도 예상대로 초반부터 돋보였다.
경기의 추가 기운것은 의외로 경기 초반이었다. 전반 6분과 8분 22번 비에틱하임의 주장 세냐 스미스(레프트백/독일)의 연속된 과격한 수비가 2분간 퇴장을 불렀다.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던 교리는 파상공세를 퍼부었고, 더블드리블 실책 등으로 만회 골을 놓친 비에틱하임은 전반 11분 50초경 7m 드로우를 얻어낼 때까지 답답한 공격으로 일관했다.
이틀 연속 펼쳐지는 경기에서 두꺼운 선수층으로 준결승을 치른 교리의 선수들이 상대적 피로감이 덜 한 부분도 작용했다. 비에틱하임보다 움직임 역시 가벼워 보였다. 비에틱하임 선수들은 수비 시에도 교리 선수들의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했고 지켜보다 한 박자 늦은 파울을 범하며 페널티 드로우를 연신 헌납했다. 교리의 주득점원 안나 그로스는 침착하게 모든 페널티 드로우를 성공시키며 전반 17분까지 9-5를 유지했다.
준결승의 주역 산드라 토프트(골키퍼/덴마크) 대신 선발로 출장한 교리의 골키퍼 실리에 솔베르크(노르웨이)도 전반 17분 페널티 드로우를 오른발로 선방하며 팀의 좋은 페이스를 이어가게 했다.
전반 20분 데 파루라(레프트백/브라질), 은제밍코(센터백/프랑스), 류은희(라이트백)와 피벗 린 블롬(피벗/스웨덴)까지 라인업을 완전 바꾼 교리는 올스타 군단의 위력을 톡톡히 보여주며 상대를 더욱 몰아붙였다. 상대의 느린 발 덕분에 라이트윙 빅토리아 교리루카스(헝가리)가 스페이스를 자주 확보했으며, 교리루카스는 25분까지 무려 5골(성공률 100%)로 보답했다.
무난한 경기를 이어가던 후반 7분에는 안나 그로스의 환상적인 왼손 중거리 슛이 골망을 가르며 21-14까지 달아났고, 설상가상으로 비에틱하임은 슛이 연속으로 골대를 때리는 불운까지 겹쳤다.
후반 20분 비에틱하임은 수비를 높이 올려 프레스를 시도하며 마지막 강수를 두었고 은제 밍코의 2분간 퇴장과 오프테달, 그로스의 연속 실책으로 추격했으나 거기까지였다. 노련함으로 무장된 교리 선수들의 위기관리가 역시 돋보였다.
최종스코어 30-24. 교리 선수들은 종료 부저가 울리기 전부터 글썽거렸다. 6회 챔피언의 탄생이었다.
경기 시상 후 가진 인터뷰에서 류은희는 어렸을 때부터 꿈이 유럽에서 경기 하는 것이었고, 챔피언스리그 나가서 메달 따는 것이었는데 지금 34세가 되어 (꿈을) 이뤄낸 것에 대해 감정이 많이 격해졌다고 소감을 밝혔다.
교리의 2023-24시즌은 롤러코스터와 같았다. 헝가리 명문으로 언제나 순위표 최상단을 기대하는 팬들에게 시즌 초반 그들의 경기력은 충분치 못했고 시즌 중반 감독 경질까지 겪으며 챔피언스리그 우승은 물 건너간 듯했다. 새로 부임한 페르 요한손 감독을 중심으로 팀은 새로운 동기를 가졌다. 특히 이번 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는 선수들이 많아 더욱 똘똘 뭉쳤다.
류은희 개인적으로도 한국 선수 최초로 핸드볼 유럽 클럽대항전 우승이라는 새로운 업적을 남기게 됐다.
이는 ‘핸드볼의 신’이라는 윤경신이나 ‘우생순’의 주인공인 오성옥도 이루지 못한 큰 업적이다(2007-08시즌 윤경신은 독일 함부르크 소속으로 유럽대항전 4강, 동일 시즌 오성옥은 오스트리아 히포방크 소속으로 준우승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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