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에서 혁신이 사라졌다[K기업 고난의 행군⑥]
쿠션 화장품 등으로 한국 혁신 기업으로 인정받아
코스알엑스, 아모레퍼시픽 새로운 카드로
지난 5월부터 연결실적에 포함되며 기대감 커져
[커버스토리 - K기업 고난의 행군⑥]
‘아모레퍼시픽이 대한민국 화장품의 역사를 써내려가고 있다.’
2008년 3월 아모레퍼시픽이 스킨케어 브랜드 아이오페에서 세계 최초로 쿠션 화장품을 출시하자 이 같은 평가가 나왔다. ‘1초에 1개씩’ 팔릴 정도로 인기를 얻자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한국의 아모레퍼시픽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이 됐나’라는 기사를 통해 회사를 조명하기까지 했다.
당시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뷰티업계는 물론 전 세계 화장품 시장의 트렌드를 선도하는 회사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주도권은 H&B스토어를 운영하는 CJ올리브영이 가져갔다. 업계 내 아모레퍼시픽의 입지는 줄어들고 있다.
◆ 제2의 쿠션은 어디에
쿠션은 혁신 그 자체였다. 액상 내용물을 머금은 스펀지를 퍼프로 소량 찍어내 바르는 베이스 메이크업 화장품이다.
2015년 국내외 3300만 개 이상을 판매하며 ‘초 단위로 팔리는 화장품’이 되자 모든 회사가 아모레퍼시픽을 따라했다. 2015년 랑콤, 2016년 에스티로더·디올·입생로랑, 2017년 샤넬·나스·아르마니 등 세계 굴지의 브랜드들이 아모레퍼시픽의 쿠션 제품과 유사한 화장품을 출시했다.
포브스는 “아모레퍼시픽의 팩트는 휴대성과 편의성이 좋다”며 “화장 준비 시간이 줄어들면서 한국 여성들의 메이크업 습관이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쿠션 이후에는 큰 혁신이 없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예전 아모레퍼시픽은 선망의 기업이었다”며 “트렌드를 선도하면서도 보너스도 두둑해 모두가 가고 싶어 했다. 한때는 ‘월급보다는 성과급 보고 취직하는 곳’이라는 말도 나왔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그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시장을 조기에 개척한 것이 성장의 발판이 됐지만 어느 시점에 이르자 성장을 짓누르는 반작용을 가져오기 시작했다. 서경배 회장은 일찌감치 중국의 성장 가능성을 알아봤다. 쿠션이 흥행한 이후 아모레퍼시픽은 중국에서 설화수 등 다양한 브랜드의 화장품을 엄청나게 판매했다. 한때 아모레퍼시픽의 해외 매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 등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중국 시장이 휘청거리자 그룹 전체가 큰 내상을 입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현재 미국, 일본 등에서 핵심 브랜드를 선보이면서 해외 사업 지역을 확대하고 있지만 영향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 반전의 카드 ‘코스알엑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은 확실한 카드가 있다. 2021년 인수한 국내 화장품 중소기업 ‘코스알엑스’가 아모레퍼시픽의 비장의 카드가 됐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0월 코스알엑스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잔여 지분 28만8000주를 7551억원에 인수하며 완전한 주인이 됐다.
2021년 인수 당시 잔여 지분을 매수할 수 있는 매수청구권(콜옵션)을 부여받았고 해당 콜옵션을 행사했다.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한 코스알엑스 지분은 93.2%다.
2013년 설립된 코스알엑스는 민감 피부를 위한 저자극 스킨케어 브랜드로 빠른 성장을 거듭하며 글로벌 스킨케어 신흥 강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스알엑스의 최근 3년 연평균 매출 성장률은 60% 이상이다. 북미, 동남아, 유럽, 일본 등 140여 개 국가에 진출한 상태로 해외 매출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코스알엑스는 지난 5월부터 아모레퍼시픽의 연결 실적에 포함됐다. 키움증권은 지난 5월 23일 코스알엑스가 아모레퍼시픽의 연결 실적에 편입된다며 아모레퍼시픽 목표주가를 20만원에서 23만원으로 올렸다.
업계 한 관계자는 “코스알엑스가 아모레퍼시픽의 부진을 상쇄할 정도”라며 “국내에서도 인기가 있지만 해외에서 더 반응이 좋다. M&A 하나가 기업 하나를 살릴 정도”라고 평가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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