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기만 하면 더 비만해져…살찌는 진짜 원인은”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

김가영 2024. 6. 3.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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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은 다이어트 성패의 기준을 '체중계'로 삼는다. 체중계의 숫자가 늘어나면 다이어트 실패, 감소하면 성공으로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다이어트의 진짜 결과를 보려면 체중계 너머의 본질적인 것을 봐야 한다.

33년간 비만과 싸워온 가정의학과 박용우 교수(강북삼성병원)는 "체중, 체질량 지수가 정상이어도 '마른 비만'일 경우 각종 질환의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면서 "근육량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이어 체중에 집착하면 비만의 진짜 원인과 목표를 놓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몸을 되돌리는 올바른 다이어트 방법을 제시했다. 다음은 박용우 교수가 백선혜 아나운서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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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날씬해 보이는 ‘마른 비만’, 정확히 어떤 상태인가요?
‘마른 비만’. 언뜻 보면 어폐가 있다고 느낄 수 있는 단어입니다. ‘뚱뚱해야 비만 아닌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 텐데요. 마른 비만을 이해하려면 비만의 정의부터 살펴보아야 합니다.

우리는 이제까지 체중이 많이 나가고 살찐 것을 ‘비만’이라고 여겨왔습니다. 자기 체중을 미터로 환산한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즉 체질량 지수가 25 이상일 때 비만이라고 이야기하죠. 그런데 이 체질량 지수의 경우 부정확한 방법이라는 지적이 존재합니다. 보디빌더의 경우, 온몸이 근육질이지만 체중이 많이 나가 체질량 지수가 25 이상일 수 있는데요. 이들은 정의상 비만이지만, 비만한 상태라고 할 수 없습니다.

반대로 체질량 지수가 25 미만이지만, 검사를 해보면 지방간, 전당뇨, 높은 콜레스테롤 수치 등 대사 이상을 보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들은 체중계의 눈금은 정상 범위 안에 있지만, 의학적으로는 비만한 사람과 비슷한 대사 이상을 보이는데요. 이러한 경우를 일컬어 ‘마른 비만’이라고 표현합니다.

최근 소아청소년기부터 체중과 외모에 신경을 쓰며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성장기에 지나치게 다이어트에 몰입하면 성장에 문제가 생기면서 근육량이 줄어드는데요. 이렇게 되면 성인이 되었을 때 저근육형 체형이 되어, ‘마른 비만’이 되기 쉽습니다. 체지방이 많아도 문제지만, 근육이 너무 없어도 사망 위험이 증가하고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등 각종 질환의 원인이 되므로 주의가 필요합니다.

Q. 마른 비만, 그 원인이 궁금합니다.
가장 중요한 원인은 ‘지나친 다이어트’입니다. 비만해서 살을 빼는 것이 아닌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고자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 경우 적게 먹거나 굶으면서 근육 감소로 이어지는 사례가 많습니다.

근육을 늘리려면 잘 챙겨 먹고 운동을 해야 합니다. 운동을 아무리 해도 챙겨 먹는 게 부실하면 근육이 붙지 않죠. 만약 운동도 안 하고, 다이어트를 한다고 부실하게 챙겨 먹는다면 오히려 근육만 빠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근육이 빠진 상태에서 다이어트 중 과식∙폭식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면 몸에 지방만 쌓이고요. 결국 근육과 지방의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마른 비만이 심해집니다.

Q. 겉으로 티가 나지 않아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는 사례가 많은데요. 마른 비만, 왜 위험한가요? 특히 주의해야 할 이들이 있는지도 궁금합니다.
피하지방의 지방세포 크기와 숫자는 사람마다 다른데요. 이는 대개 유전적으로 정해지지만, 소아청소년기에 살이 찔 경우 그 크기와 숫자가 좀 커집니다. 학창 시절에 살이 찌지 않는 아이들이 있었죠. 활동량이 많은 것도 있지만, 체질적인 원인도 큰데요. 이들이 성인이 되어서 직장생활을 한다고 가정해 봅시다. 하루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고, 회식을 자주 하는 일상이 반복되면 섭취하는 에너지가 소모하는 에너지 보다 많은, 즉 에너지 밸런스가 ‘플러스(+)’인 상태가 지속되는데요. 이로 인해 생긴 여분의 에너지는 피하지방으로 비축돼야 하는데, 살이 찌지 않던 이들은 통통한 사람보다 피하지방의 크기와 숫자가 부족하다 보니 여분의 에너지를 지방 조직에 비축시키지 못합니다.

피하지방에 비축되지 못한 여분의 에너지는 혈액을 타고 돌다가 내장지방이나 간∙췌장∙근육 등에 끼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혈당, 콜레스테롤, 혈압 수치는 물론 심혈관질환∙지방간 등 각종 질환의 위험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결국에는 사망할 위험까지 높아질 수 있습니다.

Q. 마른 비만, 눈으로 잘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체중계 눈금만으로는 놓칠 수 있어 더 위험한 것 같습니다. 교수님이 <내 몸 혁명>에서 “체중계 눈금보다 ‘건강한 몸’이 먼저다”라고 강조하신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하면 될까요?
여성분들은 50kg, 52kg와 같이 체중계의 눈금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완경기에 접어든 분들은 배가 나오고, 살이 찌기 시작하면서 병원을 찾아와 ‘20대 초반 몸무게로 돌아가고 싶다’고 상담하시곤 하는데요. 이 경우, 저는 단호하게 ‘못 돌아갑니다’라는 답변을 드립니다.

그리고, 돌아가서도 안 됩니다. 20대 초반에는 상대적으로 근육량이 많은데요. 꾸준한 운동, 식습관 관리를 통해 근육을 유지해 왔으면 괜찮으나 우리는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근육은 줄고, 지방은 늘어나게 됩니다. 20대 초반에 52kg, 그리고 완경기에 70kg가 되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평소 철저한 관리 없이 70kg가 되었다면 실제로 늘어난 체중은 거의 지방이고, 근육은 오히려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이 상태에서 과거 몸무게인 52kg로 돌아가기 위해 적게 먹는다면 근육이 더 빠지게 됩니다. 먹는 양을 줄여 52kg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근육이 없기 때문에 체지방률이 36~40% 가까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이런 분들은 체중계 눈금을 줄이는 게 아니라, 더 잘 먹고 운동을 해서 근육을 늘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체중이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지만, 근육량을 늘려 몸을 바꾸는 것이 더욱 중요하죠. 근육량을 늘려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 살이 찌면서 높아진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등을 되돌릴 수 있습니다. 즉,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건강한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내 몸 혁명>의 주요 골자이자 비만 치료의 핵심입니다.


과거 몸무게가 아닌 각종 수치를 정상으로 돌릴 수 있는, '건강 몸무게'를 찾아야 한다|출처: 게티이미지뱅크


Q. 치료의 목표를 ‘건강한 몸 만들기’로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해 주셨습니다. 그렇다면 현재의 비만 치료법, 교수님께서는 어떻게 바라보시나요?
제 이번 시간의 첫 번째 소제목은 ‘비만치료가 잘못됐습니다’입니다. 지금 비만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다면, 비만한 사람이 없어야 하지 않을까요? 왜 현대인들은 오히려 점점 비만해지고 있는 걸까요?

가장 큰 원인은 비만에 대한 ‘잘못된 접근’입니다. 잘못된 접근이 잘못된 치료로 이어지는 것인데요. 많이 먹고, 운동을 안 해서 살이 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사실 많이 먹어서 살이 찌는 것이 아닌 ‘쉬지 않고 먹어서’ 살이 찌는 것입니다.

피하지방을 스펀지로 비유해 보겠습니다. 스펀지가 물을 머금으려면 물을 먹은 스펀지를 짜줘야 합니다. 그래야 또다시 물을 머금을 수 있죠. 피하지방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축되어 있는 지방을 끄집어내 써야 다시 지방을 비축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식사를 하면 혈당이 올라가는데, 혈당이 올라가 있는 동안 우리 몸은 지방을 비축하고요. 당이 떨어질 때 비축해 둔 지방을 씁니다. 스펀지처럼 쥐어짜는 것이죠. 즉, 식사와 다음 식사의 사이, 그리고 수면 시간이 피하지방을 쥐어 짤 수 있는 시간입니다.

그런데, 현대인의 생활패턴을 한 번 볼까요? 아침에 밥, 빵, 과일 등 탄수화물을 먹어 혈당을 높인 채로 대중교통, 혹은 자가용을 이용해 출근합니다. 이후 에스컬레이터∙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에 도착하여 의자에 앉습니다. 아침에 올라간 혈당이 떨어질 수 없는 환경이죠. 그리고 3~4시간이 지나면 점심을 먹고, 사무실에 앉아 달달한 커피, 과자 등을 먹습니다. 그렇게 움직임이 없는 상태로 귀가해 저녁을 먹고, 앉거나 누워 스마트폰이나 TV를 보다가 잠자리에 듭니다. 이렇듯 현대인은 아침부터 밤까지, 피하지방을 짜낼 수 있는 시간이 없다는 것. 이것이 비만의 진짜 원인입니다.

Q. 그렇다면 비축해 둔 피하지방, 어떻게 하면 끄집어내어 쓸 수 있을까요?
피하지방을 쥐어짤 시간을 줘야 하는데요. 이를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이 ‘간헐적 단식’입니다. 다만, 단식만 한다고 해서 피하지방을 끄집어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철저한 단식과 더불어 단식하지 않는 시간에 잘 먹는 것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앞서 비만 치료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건강한 몸’이라고 강조했는데요. 건강한 몸을 만들려면 내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음식을 잘 챙겨 먹어야 합니다. 잘 챙겨 먹다가 우리 몸에 휴식이 필요할 때 간간히 쉬어주는 것, 이것이 간헐적 단식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내 몸을 건강하게 해주는 음식, 대표적으로 ‘단백질’ 식품을 꼽을 수 있습니다. 밥을 먹는 시간 동안 단백질을 충분히 보충해야 근육을 늘려 건강한 몸을 만들 수 있는데요. 단백질의 경우 한 번에 많이 먹어도 내 몸에서 소화∙흡수시킬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기에 나눠서 먹는 것이 좋습니다. 80g의 단백질을 먹어야 하는 사람이 ‘14:10’으로 간헐적 단식을 한다면 20g씩, 네 번에 걸쳐 섭취하는 식입니다.

무엇보다 저는 5:2, 즉 5일 잘 챙겨 먹고 이틀은 한 끼만 챙겨 먹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건강한 사람들도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24시간 단식을 하는 것이 건강에 좋은데요. 한 번도 안 해본 분들은 어렵게 느껴지실 수 있지만, 저녁 6시에 한 끼를 먹고 그다음 날 저녁 6시까지 단식을 하는 식으로 24시간 공복을 유지하면 몸이 굉장히 가벼워지는 걸 느끼실 수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비만의 원인을 ‘많이 먹고, 운동을 안 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저칼로리 식사와 운동을 하는 다이어트 방법을 선택하고, 결국 요요현상이 나타나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가 살이 찌는 이유는 ‘쉴 틈 없이 먹는 것’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적어도 12~14시간의 공복을 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하나, 현대인에서 비만이 생기는 중요한 원인은 ‘의자 중독’입니다. 하루 한 시간 헬스장에 가더라도 나머지 시간을 계속 앉아서만 보내면 운동의 효과가 상쇄됩니다. 따라서, 적어도 30분에서 한 시간에 한 번씩 잠깐이라도 일어나서 움직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작은 습관을 들이는 것만으로도 건강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입니다.

기획 = 박선혜 건강전문 아나운서
도움말 = 박용우 교수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전문의)

김가영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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