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 던지고 싶습니다” 모두가 놀랐던 그 선수, SSG 눈도장 받고 상무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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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중반, SSG 퓨처스팀(2군) 코칭스태프는 이기순(21·SSG)과 면담 과정에서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기순은 선발 보직을 원했던 것에 대해 "중간만 하다 보니까 어떤 게 나에게 맞는지 잘 몰랐다. 선발은 정해진 날짜가 있으니 계속 운동을 하면서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조금 많이 배웠던 것 같다. 어떻게 체력적으로 관리를 해야 할지도 알게 됐다. 2022년에 비해 2023년은 체력적으로 많이 좋아졌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기순은 멀리 보고 그 결정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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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선발로 던져보고 싶습니다”
지난해 중반, SSG 퓨처스팀(2군) 코칭스태프는 이기순(21·SSG)과 면담 과정에서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들었다. 이기순이 선발로 던져보겠다는 뜻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기순은 지명 당시부터 구단이 선발감으로 생각한 선수는 아니었다. 이후 육성 방향도 어디까지나 불펜이었다. 당장 선발진에 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불펜에서 자신의 장기를 보여주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기순의 뜻은 확고했다. 꼭 선발로 전향하겠다는 것은 아니었다. 자신의 보직과 별개로 많이 던져보고 싶었다. 던지면서 답을 찾으려고 했다. 이기순의 뜻과 생각을 읽은 코칭스태프도 선발 기회를 허락했다. 5이닝을 던지지 못하는 날도 있었지만 3이닝, 4이닝이라도 묵묵하게 던지며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냥 그 자리에 안주했다면 이기순의 2024년은 별 소득 없이 흘러갔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선발로 던져본 것이 어쩌면 야구 인생의 전기로 찾아왔다. 이기순은 선발 보직을 원했던 것에 대해 “중간만 하다 보니까 어떤 게 나에게 맞는지 잘 몰랐다. 선발은 정해진 날짜가 있으니 계속 운동을 하면서 준비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조금 많이 배웠던 것 같다. 어떻게 체력적으로 관리를 해야 할지도 알게 됐다. 2022년에 비해 2023년은 체력적으로 많이 좋아졌던 것 같다”고 당시를 떠올린다.
선발로 간다는 건 어쩌면 2023년 더 이상 1군에서의 기회가 없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었다. 당장 이기순을 선발로 쓸 플랜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기순은 멀리 보고 그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그때의 경험은 2024년 팀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길게 던질 수 있다는 장점이 어필됐고, 부상과 부진으로 어수선했던 팀 마운드에서 기회를 잡는 데 성공했다.
동산고를 졸업하고 2022년 SSG의 2차 5라운드(전체 42순위) 지명을 받은 이기순은 작은 체구(174㎝·74㎏)를 가진 선수다. 구속도 그렇게 빠른 건 아니다. 포심패스트볼 구속은 시속 140㎞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아마추어 시절부터 뛰어난 수직무브먼트로 주목을 받았다. 공 끝에 힘이 있다는 것이다. SSG는 비슷한 체격 조건에 비슷한 장점을 가진 김재웅(키움)을 염두에 두고 이기순을 지명했다.
불펜으로 뽑기는 했지만 지난해 퓨처스팀에서 길게 던진 경험을 한 덕에 차별성을 가질 수 있었다. 국군체육부대(상무)에 합격한 상태라 1차 플로리다 전지훈련에는 가지 못했으나 대만 캠프에서 1군 코칭스태프의 눈에 들었고, 올해 1군에 올라오며 활약 중이다. 빛이 나는 보직은 아니지만 선발로 뛴 적도 있고, 또 선발이 일찍 무너졌을 때 뒤에 붙는 보직도 수행 중이다.
시즌 10경기에서 19⅔이닝을 던지며 1승1패 평균자책점 3.66을 기록하며 나름대로 괜찮은 성적도 남겼다. 볼넷을 줄이는 것은 숙제지만, 피안타율 자체는 0.174에 불과할 정도로 구위는 인정을 받고 있다. 2일 고척 키움전에서는 선발 박종훈의 뒤를 이어 4회 등판해 5회까지 팀 승리의 다리를 놓으며 데뷔 후 첫 승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이기순은 이제 예정대로 상무에 입대한다. 비록 올해 1군에서 완결을 짓지는 못했지만 코칭스태프와 구단의 기대대로 성장하고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은 큰 수확이다. 상무에서 많이 던지며 자신의 무기들을 다듬는다면 제대 후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선수로 평가된다. 지난해 이맘때 자기 자리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하게 도전을 선택해 작은 발판을 마련한 이기순이 이보다 더 큰 발판을 만든 채 제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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