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같이 살아도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렇다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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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정의하는 '연결'은 에너지입니다. 누군가가 나를 진심으로 봐주고, 들어주고, 가치 있게 여긴다고 느낄 때, 두 사람이 서로 아무런 가치판단 없이 무언가를 주고받을 수 있을 때, 그리고 그들이 그 관계에서 위안과 힘을 얻을 때, 바로 그때 두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에너지요. - 브레네 브라운(Brené Brown)
오픈AI가 최근 발표한 'GPT-4o'를 보며 2013년 영화 "그녀(Her)"를 떠올리신 분이 많을 겁니다. 실제로 10년 전 영화의 실사판이 나온 거 아니냐는 말도 많았죠. 인공지능은 여러모로 사람을 아주 비슷하게 흉내 낼 수 있다는 게 하루하루 밝혀지는 요즘입니다.
[ https://premium.sbs.co.kr/article/v46qH6UciCd ]
그로스의 칼럼을 살펴보기에 앞서 먼저 외로움이 무엇인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 https://www.youtube.com/watch?v=x_ImkF9RJPQ ]
'침묵의 전염병(silent epidemic)'이라는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국내 언론에서도 외로움을 일컫는 표현으로 여러 번 소개된 바 있습니다. 외로움은 우울증, 불안장애, 중독과 같은 정신건강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하루 15개비의 담배, 6잔의 술을 마시는 것과 비교될 만큼 우리의 건강에 나쁜 영향을 끼칩니다. 또한, 외로운 사람은 심혈관 질환, 치매, 뇌졸중 등 질환을 앓을 확률도 높습니다.
이렇게만 얘기하면 외로움을 정의하고 그 원인을 찾는 일이 어렵지 않아 보이지만, 사실 이는 그렇게 간단치 않습니다. 사람마다 원하는 사회적 관계의 수준은 다 다릅니다. 어떤 사람은 바라는 인간관계의 폭이 매우 넓을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소수의 깊은 인간관계를 선호할 수도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연결의 폭이 비교적 넓은데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고, 후자의 경우는 연결 대상이 몇 명 없어도 외롭지 않을 수 있습니다.
'나 혼자' 사회의 외로움
최근 전국의 만 19~59세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한 "2024 외로움 관련 인식 조사"를 보면, 한국 사회에서 평소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은 57%나 됩니다. 사람들이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하는 행위로는 TV 시청, OTT, 음악 듣기 등 여전히 혼자서 하는 취미 활동이 가장 많았습니다.
이런 배경을 고려하면, 친구나 연인은 말할 것도 없고 상담가와 같은 정신건강 전문가까지 AI가 대체하는 세상이 올 거란 예측이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해 보입니다. 저는 정신과 의사지만, AI가 저와 같은 정신건강 전문가를 대체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사실 걱정하지 않습니다. 저는 상담가와 내담자(상담받는 사람) 사이의 '연결(connection)'이 아주 중요하다고 굳게 믿는 사람이고, 그에 관한 책까지 썼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AI가 정신건강 전문가를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제가 우려하는 건 따로 있습니다. AI를 이용해 외로움을 해결하려는 시도를 자꾸 하다 보면, 사람들이 오히려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연결되는 데 서툴러질 수 있습니다. 그러다 혹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결이 외려 줄어들고 어려워지는 상황이 제가 가장 우려하는 상황입니다.
AI가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는 이유
첫째, 외로움의 기저에는 '연결감(connectedness)'에 대한 갈망이 존재합니다. AI가 외로움을 해소해 줄 거라는 기대는 외로움의 연결성 또는 외로움의 양방향성을 간과했기 때문에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즉, 단지 누군가 내 말을 들어주고 내 질문에 잘 대답해 주기보다는, 나와 다른 누군가와 서로 연결되는 경험이 바탕이 되어야 외로움이 해소될 수 있습니다. 브레네 브라운 박사의 말처럼 두 사람이 연결될 때 발생하는 에너지가 외로움을 줄여주는 겁니다.
클라이넨버그 교수가 든 예처럼 만약 지금 새로운 팬데믹이 덮쳐 우리 모두 폐쇄된 집에서 AI와 단둘이 갇혀 지내야 한다면 어떨까요? 우리 중에 그래도 AI가 있으니 외롭지는 않겠다며 마음을 놓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겁니다. 여전히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갈구하며, 그러지 못하는 상황을 걱정하는 사람이 훨씬 더 많겠죠.
둘째, 제가 환자들을 통해 배운 외로움의 또 다른 기원은 '누구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은 경험'과 매우 밀접히 맞닿아 있습니다. 좀 더 풀어 말하면, 세상에 나를 찾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자각이 외로움에 기여합니다. 가령 미국의 어르신 중에는 반려견이나 반려묘를 키우는 사람이 아주 많습니다.
그런데 반려동물이 외로움을 경감해주는 효과는 어디서 오는 걸까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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