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 플라스틱 제로 아일랜드' 선언한 제주, 어디까지 왔나?
"작은 불편 감수하는 '실천의지' 확산시키는 게 목표"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화창했던 지난달 29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신흥리 앞바다. 집게와 마대를 들고 갯바위에 올라선 '플라스틱 제로 제주 원정대' 30여 명은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 견학을 마친 뒤 곧장 이 곳으로 와 한참 플로깅(Plogging·걷고 뛰며 쓰레기 줍기)을 했다.
틈이 난 곳 마다 쓰레기가 한 움큼. 일회용컵부터 밧줄, 미세 알갱이까지 대부분 플라스틱이었다. 일상생활에서 버려지는 플라스틱이 어떤 과정으로 처리되는지 직접 눈으로 보고 온 터라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더 경각심이 서렸다.
제주에서 이 같은 캠페인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건 2022년 8월부터다.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가 '2022 제주플러스 국제환경포럼'에서 '2040 플라스틱 제로 아일랜드(Plastic Zero Island·PZI)'를 선언하고 나서다.
이는 2040년까지 1조813억원(국비 2798억·도비 7514억·기타 512억)을 들여 플라스틱 폐기물 배출량은 50%(연 3만3086톤)로 낮추고, 재활용률과 처분(소각·매립)율은 100%까지 끌어올려 플라스틱 폐기물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로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선언 후 1년10개월…시설·제도·조직 확 바꿨다
그로부터 1년 10개월. 그간 제주도는 관련 시설과 제도, 조직을 만들어 가며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해 왔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자원순환 시설의 규모다. 공공 재활용품 선별시설은 일 160톤에서 300톤으로 2배 가량 확충됐고, 지난해 7월에는 고품질 재활용품을 선별하는 광역 생활자원 회수센터, 지난달 27일에는 광역 음식물류 폐기물 자원화시설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2029년에는 광역 폐기물 소각시설도 완공된다.
'제주 자원순환 클러스터'도 조성되고 있다. 투명 페트병 재활용, 폐플라스틱 석유 추출, 미래 폐자원(태양관 폐패널·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재활용, 소각재·유리병 활용 건축자재 생산 등 제주 특화산업 시설들이 들어설 곳이다. 준공 목표 시점은 2028년이다.
제도 개선도 꾸준했다. '2040 PZI' 전반을 살피는 자원순환촉진위원회의 기능이 활성화되도록 '자원순환 기본조례'가 개정됐고, 상위법 개정으로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 조례'로 조례 이름이 바뀔 때는 순환이용센터 설립 근거 등도 마련됐다. 현재 제주도는 순환경제 선도 도시 지정을 위해 '순환경제사회 전환 촉진법'을 개정해 달라고 대정부 건의도 하고 있다. 이 밖에 재활용 가능 자원 회수 통합보상제 도입, 공공기관 플라스틱 등 일회용품 사용 제한,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정착 등의 움직임도 있었다.
조직도 탄탄해 졌다. 2040 PZI 30개 세부과제를 담당 부서·기관이 실행하면 기후환경국 자원순환과가 워킹그룹의 자문을 받으며 모니터링과 성과 관리를 총괄하고, 그 결과는 자원순환촉진위가 심의해 환류하고 있다. 행정 밖에서는 200여 명 규모의 '2040 PZI 범도민 추진위원회'가 2040 PZI에 대한 범도민적 분위기를 확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정근식 제주도 자원순환과장은 "환경을 위한 일들은 불편함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며 "우리가 살고 있고, 우리 미래세대가 살아갈 제주를 위해 조그마한 불편은 감수해 줄 수 있다는 생각들, 또 그런 움직임에 함께 하겠다는 마음들이 실천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2040 PZI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했다.
◇전국 최초 관광분야 자원순환 사업 추진 '눈길'
2040 PZI 세부과제 중에는 전국 최초의 시도도 있다. 친환경 관광 트렌드에 발맞춰 2022년 8월부터 추진되고 있는 관광분야 자원순환 사업이다.
시범지역은 연간 180만명이 찾는 '우도'다. 현재 제주도와 제주관광공사, 우도면 주민자치위원회 등은 우도에서 '유두! 우도(U-do! UDO)' 캠페인을 펴고 있다. 다회용 컵·투명 페트병 자원순환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청정 우도 디지털 서약 △제로 웨이스트 투어 △세상에 E-RUN 트립 등 친환경 체류형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식이다.
지난 4월27일에는 다회용기 세척센터 완공을 기념해 우도 주민들이 '플라스틱 제로 청정 우도 비전'을 선포하며 적극적인 동참 분위기를 밝혀 그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관광 폐기물을 가장 많이 배출하는 숙박업계의 참여도 활발하다.
특급호텔 10곳이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릴레이로 고체 어메니티 사용 캠페인인 '제로 웨이스트 라운지(Zero Waste Lounge)'에 참여하는가 하면, 올해 들어서는 환경교육재단과 유엔 산하 세계관광기구가 부여하는 국제 인증인 '그린 키(Green Key)'를 받으려는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강봉석 제주관광공사 관광사업실장은 "관광객들의 작은 실천 하나하나까지 모으려는 노력은 2040 PZI를 완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며 "유관 기관·기업과 함께 꾸준히 고민해 나간다면 더 좋은 솔루션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제주관광공사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mro122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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