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뉴스다] 그 짭조름한 사랑, 어머니의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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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어머니가 깻잎장아찌와 열무김치를 보내오셨습니다.
어머니는 대개 우리가 사는 아파트 앞에 오셔서는 '내려오라'해 먹을 것을 주고 가십니다.
제법 도톰한 김에 어머니가 직접 담근 고추장을 바르고 통참깨를 '솔솔' 뿌려 말린 것입니다.
교육기간 좁은 원룸에서 지내야 하지만 이 형님의 식탁도 오늘만큼은 '어머니표 음식'과 그 사랑으로 제법 풍성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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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뉴스다”>
오랜만에 어머니가 깻잎장아찌와 열무김치를 보내오셨습니다.
어머니는 대개 우리가 사는 아파트 앞에 오셔서는 ‘내려오라’해 먹을 것을 주고 가십니다.
‘집에 들어오시라’ 붙잡아도 여간해서는 발을 들이시지 않습니다.
먹을 것을 전달하는 것부터 자식이나 며느리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시는 것입니다.
이렇게 어머니표 음식이 전달되면 며칠간 식탁이 제법 풍요로워집니다.
어머니표 음식은 참으로 다양합니다.
땅콩 멸치볶음, 도라지무침, 장아찌, 무말랭이, 북어구이, 고추장김구이 등등....
이 가운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은 ‘고추장김구이’입니다.
제법 도톰한 김에 어머니가 직접 담근 고추장을 바르고 통참깨를 ‘솔솔’ 뿌려 말린 것입니다.
핵심은 자연건조입니다.
맑은 날 대나무 소쿠리에 널어 말리는 것입니다.
바삭한 듯 촉촉하고 매콤한 듯 고소한....
이걸 더운 날 찬물에 밥을 말아 함께 먹으면 입맛이 확 돋습니다.
생각만으로도 군침이 고이는군요.
또 장아찌는 어떻습니까?
절인 무로 만든 장아찌는 참기름 몇 방울만 더하면 젓갈만큼 밥도둑입니다.
깻잎이나 마늘종으로 만든 장아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제가 지금 열거한 어머니표 음식은 학창시절에는 반찬 투정의 대상이었습니다.
도시락 반찬으로 오를 때마다 “또 장아찌야? 또 도라지야?” 투덜댔습니다.
소시지, 장조림, 자장, 카레....
‘이런 걸 싸주시면 좋은 데’
그런데 참 입맛이라는 게 오묘하고 간사합니다.
이제는 어머니표 음식이 도착할 때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로 반가우니 말입니다.
좀 더 먹고 살 만해지고 먹거리도 풍족해졌지만 그만큼 어머니표 음식은 더 그립습니다.
요즘 유독 고추장김구이가 먹고 싶어졌는 데 차마 어머니께 ‘해달라’고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팔순을 바라보셔도 손맛은 여전하시고 통도 크시지만 그 번거로움을 알기 때문입니다.
철이 덜 들었던 시절에는 ‘뭐 해달라’ ‘뭐 먹고 싶다’ 콕 집어 말씀을 드렸지만, 이제는 아무 음식이나 갖다만 주셔도 감지덕지합니다.
며칠 전 장기교육을 간 형님과 저녁 밥때쯤 통화를 하면서 물었습니다.
“저녁 뭐 먹어요?”
“응, 어머니가 이것저것 싸주셔서 그거 꺼내서 먹으려고 준비 중이야”
교육기간 좁은 원룸에서 지내야 하지만 이 형님의 식탁도 오늘만큼은 ‘어머니표 음식’과 그 사랑으로 제법 풍성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습관 가운데 어릴 적 어머니 음식에 길든 입맛만큼 고치기 어려운 게 없습니다.
어머니의 반찬, 그 짭조름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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