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극장' 전남 진도, 작약꽃 필 무렵 모녀 3대의 인생 이야기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작약꽃 필 무렵, 선물처럼 찾아온 행복이 있다.

오늘(3일) 방송되는 KBS1 '인간극장'에서는 '작약꽃 필 무렵' 편이 전파를 탄다.

전남 진도의 산골에는 유난스레 5월을 기다리는, 모녀 3대가 있다. 딱 이맘때만 만날 수 있는 귀한 몸, 작약꽃 때문이다.

8년을 공들인 덕에 산골의 너른 밭은, 5월만 되면 작약꽃 천국으로 변신한다. 처음 이 산중에 터를 잡은 건, 2대 김미숙(57) 씨 부부다. 미숙 씨는 30년 전, 남편 장현무(64) 씨를 따라, 산골로 들어와 사슴 농장을 시작했다.

농장과 함께 식당에 메기양식장까지, 두루 도전했지만 실패하고, 급기야 12년 전, 농장이 남의 손에 넘어갈 위기에 처했다. 그때 미숙 씨가 손을 내민 사람은, 삼남매 중 맏딸이었다. '함께 농장을 일으켜보자' 딸을 불렀고, 몇 년 후엔 목포에 계신 친정어머니까지 모셔 왔다. 그렇게, 모녀 3대의 뜨거운 동거가 시작됐다.

12년 전, 엄마의 호출을 받고 진도로 오게 된 맏딸, 장슬기(36) 씨. 처음에는 뚝딱뚝딱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과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었다. 매번 호통만 치는 아빠 밑에서 일을 배우려니 사사건건 부딪치기 일쑤였다. 젊은 나이에 가족을 위해 모든 걸 제쳐 두고 깊은 산골에 들어왔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 방황했던 슬기 씨. 혼자 눈물 흘리는 딸의 모습을 보며 그녀를 부른 엄마, 미숙 씨의 마음 역시 편치 않았다는데.

모녀 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일을 덜어주는 건 1대 추엽(79) 할머니다. 딸을 이른 나이에 공장으로 보냈던 어머니 마음은 편했을까.

고생하고 자란 내 자식들, 어떻게 하면 짐을 좀 덜어줄까, 6남매 키운 몸으로 다시 손주들을 품기 시작한 추엽 씨다. 맏딸 미숙 씨의 삼남매를 시작으로 줄줄이 손주들을 대신 키워주었다. 그것으로는 성에 안 차, 맏딸 미숙 씨네 농원에 들어와 고생하는 딸과 손녀의 일을 도와준다. 팔십이 넘은 나이에도, 손톱에 흙물이 들도록 가시가 박히도록 일손을 놓지 않는다.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eyoree@sportshank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