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생각] 공정에 대한 사회적 합의

2024. 6. 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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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원에서 근무한 지 1년 반이 다 되어간다.

교육원 특성상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직원들을 접할 기회가 많은데, 이들은 최근 발생한 어떤 사안에 대해 공정하지 않음을 이전 세대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았다.

MZ세대가 경기 침체로 더 이상 파이가 커질 수 없는 현실과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공정의 가치를 더 우선하는 점은 이해할 수 있으나, 그것이 반드시 사회적 정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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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호 NH농협은행 청주교육원 팀장

교육원에서 근무한 지 1년 반이 다 되어간다. 교육원 특성상 MZ세대라 불리는 젊은 직원들을 접할 기회가 많은데, 이들은 최근 발생한 어떤 사안에 대해 공정하지 않음을 이전 세대보다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보았다. 우리 사회가 과거보다 많이 깨끗해져서 사소해 보이는 불공정에도 그러한 반응을 하는 것일까? 몇 가지 찾아보니, MZ세대는 학창 시절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냈으며, 졸업 후에도 경기 침체로 인해 취업 문이 좁아 최고의 자격을 쌓았음에도 취업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아마 내가 이들과 경쟁하였다면 분명 나는 이들과 같은 직장을 함께 다니지 못했을 거라는 생각을 종종 하곤 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였고, 그러한 노력에 적절한 보상을 받는 것이 공정하다고 생각하기에, 반칙이나 꼼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세상이, 사회가, 그리고 제도가 공정해야 한다는 것에 백 퍼센트 동의한다. 다만 그 공정이라는 개념을 사람들이 똑같이 생각하지 않는다면, 달리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공정은 정의와 비슷한 개념이나, 공정이 좀 더 과정에 주목한다면 정의는 결과와 더 관련이 깊다고 한다. 또한 과정이 공정하다고 하여 항상 정의로운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다. 개인주의와 능력주의에 익숙한 MZ세대는 집단적 정의나 실질적 평등보다는 능력 발휘를 위한 공정한 경쟁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법철학에는 두 가지 큰 화두가 있는데, 그것은 '법적 안정성'과 '구체적 타당성'이다. 법적 안정성은 법의 해석과 적용에 있어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구체적 타당성은 법적 안정성에도 불구하고 개별사건에 있어 정의에 부합한 해석과 적용을 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두 화두는 언뜻 서로 대립하는 개념처럼 보이나, 총론과 각론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을 듯하다. 법적 안정성을 따르되, 그 결과가 정의와 부합하지 않는 경우 법적 안정성을 크게 해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체적으로 타당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여야 할 것이다.

위에서 말한 공정은 법적 안정성과, 정의는 구체적 타당성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능력 있는 개인은 공정한 경쟁만 있으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으므로 공정에 더 주목하지만, 인간은 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며 출발점이 다르다면 애초에 그 경쟁은 공정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MZ세대가 경기 침체로 더 이상 파이가 커질 수 없는 현실과 치열해진 경쟁 속에서 공정의 가치를 더 우선하는 점은 이해할 수 있으나, 그것이 반드시 사회적 정의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우리 세대(X세대)에는 세상이 아직 정의롭지 않다고 여겨 법적 안정성보다는 구체적 타당성이 조금 더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MZ세대에게는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법적 안정성이 더 우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인가 보다. 어느 쪽이 더 옳다고 할 수는 없다. 공정이든 정의든 사회적 합의를 통해 그 개념이 정해진다. 공정에 대해 생각이 나뉜다면 그것은 사회적 합의가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고 우리 사회가 완전히 통합된 것이 아니라는 의미이다. 기성세대는 MZ세대와 지속적이고 활발한 세대 간의 대화를 통해 공정과 정의에 대해 세대를 초월하는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야 하겠다. 노윤호 NH농협은행 청주교육원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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