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투자자산 다 뺏긴 M캐피탈… 허울뿐인 매각 작업

박종관 2024. 6. 3.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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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억 대출 위해 7700억 알짜 자산 메리츠증권에 양도담보로 넘겨
매각 주관사 삼정KPMG 선정했지만 부실 자산만 남아 제값 받기 어려울 듯
이 기사는 05월 31일 08:29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사모펀드(PEF) 운용사 ST리더스가 M캐피탈의 매각 작업에도 본격 시동을 걸었다. M캐피탈의 핵심 자산을 메리츠증권에 넘기고 무리하게 자금을 조달한 직후다. ST리더스는 펀드 최대 출자자(LP) 새마을금고로부터 운용사(GP) 교체 압박을 받고 있다. 급한 불을 끄고 매각 성사 때까지 GP 자리를 지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이례적으로 핵심 자산 양도 담보 구조로 자금을 조달한 데다 재무구조 악화로 신용등급 전망까지 떨어져 있어 제값을 받고 매각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실질 대출금리 10% 넘을 듯

3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캐피탈은 지난 28일 메리츠증권으로부터 우선 1000억원을 대출받았다. 앞서 M캐피탈은 메리츠증권과 최대 3000억원 대출 계약을 맺었다. 만기가 돌아오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 탓에 단기 유동성 위기에 내몰리자 1000억원을 빌려 급한 불을 껐다.

M캐피탈과 메리츠증권의 대출 계약의 만기는 3년이다. M캐피탈은 이번 대출을 위해 출자금과 사채 등 총 7696억원의 자산을 양도담보로 메리츠증권에 넘겼다. 담보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은 메리츠증권에 우선 귀속된다. 담보자산 중 주식에 대한 의결권은 메리츠증권이 행사하게 된다. 기한이익 상실이 발생하면 메리츠증권은 담보자산을 처분할 권리도 갖는다. 대출 금리는 9% 중반이지만 M캐피탈의 신용등급 하락 등 재무적 이슈가 발생할 시 10% 초반까지 금리가 올라가는 스텝업 조건이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메리츠증권 외에는 다른 곳에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상황을 감안해 ST리더스가 상당히 불리한 조건을 받아들인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는 NH증권과 함께 금리 10.3%에 2300억원을 M캐피탈에 대출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ST리더스는 이를 거절했다. 새마을금고가 사법리스크가 있는 ST리더스의 GP 교체를 선결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M캐피탈과 메리츠증권이 9% 중반 금리에 합의하고 스텝업 조항을 넣은 것은 향후 ST리더스의 배임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계약으로 M캐피탈이 국내 주요 PEF 운용사인 IMM인베스트먼트와 VIG파트너스, 프랙시스캐피탈 등이 결성한 펀드에 출자한 자금이 메리츠증권에 양도담보로 넘어갔다. 대부분 투자 성과가 좋은 알짜 펀드가 담보로 잡혔다. M캐피탈의 투자자산 약 1조1700억원 중 60%가량이 이번 대출로 소유권이 조건부로 M캐피탈로 넘어갔다.

 "알짜 자산은 다 넘기고 PF 부실만 남아"

ST리더스가 삼정KPMG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M캐피탈의 매각 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자금 조달을 위해 핵심 자산을 메리츠증권에 내주면서 M캐피탈엔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자산 등 부실 자산만 남은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말 기준 M캐피탈의 요주의이하여신비율은 17.6%로 직전 분기 말(13.9%) 대비 3.7%포인트 상승했다.

M캐피탈의 유동성은 이미 한계에 치달았다. 1분기 말 기준 단기차입비중은 69.2%까지 치솟았다. 2021년 말(37.5%)과 비교하면 단기차입비중이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최대 3000억원의 자금을 대출로 조달할 계획이지만 유동성 문제는 쉽게 해결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달부터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여전채가 8500억원에 달한다. 시장에선 재무구조가 불안정한 M캐피탈이 발행하는 채권 투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돼 여전채 돌려막기도 쉽지 않다. 

추가적인 신용등급 하락 우려도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M캐피탈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로 유지하고,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다. 올 들어 M캐피탈의 여전채 발행금리는 이미 6%대를 넘어섰다. 향후 신용등급이 떨어지면 발행금리는 더 높아진다. 수신 기능이 없는 캐피탈사는 발행금리가 올라가면 자금 조달 비용이 커져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된다. 신용등급이 더 떨어지면 사실상 신규 사업을 진행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ST리더스가 메리츠증권의 도움을 받아 급한 불을 껐지만 GP 자리를 계속 지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다음달 5일에는 ST리더스가 새마을금고의 출자를 받아 M캐피탈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법리베이트를 제공한 사건의 2심 선고가 예정돼있다. 최원석 ST리더스 대표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형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 최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다면 GP 지위를 유지하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마을금고의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불법 리베이트 등 관련 비리에 연루된 운용사의 교체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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