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반영 임금 8분기째 '마이너스'…내일 최저임금위 2차 회의
전문위 "생계비 2%↑·사업주 절반 이상 최저임금액 보통 수준"
올 1분기 실질임금 1.7% 줄어...작년 임금 2.5% 올라 '반토막'
경영계 '구분적용' vs 노동계 '확대적용'...'임금수준' 논의 또 뒷전?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물가를 반영한 임금(실질임금)이 되레 깎이는 현상이 8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2025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두 번째 전원회의가 오는 4일 열린다.
올 들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이 증가하면서 경제성장률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는 반면 임금 감소로 인한 소비 위축 등 내수 경기는 여전히 찬바람이 불고 있어 적정 최저임금 책정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은 말 그대로 법으로 보장하는 최소한의 임금인 만큼 윤석열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노동 약자’ 보호와 밀접한 연관성을 띈다.
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이어간다. 지난 21일 첫 전원회의에서 이인재 인천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선출, 심의를 개시한 최임위는 2차 회의에서 생계비 전문위원회와 임금수준 전문위원회에서 논의한 심의 자료를 검토할 예정이다.
최임위 산하 두 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비혼 단신근로자 실태생계비’는 월 246만원으로 전년 대비 2% 올랐다. 또, 저임금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주 절반 이상(50.68%)이 올해 최저임금 수준을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2.5%)이 역대 두 번째로 낮았던 탓이다. 근로자 생계비 부담은 올랐지만, 사업주 절반 이상은 올해 최저임금에 그다지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 집단의 분석 결과라는 의미다.
다만 이런 분석 결과는 그간 발표된 통계만으로도 쉽게 확인된다. 실제 고용부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4월 사업체노동력조사를 보면, 올해 1분기(1~3월) 실질임금은 월 평균 371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다. 실질임금 마이너스 현상은 지난 2022년 2분기 -1.1%를 기록한 이후 8분기째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올해 들어선 그 하락폭이 더 커졌다. 올 1분기 실질임금 하락폭 -1.7%는 작년(-1.1%)과 2022년(-0.2%) 보다 높았다. 2년 연속 실질임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는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임금 상승폭도 예년보다 낮아졌다. 실제 월 평균 임금 추이를 보면, 작년 오름폭은 2.5%로 2022년(4.9%) 대비 반토막이 났다. 2.5%는 2020년 1.1%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 1분기 상승폭은 1.3%에 그쳤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격차도 여전하다. 대기업(300인 이상) 월 평균 임금은 679만3000원인데 중소기업(300인 미만)은 369만1000원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한 탓이다. 이러다 보니 올해 1분기 가구 실질소득도 7년 만에 가장 큰 폭 감소했다.
소비가 감소하는 것도 당연하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고물가와 소비: 가계 소비 바스켓·금융자산에 따른 이질적 영향’ 보고서를 보면 2021년부터 올 4월까지 소비자물가 누적 상승률은 12.8%(연 3.8%)로 민간 소비 증가율은 5%포인트 떨어졌다. 특히 2020~2023년 고령층과 저소득층이 체감하는 실효 물가상승률은 각각 16%, 15.5%로 다른 계층보다 높았다.
주요 기관들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올려 잡으면서도 내수 부진을 언급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3% 성장했다. 시장 예상치 0.6%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까지 상향 조정했다. 다만 내수가 나아질 것이란 전제가 깔린 것은 아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소비자물가의 가파른 상승에 따라 실질 구매력 정체도 소비 부진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가 전년 대비 1.8% 증가하는 데 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이들 통계는 어디까지나 기초 자료여서 최저임금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고용부 장관은 최임위에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 ▷업종별 구분 여부 ▷최저임금 수준 등 세 가지에 대한 심의를 요청한다.
현재 ‘시간급을 기준으로 월급을 병기’하는 방식의 최저임금액 결정 단위는 이번에도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사용자 측이 주장하는 ‘업종별 구분적용’은 또 다시 결론 없는 줄다리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올해엔 노동계가 최저임금법 5조 3항을 근거로 배달 라이더, 웹툰작가 등 도급제 근로자에 대한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요구하면서 ‘적용대상 확대’ 이슈가 함께 부각됐다. 노사 양측의 ‘구분적용’과 ‘적용확대’ 논쟁이 길어진다면 ‘수준’ 논의는 또 미뤄질 수 있다. 지난해에도 ‘구분적용’ 이슈가 불거지면서 정작 임금 수준에 대한 논의는 법정 심의 기한인 6월29일을 한참 지난 7월19일에야 표결에 의해 결정됐다.
한편, 올해 최저임금은 시간당 9860원이다. 지난해 심의 당시 1만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인상률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2.5%에 그치면서 1만원 문턱을 넘지 못했다. 노동계는 내년 최저임금 최초 요구안으로 올해보다 26.7% 많은 1만2500원가량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영계는 작년 심의와 마찬가지로 동결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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