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주처럼 따박따박 돈 나오는 기업을 찾는다면…코웨이만 한 곳이 있을까?[안재광의 대기만성]
연예인들이 건물 샀다는 뉴스가 종종 나오는데요. 건물이 비싸서 그렇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욕망이 반영되어 있어서 뉴스가 되는 것이겠죠. 요즘 직장인들, 아니 많은 사람들의 꿈이 ‘건물주’가 되는 것이잖아요. 월세 ‘따박따박’ 받아서 돈 걱정 없이 사는 걸 누가 마다하겠어요. 그런데 기업도 월세, 아니 이익이 안정적으로 잘 나오는 건물 같은 기업이 있습니다. 잘될 땐 확 벌고, 안될 땐 적자도 나고 그런게 아니라 꾸준하게 이익이 나는 것이죠. 이런 건물 같은 기업, 당연히 인기가 많고요. 그래서 주인도 여러 번 바뀌었고, 심지어 바뀐 주인보다 훨씬 돈을 잘 벌기도 합니다. 그런데 주식시장에선 큰 인기가 없어요. 재미가 없잖아요. 뻔해서. 그래서 저평가된 종목으로 꼽히기도 하죠. 이번 주제는 유일무이한 비즈니스 모델로 최고의 알짜회사로 성장한 코웨이입니다.
◆35년간 매출 계속 늘어
코웨이가 얼마나 돈 잘 버는 회사인지 실적만 보면 바로 나타나죠. 놀랍게도 1989년 설립 이후에 단 한 번도 매출이 줄지 않았어요.
최근 10년치 실적만 볼게요. 2013년 매출 2조원을 처음 넘겼고, 2019년에 3조원을 돌파했어요. 올해는 4조원도 넘어설 겁니다. 거북이처럼 느리게 성장하고 있지만 장거리 경주를 하니까 경쟁자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 달리고 있습니다. 이익도 엄청 잘 내죠. 영업이익률 10~20%를 늘 유지하고 있어요. 지난해 영업이익은 약 7300억원, 이익률은 18%였네요. 분기당 매출 1조원, 이익 1600억원씩 거두고 있죠.
코웨이가 뭘 해서 돈 버는지는 다 알잖아요. 정수기 렌털이죠. 한 달에 5만~6만원 정도 내면 코웨이 정수기를 관리받으면서 쓸 수 있는데요. 코웨이 렌털 쓰는 사람이 무려 962만 명에 달합니다. 근데 이 숫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어요. 2019년엔 약 700만 명 정도 했거든요. 웬만한 가정집, 사무실은 코웨이 정수기가 있어서 계속 늘긴 힘들 것 같은데 늘어난 이유가 있습니다. 이건 뒤에서 다시 설명드리기로 하고요.
어쨌든 1000만 명에 육박하는 코웨이 렌털 가입자들이 ‘따박따박’ 월세처럼 렌털료를 내고 있어서 코웨이는 굉장히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갖고 있는 겁니다. 참고로 넷플릭스의 국내 이용자 수가 1100만 명가량이니까 코웨이와 얼추 비슷한데요. 넷플릭스보다 몇 배나 더 받고 있죠. 또 넷플릭스는 가입했다가 몇 달 보다 끊고 티빙이나 웨이브로 갈아타는 분들 많은데요. 코웨이 렌털은 최소 몇 년은 쓰죠. 어찌 보면 더 좋은 비즈니스 모델일 수도 있습니다.
◆게임사가 왜 코웨이 인수했나
이걸 생각한 사람은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이었습니다. 맨손으로 창업해서 한때 재계 30위권까지 올랐던 입지전적인 분이죠. 원래 영업사원으로 시작했다고 해요.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이란 걸 팔았는데요. 얼마나 잘 팔았는지 세계 54개국 영업사원 가운데 1등에 오를 정도였다고 하고요. 기네스북에도 올랐다고 합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1980년에 출판사를 세웠고요. 웅진씽크빅이죠. 1989년엔 코웨이로 정수기 렌털 사업을 하게 된 겁니다.
출판과 정수기 렌털은 제품으로 보면 비슷한 게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파는 방식이 비슷했어요. 과거에 출판사 영업사원이 집집마다 다니면서 전집 세트 같은 걸 많이 팔았어요. 정수기 렌털도 집집마다 다니면서 세일즈를 하는 게 비슷해요. 윤석금 회장이 세일즈, 특히 방문판매에 강점이 있어서 가능했던 사업모델입니다. 화장품 사업도 그렇게 시작했어요. 과거엔 화장품도 방문판매로 다 팔았잖아요.
그런데 승승장구하던 윤석금 회장이 2013년에 코웨이를 매각하는 일이 발생해요. 회사가 돈을 많이 버니까 사업 확장에 나섰는데 이게 탈이 났어요. 우선, 2007년에 극동건설을 6600억원에 인수했는데 이게 부도가 났고요. 태양광 사업 진출한다고 수천억원을 썼는데 중국 업체들과 경쟁에서 밀려 또 부도가 났어요. 여기에 금융사업 한다고 저축은행 했다가 파산합니다. 불과 몇 년 만에 2조원을 날렸어요. 이 여파로 2012년에 웅진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요. 돈 갚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내놓은 게 코웨이였어요.
사모펀드인 MBK가 코웨이를 샀죠. 근데 이걸 웅진이 2019년에 되사게 됩니다. 빚 다 갚고 난 뒤에 또 빚내서 산 거였어요. 윤석금 회장 말로는 짝사랑이었다고 해요. 코웨이란 회사를 너무나 사랑했대요. 하지만 오래 못 갔어요. 산 지 몇 달도 안 돼 그룹이 또 어려워져요. 그래서 토해냈는데 이걸 받아준 회사가 지금의 건물주, 아니 대주주인 넷마블입니다.
그래요, 게임회사 넷마블입니다. 모두의 마블, 몬스터 길들이기, 세븐나이츠 같은 게임으로 유명한 넷마블이요. ‘게임회사가 왜’ 하는 반응이 당연히 나옵니다. 근데 생각해 보면 이유가 있어 보여요. 게임 사업은 ‘대박’ 아니면 ‘쪽박’이죠. 제대로 터지면 몇천억원은 그냥 벌고요. 반대로 실패하면 회사가 나락으로 갑니다. 그러니까 돈 잔뜩 벌었을 때 뭐 하나 사고 싶었는데 안정적인 캐시카우 같은 게 뭐가 있나 보다가 찾은 게 코웨이입니다.
돌이켜 보면 이 전략이 맞았어요. 요즘 게임 회사들이 쪽박 분위기죠. 리니지로 유명한 엔씨소프트는 완전 나락으로 갔고요. 넷마블도 사정이 크게 다르진 않아요. 작년에도 600억원 넘는 영업손실을 내는 등 지난 2년 적자를 이어오다가 작년 4분기부터 흑자를 거두고 있습니다.
◆낮은 성장성은 한계
그럼 코웨이는 좋기만 할까요. 한계도 명확합니다.
안정적이긴 한데 확장이 어렵다는 건 큰 단점이죠. 정수기 렌털이 늘어야 얼마나 더 늘겠어요. 국내 정수기 보급률이 60%를 넘었어요. 쓸 사람은 다 쓰고 있단 얘깁니다. 그래서 정수기 말고 다른걸 렌털로 팔아보려고 무진 애를 쓰고 있어요. 비데, 연수기 같은 물 관련 상품을 팔아봤는데요. 이런 제품은 단가도 낮고 매달 관리할 필요도 없어서 렌털 상품으로 적합하지 않았어요. 한마디로 돈이 안 됐어요.
그래서 요즘 찾은 게 침대 매트리스, 안마의자, 안마베드 같은 건데요. ‘비렉스’란 전용 브랜드까지 내놓고 밀고 있습니다. 이런 제품은 단가가 높아서 월 렌털료로 정수기만큼, 혹은 그 이상으로 받을 수 있고요. 바디프랜드가 이미 렌털로 많이 팔아놔서 렌털에 대한 사람들 거부감도 적어요. 그런데 정수기처럼 주기적으로 꼭 관리를 받아야 하는지는 조금 의문이긴 하죠.
품목 확장이 어렵다면 해외로 나가는 것도 방안입니다. 코웨이는 놀랍게도 해외에서 꽤 사업을 잘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가 대표적이죠. 연간 1조원 넘게 매출을 거두고 있고요. 영업이익도 2000억원 안팎에 달해요. 여기에 미국과 태국에서도 작년에 3000억원가량 매출을 냈어요. 코웨이 렌털 가입자가 계속 늘고 있다고 했는데요. 이건 국내에서 늘린 것도 있지만 해외에서 늘린 게 더 컸어요. 전체 렌털 가입자의 34%인 327만 개가 해외에서 나온 겁니다.
코웨이는 늘 돈 잘 버는 회사였는데 주인이 계속 바뀌는 아픔을 겪어야 했습니다. 사실 돈 잘 버는 회사니까 여기저기 잘 팔린 것이기도 했겠죠. 그런데 주식시장에선 인기가 없어요. 반도체나 배터리, 아니면 게임처럼 화끈한 면이 없잖아요. 사업이 뻔해서 특히 개인투자자들이 안 좋아해요.
그럼에도 연간 7000억원 이상의 이익 창출 능력이 있는 기업의 가치가 약 4조원 수준(2024년 5월 24일 시가총액 기준)인 건 누가봐도 저평가이죠. 한국 기업이 평균적으로 이익 창출 능력의 10배 수준에 시가총액이 형성된 것을 감안하면 최소 7조원은 되어야 할 겁니다.
더구나 성장을 아예 안 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 성장하고 있잖아요. 코웨이가 밝힌 올해 매출 목표는 4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7600억원인데요. 매출은 7%, 이익은 4%가량 증가한 겁니다. 건물 산다면 딱 이런 건물을 사야 할 텐데요. 월세 잘 나오고 건물 가치도 꾸준히 오르고요. 코웨이가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날을 기대해 봅니다.
안재광 한국경제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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