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지진의 과거를 밝히는 '석영'의 비밀

2024. 6.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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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이레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선임연구원

지진 현상은 우리가 사는 지구가 살아있다는 증거인데, 지진이 일어날 때 지구 표면에 복잡한 균열과 변형이 생기게 되고 이를 단층이라 한다. 단층의 역사와 활동성을 이해하는 것은 미래의 지진을 예측하고 그 영향을 줄이는 데 매우 중요하다.

지난 10년간 한반도 내에서도 수차례 지진이 발생하면서 과거 지진으로 생긴 단층의 활동 시기를 연대측정을 통해 규명하는 연구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중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석영 입자를 통해 한반도 지진의 기록을 연구하는 연대 분석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자 한다.

지구 광물계의 팔방미인인 석영(Quartz)은 규소(Si)와 산소(O) 두 가지의 원소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구상에서 가장 풍부한 광물 중 하나로, 화성암, 퇴적암, 변성암 등 다양한 종류의 암석에서 발견된다. 예를 들어, 해변의 모래 대부분이 석영으로 구성돼 있다. 아름다운 결정 형태와 다양한 색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는 석영은 보석으로도 인기가 많다.

그러나 석영의 진정한 가치는 과학 연구에서 빛을 발한다. 과거 지진의 기록을 추적하고 연구하기 위해 석영 입자를 이용한 연대 측정 방법으로는 광여기 루미네선스(OSL, Optically Stimulated Luminescence)와 우주선유발 동위원소 연대 측정이 주요하게 활용되고 있다. 이 기법들은 과거 지진이 언제 발생했는지,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를 밝혀내는 데 도움을 준다. 이제 각 기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단층 연구에서 가지는 중요성을 살펴보겠다.

광여기 루미네선스 연대 측정은 시료가 빛에 노출됐을 때 발생하는 신호(루미네선스)를 이용해 그들이 마지막으로 빛에 노출되거나 가열된 시기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퇴적 과정 동안 석영이 햇빛에 노출되면 석영이 이전에 가지고 있던 루미네선스 신호를 모두 잃게 되며 이를 블리칭(Bleaching)이라 한다. 이후 석영이 퇴적돼 햇빛으로부터 차단되면 주변 퇴적물로부터 방출된 이온화 방사선에 의해 다시 루미네선스 신호를 축적하게 된다. 루미네선스 양은 석영이 퇴적된 이후 경과된 시간에 비례하기 때문에 석영이 퇴적된 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

우주선유발 동위원소 연대 측정은 암석 및 퇴적물과 같은 지질 물질의 연대를 결정하는데 사용되는 절대연대 측정 방법 중 하나이다. 이는 우주로부터의 고에너지 입자인 우주선과의 상호 작용에 의해 물질에서 생성되는 우주선기원 핵종으로 알려진 특정 동위 원소를 측정한다. 우주선이 지구 대기에 진입하면 대기 원자와 충돌해 일련의 핵 반응을 통해 중성자, 양성자 및 뮤온을 포함한 2차 입자를 생성한다. 이러한 2차 입자 중 일부는 광물이나 암석 표면의 원자와 상호 작용해 우주선기원 핵종(베릴륨-10, 알루미늄-26)을 생성하며, 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물질에 축적된다.

시료에 있는 우주선기원 핵종은 우주선에 노출된 시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므로 연대를 추정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광여기 루미네선스와 우주선유발 동위원소 연대 측정 기법은 지진 연구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질학적 연구에 널리 활용되고 있으며 상호 교차 검증을 통해 각각 산출된 연대의 신뢰성을 향상시켜주고 있다.

우리 주변의 석영 입자를 활용한 광여기 루미네센스와 우주선유발 동위원소 연대측정 기법은 지구과학 연구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활성지구조연구센터는 이러한 기법들과 다학제적 연구를 통해 국내외 활성단층 연구에 매진하고 있으며 지진 재해를 예방하고 대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자 한다. 생활 속에서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석영을 통해 지구의 역사를 이해하고,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길 기대한다. 석영은 그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그 속에 담긴 과학적 이야기들은 우리에게 더 큰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최이레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활성지구조연구센터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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