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김' 명장 트리오도 한화에선 못했는데…KS 우승의 한, 김경문 감독에게 온 마지막 기회 "내년 정상 도전"
[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가 제14대 사령탑으로 김경문(66) 전 야구대표팀 감독을 선임했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명장 트리오 ‘3김(金)’ 김응용(83), 김성근(82), 김인식(77) 감독도 한화에서 해내지 못한 우승을 김경문 감독이 이뤄낼지 주목된다.
한화는 2일 김경문 감독과 3년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2026년까지 3년간 계약금 5억원, 연봉 5억원씩 등 총액 20억원 조건. 한화 구단은 ‘풍부한 경험과 경륜을 갖춘 김경문 감독이 팀을 성장시키는 데 적임자라고 판단해 제14대 감독으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7일 최원호 전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 뒤 6일 만에 김경문 감독이 선임되면서 감독 공백을 메웠다.
지난 2018년 6월 NC에서 중도 퇴진한 김경문 감독에겐 6년 만의 KBO리그 복귀. 2021년 열린 도쿄올림픽 이후 3년 만의 현장 복귀이기도 하다. 3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취임식을 갖는 김경문 신임 감독은 4일 수원 KT전부터 팀을 지휘한다. 최근 3연패에 빠진 한화는 24승32패1무(승률 .429)로 8위에 올라있다. 5위 SSG(29승28패1무)와는 4.5경기 차이.
김경문 신임 한화 감독은 1958년생으로 대구옥산초-부산동성중-공주고-고려대를 거쳐 1982년 원년 OB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포지션은 포수로 1982년 MVP 투수 박철순과 함께 원년 한국시리즈 우승 순간을 만끽했다.
1990년 태평양을 거쳐 1991년 OB에서 선수 생활을 마감한 뒤 미국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았다. 1994년 삼성 배터리코치로 본격적인 지도자 생활을 시작한 김 감독은 1998년 친정팀 OB로 자리를 옮겨 2003년까지 배터리코치를 맡았다.
2003년 시즌을 마친 뒤 김인식 감독의 후임으로 두산 사령탑에 선임되면서 감독 인생이 열렸다. 2001년 우승 이후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실패로 주춤한 두산이었지만 김 감독 체제에서 2004년 부임 첫 해부터 3위로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강력한 카리스마와 선수 보는 안목으로 유망주들을 키워내며 경쟁 체제를 구축한 김 감독은 육상부, 화수분으로 대변되는 두산 야구의 토대를 마련했다. 육성선수 출신 손시헌, 김현수를 주전으로 발탁하며 이종욱, 고영민, 민병헌, 오재원, 정수빈 등 발 빠른 선수들을 중용했다. 2005년, 2007~2008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해냈지만 우승의 한을 풀지 못하고 2011년 6월 자진 사퇴로 두산을 떠났다. 8년간 6번이나 가을야구를 이끌면서 2015년부터 시작된 두산 왕조의 발판을 다졌다.
이후 2011년 8월 제9구단으로 창단한 NC의 초대 사령탑에 선임된 김 감독은 특유의 지도력으로 신생팀을 빠르게 리그 안착시켰다. 백지 상태였던 팀에서 신인 나성범, 박민우, 노진혁, 권희동, 김성욱 등을 키워냈고, 다른 팀에서 데려온 이재학, 임창민, 방출생이었던 김진성, 원종현 등을 발굴했다.
2013년 1군 진입한 NC는 2014년 두 번째 시즌에 가을야구에 진출했고, 2016년에는 창단 첫 한국시리즈까지 올랐다. 그러나 전 소속팀 두산에 4전 전패를 당하면서 우승에 실패했다. 2018년 6월 중도 퇴진하기 전까지 NC에서 1군 6시즌 중 4번의 가을야구를 이끌었지만 우승의 한을 풀지 못했다.
두산과 NC에서 1군 14시즌 동안 무려 10번의 가을야구 진출, 4번의 한국시리즈 진출로 확실한 성적을 냈다. 통산 1700경기를 지휘하며 896승774패30무(승률 .537). 역대 감독 통산 승수에서 김응용(1554승), 김성근(1388승), 김인식(978승), 김재박(936승), 강병철(914승) 감독에 이어 6위에 올라있다.
500승 이상으로 범위를 확장하면 김영덕(707승), 류중일(691승), 김태형(667승), 조범현(629승), 이광환(608승), 선동열(584승), 염경엽(526승) 감독까지 모두 13명이다. 이 중에서 유일하게 김경문 감독만 한국시리즈 우승이 없다. 나머지 12명의 감독들은 한 번 이상 한국시리즈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그러나 명장들도 한화에선 빛을 보지 못했다. 두산에서 두 번 우승한 김인식 감독은 2005년 한화에 부임해 2006년 한국시리즈에 올랐지마 준우승에 만족했다. 5년 재임 기간 중 3차례 가을야구에 나갔지만 마지막 2년은 암흑기의 시작이었다. 이후 2013~2014년 한국시리즈 우승 10회에 빛나는 김응용 감독이 9년 만에 현장 복귀했지만 2년 연속 9위 꼴찌에 그쳤다. 이어 SK 왕조로 3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끈 김성근 감독이 부임했지만 2015~2016년 2년 연속 가을야구에 실패했고, 2017년 5월 시즌 중 물러났다.
3김 명장들도 한화에서 사실상 감독 커리어를 마감했다. 60대 중반인 김경문 신임 감독에게도 한화가 마지막 팀이 될 가능성이 높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감독으로 9전 전승 금메달 신화를 이끌며 한국야구 르네상스를 열어젖힌 김 감독이지만 한국시리즈 우승은 오랜 한으로 남아있다. 1999년을 끝으로 25년째 우승의 한을 풀지 못하며 깊은 암흑기에 빠진 한화도 성적이 필요하다.
김경문 감독은 “앞으로 한화가 우승할 수 있는 좋은 선발들이 있다. 선발 쪽에 좋은 투수들이 많이 있으니까 나머지 부분을 시즌 마치고 좀 더 보완해서 (내년에) 정상 도전을 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지금 한화팬들이 한 경기, 한 경기 최고의 응원을 해주신다. 그 팬들한테 한화 야구도 조금 더 짜임새 있는 야구를 보여드리고 싶다. 성적이 밑에 있는데도 진짜 너무나 열심히 응원해주시는 팬들에게 진짜 좋은 결과로 보답해드리고 싶다. 한화 팬들께서 성적에 관계없이 너무나 최고의 응원을 보내주시고 있다. 타팀에서, 또 바깥에서 야인으로서 있으면서도 부럽더라. 내가 1982년 OB 소속으로 대전에서 뛰었다. 그리고 고등학교(공주고) 때 대전에서 시합을 했고, 그런 추억도 있다. 한화 팬들께서 응원을 최상으로 최강으로 해 주시니까 저는 팀을 잘 꾸려서 꼭 정상에서 우승으로 보답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