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떳떳하지 못한 최악의 트로트
갑자기 무더위가 엄습한다. 열두 달 중 가장 꿈 같은 느낌을 간직하고 있는 오월, 그 오월이 우리 곁에 흐르고 있는데 날씨는 벌써 한여름이다. 일상생활마저 순탄치 않아 후텁지근한데 날씨마저 기승이다.
오늘따라 주위에서 들려오는 가벼운 농이 귀를 자극한다.
"쌈질만 하는 정치가 보기 싫어 뉴스는 안 보고, 고향 팀이 계속 지니 야구도 보기 싫고, 그나마 듣던 호중이 노래도 이젠 듣기 싫다."
이 말이 귀에 감긴 건 마지막에 붙은 가수 김호중에 관한 언급 때문일 게 뻔하다. 앞의 두 이야기야 진즉부터 회자하던 말이니 대충 무슨 뜻인지 안다. 국민 대부분이 진영논리로 치닫는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마음이 떠난 지 오래고, 향수에 젖은 마음을 얹어 저녁 시간을 할애하던 야구 중계도 고향 팀이 연신 지기만 하니 그마저 즐길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심심하여 둘 데 없는 마음을 트로트나 들으면서 견뎠는데 그마저 실망뿐이란 말이다.
트로트는 대중이 부담 없이 듣던 우리의 노래이기에 어쩌면 국민이 가까이 곁에 두고 살던 노리개보다도 더 친근한 것일지도 모른다. 일터에서 힘든 일을 하면서 혹은 집에서 한순간 휴식을 취하면서도 늘 입에 달고 살았던 대중가요인 트로트. 거기에 국민적 정서가 강자보다는 약자의 편에 서기를 마다하지 않는 면이 있어서 한 가수에게 마음이 머물렀던 것도 사실이다. 그의 성장 과정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느낀 국민은 늘 어머니의 마음이 돼 그를 감싸고 격려하기에 주저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국민의 가슴에 감당할 수 없는 커다란 절망감을 안긴 것이니 그럴 만도 하다.
인간은 신이 아니고 사람이다. 그래서 누구나 실수를 하고, 진실하게 반성하고, 다시는 그런 잘못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존재다. 이번에 음주 운전으로 접촉사고를 낸 김호중의 경우는 젊은 나이에 과하게 술을 했구나, 하며 그래도 목숨에는 별 탈이 없음을 다행으로 여겼을 것이다. 물론 음주 운전이라는 무거운 죄는 엄중히 다스려야 한다고 질책하면서도 그에 대한 애정을 접는 일까지는 초래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밝혀진 기사를 보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행동으로 국민에게 배신감을 안겨줬다.
영장 심사를 맡은 판사의 질책에는 그의 잘못된 행동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짚어 주고 있다. "똑같은 사람인데 김호중은 처벌받으면 안 되고, 막내 매니저는 처벌받아도 괜찮은 것이냐" 이 한 마디에는 김호중의 인간성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음주 운전 부인하다 인정, 매니저 가짜 운전 주장, 메모리 카드 제거, 도둑 출석, 6시간에 가깝게 버티며 포토라인 기피, 음주량 허위 진술 등 어느 하나 반성하고 용서를 비는 자세가 아니었다. 물론 이러한 일들이 김호중 혼자의 잘못으로 보진 않는다고 해도 이번 사건은 일반인으로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기에 많은 사람이 실망하는 것일 거다.
삽으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도록 김호중 자신과 소속사가 자초해 일을 키웠다. 여기서 우리는 모든 사람은 평등하고 적합한 대우와 처벌을 받아야 함을 다시 한 번 되새길 필요가 있다. 잘못된 일은 그 자체를 놓고 온당히 제대로 된 벌을 받아야 다시는 그런 일을 하지 않게 된다.
한 번쯤은 왜 이런 일이 발생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이야 누가 뭐라 하겠냐마는 지나친 팬심이 가수의 인생에 차단기를 내리는 결과를 초래하지는 않았을까. 지나친 팬심은 가수의 경거망동을 부추긴 꼴이 됐고, 정확한 사리 판단에 취기를 불어넣은 셈이 됐다. 우리는 트로트의 명창이 많은 사람의 가슴을 적셔줄 곡을 가질 기회를 상실했다. 그 아픔이 국민의 가슴을 더욱 슬프게 한다. 합당한 처벌 후에 다시 바로 서는 국민적 가수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무엇이 됐든 웃으며 삶을 꾸리는 국민이 되고 싶다. 우리는 그런 권리가 없는 국민일까. 강도묵 대전·세종·충남경영자총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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