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 부산 금정산 81만평에 얽힌 삼천리 후계구도
1980년 이씨·유씨 두 동업 집안 5대 5 매입
골프장 건설 무산된 뒤로도 30년 넘게 소유
유력 3대 후계자 이은백 25%, 유용욱 30%
금정산(金井山)은 부산을 대표하는 명산이다. 면적 51.7㎢에 부산(44.38㎢)과 경남 양산(7.32㎢)에 걸쳐 길게 뻗어 있다. 경관이 뛰어나고 범어사, 금정산성 등 문화유산도 많아 매년 3백만명 이상의 방문객이 찾는다.
재계 54위 삼천리그룹 이(李)씨, 유(劉) 두 동업자 집안과도 인연이 깊다. 금정산은 전체 면적의 87%인 45.02㎢가 사유지로 이 중 2.7㎢나 되는 땅의 주인이다. 30여년 전 골프장을 짓기 위해 사들였다가 사업이 무산된 뒤로도 지금까지 소유하고 있다.
오늘의 삼천리를 만들어 낸 ‘핏줄보다 진한 동업정신’은 물론 긴 세월 동안 3대까지 대물림됨으로써 후계구도까지 엿볼 수 있는 삼천리 오너 지배구조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장손 이은백, 이씨家 중 유일한 3세 땅주인
삼천리 오너 일가가 소유한 금정산 임야는 부산 금정구 금성동 산 1-1 번지 81만8112평이다. 금정산 8개 봉우리 중 최고봉인 해발 815m 고당봉을 꼭짓점으로 좌측으로 미륵사 일대, 우측으로 금정산성 북문을 잇는 삼각형 모양의 땅이다.
1980년 6월 36홀 규모의 골프장을 짓기 위해 매입했다. 특히 두 집안의 동업 상징인 양대 주력사 ㈜삼천리, ST인터내셔널(옛 ㈜삼탄) 지분 균등 소유처럼 당시에도 양가는 5대 5 원칙을 철저히 지켰다.
이씨 가(家)에서는 고(故) 이장균(1920~1997) 명예회장을 비롯해 부인 김성숙(92)씨, 2남2녀 중 장남 고 이천득(1952~1987) 전 ㈜삼천리 부사장, 차남 이만득(68) 회장, 차녀 이단(66)씨 등 5명이 각각 10분의 1의 지분을 가졌다.
유씨 일가도 5명이 균등하게 참여했다. 유성연(1914~1999) 명예회장과 부인 고 박옥순(1927~2019)씨, 1남2녀 중 장녀 유명옥(74)씨, 차녀 유혜숙(68)씨, 장남 유상덕(65) 회장이 면면이다.
1987년 5월 오너 3세가 처음으로 땅 주인이 됐다. 이은백(51) 현 ㈜삼천리 해외사업총괄 대표 사장이다. 부친 이 전 부사장 작고 뒤 땅 지분이 오롯이 이 사장에게 상속된 데 기인한다. 부인 유계정(74) 전 천만장학회 이사와 두 딸 이은아(49)씨, 이은미(48)씨 몫은 없었다.
뒤이어 이씨 집안의 연쇄 증여가 이뤄졌다. 1988년 6월 창업주 내외의 20%와 1990년 2월 이단씨 10%다. 이때도 2대 후계자인 이 회장 15% 외에 절반은 이 사장에게 돌아감으로써 이후 이씨 가에서는 줄곧 삼촌과 조카가 25%씩 소유해왔다. ㈜삼천리 이씨 집안의 장손이자 유력 3대 후계자로서 이 사장의 존재감을 엿볼 수 있다.
반면 금정산 땅에 대한 이씨 집안의 세대교체가 이뤄진 뒤 골프장 조성 계획은 결국 무산됐다. 환경 훼손 등을 우려한 부산시민들의 반발로 사업 신청과 철회를 거듭하다 결국 10년 만에 사업을 접었다.
차남 유용욱, 입사 무렵 부친 지분 전량 수증
골프장 사업이 백지화된 뒤로도 오랫동안 금정산 땅을 가지고 있던 삼천리 오너 일가에서 비교적 근래에 새로운 주인이 등장했다. 이번엔 유씨 집안이다. 유 회장의 두 아들 중 차남이자 자타공인 차기 오너 유용욱(36·미국명 유로버트용욱) 현 ST인터내셔널 경영기획실장이다.
1988년 6월 이 명예회장 부부의 지분 20%를 차남과 장손이 증여받을 무렵 유씨 집안 ST인터 2대 후계자인 유 회장 또한 양친 소유의 20%를 전량 물려받아 도합 30%를 보유해왔다. 이를 2018년 5월 전량 증여해 준 이가 유 실장이다. 장남 유용훈(37)씨 몫은 없었다.
시기적으로 유 회장이 본격적으로 3대 승계 작업을 시작한 시점과 일치한다. 유 실장이 ST인터내셔널에 입사한 게 이 무렵이다. 이어 2019년 12월에는 당시 ㈜삼천리 단일 최대주주(12.3%)였던 유 회장이 지분 7.84%를 증여해 줌으로써 유 실장은 양가가 교차 소유 중인 양대 주력사 중 처음으로 주주로 등장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삼천리 두 동업자 집안은 금정산 땅 조차도 동업 원칙을 지키면서 양가의 유력 후계자에게만 오롯이 대물림한 것을 볼 수 있다. 골프장 건설을 위해 1980년 3월 설립했던 금성개발(金城開發)에서도 마찬가지다. 사업이 무산되자 1998년 7월 폐업한 계열사다.
법인은 지금껏 존재한다. 2014년 8월까지 이 회장과 유 회장이 각각 대표와 이사진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던 곳이다. 지금은 두 오너를 대신해 손원현 현 삼천리모터스 대표와 권영관 ST인터내셔널 감사가 맡고 있다. 감사는 길형도 삼천리열처리 대표다.
금성개발 역시 이씨, 유씨 양가가 각각 지분 50%를 소유 중이다. 다만 세부적인 주주들의 면면은 이씨 집안만 확인된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이 회장이 27.5%, 이 사장이 22.5%를 가지고 있다. (▶ [거버넌스워치] 삼천리 ⑥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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