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즈니스 허브 시티' 꿈꾸는 윤원석 IFEZ 청장의 '신성장 프로젝트'

윤상구 인천본부장, 정리 홍세미 기자 2024. 6. 3.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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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정책 소통합시다]윤원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AI 등 새 먹거리로 6억 달러 모을 것"
▲윤원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사진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2003년 8월 11일 정부는 외국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야심 찬 승부수를 띄웠다. 인천의 ‘송도·청라·영종’을 우리나라 첫 경제자유구역(FEZ·free economic zone)으로 지정한 것이다. FEZ는 해외 투자 자본과 기술을 유치하기 위해 세제 감면이나 규제 완화 등의 혜택을 부여한 특별지역이다.

상하이·홍콩·싱가포르 같은 동북아 최대 비즈니스 허브 도시를 만들겠다는 게 FEZ 설립 목표였다. 같은 해 ‘경제자유구역의지정및운영에관한법률’이 제정돼 설립 근거가 마련됐고, 인천을 시작으로 부산·진해, 광양만권 등 전국에 총 9개의 FEZ가 지정돼 운영되고 있다.

황량한 서해 갯벌이었던 곳에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이 들어섰다. 20년의 세월 동안 이곳은 고층 빌딩이 가득한 국제도시로 변했다. IFEZ가 얼마나 성장했는지는 지표를 통해 알 수 있다. 2003년부터 지난해 7월까지 외국인 직접투자(FDI) 누적 실적은 147억5600만 달러에 달한다. 국내 9개 FEZ가 신고한 208억 달러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수치다.

IFEZ 개청 당시 인천경제자유구역 입주 사업체는 673개였으나 현재 3400개로 늘었고, 외국인 투자 사업체도 초기 3개뿐이었지만 현재 206개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지난 2월 취임한 제8대 윤원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은 머니투데이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연동개발’ 방식이 그동안 IFEZ의 발전을 이끌었다고 밝혔다. 연동개발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설을 공익시설과 함께 짓는 개발 방법이다. 민간사업자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때 발생한 개발이익으로 도시에 꼭 필요한 공원이나 생활사회적간접자본(SOC)과 같은 공익시설을 짓는 것이다.

윤 청장은 “그동안 IFEZ에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주거시설과 공익시설을 함께 짓는 ‘연동개발’ 방식을 택했다”며 “스마트시티와 국제도시로서의 인프라 구축은 상당히 진전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윤 청장은 20년 동안 진행된 연동개발 방식은 앞으로 IFEZ의 성장을 이끌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연동개발의 경우 주거 비중이 높아 국내외 기업 유치를 통한 비즈니스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부족한 면이 있다”며 “이제는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라는 경제자유구역의 핵심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명실상부한 글로벌 도시로 나아갈 수 있도록 AI 등 신규사업을 발굴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신규사업을 발굴해 미래 먹거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IFEZ는 올해 외국인 투자 유치 목표액을 6억 달러(약 8025억원)로 설정했다. 지난해 목표였던 4억 달러(약 5350억원)보다 2억 달러(2675억원)가량 늘었다. 윤 청장은 올해 △첨단 글로벌 기업 유치 강화 △글로벌 투자 IR 확대 △‘데스티네이션 인천’ 전략 등을 앞세워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외국인직접투자(FDI)의 경우 지난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돼 국내외 투자 유치 환경이 위축되며 좋지 않았다”며 “그럼에도 IFEZ는 2022년 대비 10.7% 증가한 4억3200만 달러를 달성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는 신규사업 발굴과 글로벌 기업 유치 강화, 원도심 개발 등을 이끌어 목표한 금액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특화단지가 들어설 땅이 없다”…FEZ 확대 지정 절실
송도는 국제 비즈니스와 IT(정보기술), BT(생명공학기술), 연구개발 기능을 맡고 있다. 영종은 물류·관광을, 청라는 금융·레저에 중점을 두었다. 여기에 더해 IFEZ는 올해 상반기 선정 예정인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송도에 유치해 ‘바이오 특화단지’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윤 청장은 “송도는 공항과 항만이 근접해 지리적 경쟁력이 있고 바이오의약품 선도 기업을 보유했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IFEZ의 개발률은 90%를 넘었다. 바이오 특화단지 등 첨단 산업 단지를 유치할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강화 남단과 인천 내항을 신규 FEZ로 지정해 공간을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청장은 “IFEZ가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투자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가용 용지가 부족하다”라며 “강화 남단, 인천 내항 등에 대한 신규 FEZ 지정과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모든 역량을 집결해 임기 내 지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원석 청장이 영종국제도시 한상드림아일랜드와 제3연륙교 공사 현장을 방문한 모습/사진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K-POP 문화도시·카지노 사업 좌초…“대체 프로젝트 개발할 것”
IFEZ는 지난해 송도 8공구 R2·B1·B2블록(총 21만㎡) 부지 일대에 6조8000억원 규모의 ‘K팝 콘텐츠 시티’를 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각종 특혜 논란이 불거지면서 전면 백지화됐다. 또 영종도 골든테라시티(옛 미단시티) 복합리조트에 외국인 전용 카지노업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도 지난 3월 17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취소 통보를 받아 앞날이 불투명하다.

윤 청장은 대체 프로젝트를 개발해 향후 추진 방안을 다각적으로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윤 청장은 ‘K팝 콘텐츠 시티’ 조성이 무산된 송도 R2블록에 대해 “이곳은 인천도시공사가 소유하고 있는 부지”라며 “인천도시공사와 함께 TF를 구성해 향후 어떻게 개발할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골든테라시티도 인천시, 인천도시공사와 함께 ‘미단시티 활성화 TF’를 구성해 복합리조트를 재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IFEZ 비전·전략 2040 수립해 내부 조직 경쟁력 강화할 것”
윤 청장은 성균관대 영어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에 입사해 밴쿠버 무역관장, 부산 무역관장, 로스앤젤레스 KBC 센터장, 기획조정실장, 경제통상협력본부장 등을 지냈다. 이후 숙명여대 특임교수와 한글과컴퓨터그룹 해외사업총괄사장 등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취임한 윤 청장의 임기는 3년이다. 임기 동안 인천시를 글로벌 도시로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IFEZ 비전·전략 2040 프로젝트’를 수립하고 있다. ‘비전·전략 2040’에는 공직자들이 직접 내외부 환경을 분석해 합리적인 방안들을 마련하고, 2040년까지 초일류 도시로 도약할 비전과 전략을 직접 만들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끌어낸다는 내용이 담겼다.

윤 청장은 경직된 조직문화나 성과 보상이 연계되지 않는 점을 개선해 공직자들의 이탈을 막겠다고도 했다. 그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협업하고, 열심히 일하면 대우받을 수 있는 성과와 보상이 연계된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라며 “성과를 창출하면서 창조적 인재가 양성되는 시스템을 구축해 우리 기관의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원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사진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다음은 윤 청장과의 일문일답.
-IFEZ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한다
▶IFEZ는 지난 2003년 8월 11일, ‘대한민국 1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됐다. 황량한 서해 갯벌을 매립해 글로벌 도시로 만든다는 건 그 당시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지난 20년 동안 IFEZ는 ‘송도, 영종, 청라’를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갖춘 국제도시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무엇보다도 본연의 업무인 ‘외국인 투자 유치’를 잘 이뤄낸 것도 큰 성과다. 지난해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국내외 투자 유치 환경이 위축됐지만, 2022년 대비해 10.7% 증가한 4억3200만 달러를 달성했다. 대형 글로벌 기업과 R&D기관이 들어섰고, 해외 한인을 포함한 글로벌 인재들이 모이는 글로벌 창업 생태계를 육성했다. 인천시의 민선 8기 핵심 정책인 ‘글로벌 Top10 도시(뉴홍콩시티)’와 ‘제물포르네상스’를 성공하기 위해 IFEZ의 역할이 필수적이다. 앞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토대를 마련해야 할 때다.

-지속가능한 성장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변해야 할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그동안 IFEZ에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설을 공익시설과 함께 짓는 ‘연동개발’ 방식으로 진행됐다. 민간사업자가 아파트를 지어 분양할 때 발생한 개발 이익으로 도시에 꼭 필요한 공원이나 생활사회적간접자본(SOC)과 같은 공익시설을 함께 짓는 것이다. 이 같은 연동개발 방식을 통해 스마트시티와 국제도시로의 인프라 구축은 상당히 진전됐다. 하지만 연동개발은 주거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국내외 기업 유치를 통한 비즈니스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면에서는 미흡한 측면이 있다. 이제는 IFEZ가 20년이 지난 시점인 만큼 이제는 연동형 개발과 투자 유치를 융합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 계획이다. ‘글로벌 비즈니스 허브’라는 경제자유구역의 핵심 기능을 제대로 하고 명실상부한 도시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핵심 전략산업을 유치하겠다. 창업과 AI 산업 육성 등 신산업의 동력을 마련해야 한다.

-올해 외국인 투자 유치 규모를 6억 달러로 정했다. 전략은 어떻게 되나
▶올해는 첨단 기업이 많이 모이게 하기 위해 ‘글로벌 IR 기업’ 유치 전략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 기업이 인천으로 모이는 ‘데이스테이션 인천 전략’ 등을 수립해 올해 목표액인 6억 달러를 달성하겠다. 원도심에 있는 기존 산업단지 투자도 이끌어 균형 발전에 앞장서겠다. 이를 위해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월드옥타와 접촉하면서 네트워크를 강화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 선정 예정인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가 선정하는 바이오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에 글로벌 수준의 바이오의약품 생산 역량을 갖추고 있는 송도가 제격이라고 생각한다. 송도-남동-영종 지역을 연결하는 ‘바이오 트라이앵글(Bio-Triangle)’ 구축을 내세워 바이오 특화단지 유치에 총력을 쏟고 있다. 송도에 입주한 기업들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고시한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기술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정부의 산업 육성 방향에 가장 적합한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윤원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사진제공=인천경제자유구역청

-강화 남단과 인천 내항 등 FEZ 추가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IFEZ가 출범한 지 20년이 지났다.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투자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가용 용지가 부족하다. 송도가 정부의 바이오 특화단지에 선정되는 등 우리 IFEZ에 특화단지가 들어서려면 땅이 있어야 한다. 현재 IFEZ의 개발률은 90%를 넘었다. 인천이 추구하는 4대 첨단 산업을 유치할 공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이다. 다른 나라의 경우 경쟁력을 갖춘 도시를 보면 글로벌 도시에 맞는 클러스터를 갖고 있다. IFEZ도 첨단산업, 미래모빌리티, 문화관광, 그린바이오, 자유도시라는 콘셉트로 글로벌 미래산업을 선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FEZ 추가 지정이 필수다.

-골든테라시티(옛 미단시티) 카지노 사업이 좌초되는 등 대형 프로젝트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어떻게 해결할 예정인지
▶인천 주민들의 관심과 걱정이 늘어가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다시 정상화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지난 3월 문화관광체육부는 미단시티 복합리조트 사업자인 중국 푸리그룹 한국법인 RFKR이 신청한 사업 기간 연장을 불승인했다. 주민들의 기대에 부합하도록 관련 기관들과 협의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겠다. 또 송도 6·8공구에 랜드마크빌딩 등을 건설하는 ‘아이코어시티 사업’은 2006년 인천 랜드마크시티 조성 계획이 발표된 이후 17년 동안 금융위기, 지방정부 교체, 글로벌 경기 악화 등의 영향으로 추진과 중단이 반복된 바 있다. 현재 관계부처와의 고도 제한 문제를 해결하면서 국제공모 방안을 사업자와 협의하고 있다.

-지난 2월 IFEZ 제8대 원장으로 취임했다. 취임 이후 어떤 활동을 했고, 앞으로 어떤 기관을 만드는 게 목표인지
우선 취임한 이후 한 달이 넘는 동안 주요 업무 보고를 받고 중앙부처·사업 현장·유관기관을 방문하면서 정신없이 보냈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현장을 다니며 현안 사업의 쟁점을 파악하는 시간이었다. 내부적으로는 미래 도약을 견인할 ‘IFEZ 비전·전략 2040 프로젝트’ 수립을 추진하고 있다. 생산적이고 행복한 조직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 앞으로 IFEZ를 두바이와 홍콩을 넘어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도시로 만드는 게 목표다. 이를 위해 ‘찾아가는 투자 IR’을 진행해 기업 투자 유치에 최선을 다하겠다. 또한 IFEZ가 초일류 경제자유구역이 되도록 도시 경쟁력을 높여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우리나라의 새로운 성장동력의 모델을 만들겠다.

윤원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1960년 충청남도 출생
성균관대학교 영어영문학 졸업
서울대학교 대학원 석사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경제통상협력본부장
한글과컴퓨터그룹 해외사업총괄사장
글로벌산업경쟁력포럼 회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윤상구 인천본부장, 정리 홍세미 기자 thelead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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