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입양, 우리가 덮어놨던 역사… 등단 이전부터 꼭 쓰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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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는 쓰는 일 외에도 책을 내는 일을 해야 하잖아요. 쓰기조차 어려운 시간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제 책을 쥐여 주는 일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책을 내지 않는 동안 글을 처음 썼던 기억, 초심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프랑스로 보내진 아이들은 발전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했던 한국 사회가 외면해온 역사"라고 꼬집은 박 작가는 인터뷰를 마치며 "입양된 아이들뿐 아니라 그들을 기억하는 모두가 새롭게 만나야 할 과거"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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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장가 가려고 딸들 입양 보낸
가족이야기로 ‘용서’ 의미 찾아
“화해도 결국 날 위해 하는 일”
“내 책을 타인에게 쥐여주는 건
소설가에게도 너무 힘겨운 일
첫 글처럼 초심 찾기위해 노력”
“소설가는 쓰는 일 외에도 책을 내는 일을 해야 하잖아요. 쓰기조차 어려운 시간이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제 책을 쥐여 주는 일은 더 어려운 것 같아요. 책을 내지 않는 동안 글을 처음 썼던 기억, 초심을 찾으려고 노력했어요.”
문지문학상, 현대문학상, 젊은작가상 등을 석권하며 문단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던 박민정 작가. 한동안 그의 이름이 새겨진 책을 볼 수 없어 아쉬웠는데 6년 만에 그가 두 번째 장편소설 ‘백년해로외전’(문학동네)과 함께 돌아왔다. 지난 27일 박 작가를 만났다.
‘초심’을 찾느라 고단했던 그의 시간은 결국 하나의 소설로 빚어졌다. 출발은 박 작가가 고교 시절에 접했던 한 작가의 인터뷰. 군부독재를 비판하는 소설을 발표해 필화를 겪은 사연이었다. 그때를 떠올리며 ‘용서’와 ‘화해’라는 키워드를 끄집어냈다. 또한 등단 이전부터 “언젠가 꼭 써야 한다는 마음으로 간직하고 있던” 프랑스로 입양 간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도 버무렸다.
‘백년해로외전’ 속 주인공 주현은 우울증이 있는 문예 창작 교수다. 힘든 하루를 살아내는 현대인이 그렇듯 그의 삶에도 넘기 힘든 장애물이 가득하다. 직장에서는 ‘사려 깊지 않다’는 학생들의 비판에 직면하고 동료들은 주현을 외면하거나 심지어 음해하기도 한다. 자연스레 그의 결혼 생활도 흔들린다. 우울증이 일상이 돼버린 듯한 현대인들이 커뮤니티에서 유행처럼 읊조리는 말이 있다. 내게는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 유년 시절에 결핍을 만들어 낸 부모와 어른들의 잘못이라는 것이다. 소설 속의 주현도 유년 시절의 괴로웠던 기억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아버지의 사업이 어려워져 큰아버지 집에 맡겨졌던 어린 시절은 일상적인 박대가 벌어지는 서러운 시간이었다. 무엇보다도 큰아버지가 재혼을 위해 자신의 어린 두 딸을 프랑스에 보내버렸다는 충격적 사실이 오래도록 주현을 괴롭혔다. 그리고 어린아이에게 몰라도 될 ‘어른들의 사정’을 끊임없이 늘어놓는 고모의 존재도 마찬가지였다. 시간이 흘러, 주현은 자신의 일가친척 이야기로 ‘백년해로’라는 제목의 소설을 펴내지만, 친척들에게는 오히려 “가족 망신”이라는 원망을 듣게 된다.
박 작가 특유의 스토리텔링이 빛나는 대목은 시간과 공간의 교차 속에서 주현이 프랑스에 건너간 야엘과 만나는 부분이다. 마침 야엘도 자신의 이야기로 출간을 준비 중이었고, 주현은 야엘의 과거를 들여다보며 자신의 과거를 다시 새롭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소설 제목처럼 평범해 보이는 주변의 모든 가정에는 외전으로 다뤄야 할 화해의 이야기가 있음을 보여준다.
“다른 글을 쓰는 동안 용서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어떻게 가해자들을 용서할 수 있지?’ 하면서 세상에 대한 냉소와 환멸로 글을 썼어요. 그러나 우리는 태어나버렸고,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들은 일어나버렸죠. 거짓말이었으면 하는 일, 후회만 남은 선택이라도 이미 되돌릴 수 없다면 남은 건 용서뿐이라고 생각해요.”
주현과 야엘 그리고 박 작가에게 용서와 화해의 방식은 ‘쓰는 일’이다. 박 작가는 “결국 용서는 나를 위해 하는 일”이라며 “무엇이 엄청나게 바뀌지 않더라도 덮여 있던 것들을 걷어내고, 직시하고, 쓸 때 계속 살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로 보내진 아이들은 발전할 시간도 부족하다고 했던 한국 사회가 외면해온 역사”라고 꼬집은 박 작가는 인터뷰를 마치며 “입양된 아이들뿐 아니라 그들을 기억하는 모두가 새롭게 만나야 할 과거”라는 말을 남겼다.
장상민 기자 joseph0321@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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