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리포트] 테슬라發 태풍…달라진 휴머노이드 로봇

박찬규 기자 2024. 6. 3.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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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의 로봇시장]① 로봇 가격, 수억원대→수천만원대
[편집자주] 로봇은 먼 미래가 아니라 이미 생활 속으로 파고들었다. 식당에서 로봇이 음식을 갖다 주는 건 기본, 커피를 내리고 맥주도 따라준다. 전기차 주차와 충전을 책임지고 타이어도 바꾸는 시대도 곧 열린다. 사람처럼 걸어 다니는 휴머노이드 로봇도 많은 발전을 거듭하며 1가구 1로봇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진출을 선언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사진=로이터
2021년 미국의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진출을 선언하며 관련 시장은 요동쳤다. 로봇 기술의 결정체로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의 움직임을 모방한 게 핵심으로 두 발로 걸어 다니고 두 팔과 손으로 물건을 집고 옮기는 동작이 가능하다.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테슬라봇'(Tesla Bot) 개발을 발표한 이후 업계 평가는 상반됐다. 기존 자동차산업을 주도해 온 글로벌 완성차업체들보다 앞서 전기차 시장을 개척한 경험을 보유한 만큼 로봇 시장에서도 가능성을 보일 수 있다는 쪽과 겉은 그럴싸할지라도 구현하는 성능은 기초적인 수준에 머무를 것이란 의견이었다.

옵티머스(Optimus)로 이름이 정해진 테슬라봇이 처음 공개됐을 때는 제한적인 움직임만 가능해 분명한 한계를 드러냈다. 이동 속도도 매우 느렸다. 20여년 전 혼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ASIMO)보다 나은 점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공개된 2세대 옵티머스는 무게를 약 10kg 줄이고 보행속도를 30% 높였다. 달걀을 손가락으로 집는 영상도 공개됐다.


동작 구현보다 '원가절감'에 쏠린 관심


미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가방의 지퍼를 열고 있다. /사진=로이터
로봇업계에서는 테슬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설계와 제작에 대한 선입견을 깼다고 본다. 굳이 사람과 똑같지 않아도 된다는 발상으로 복잡한 유압식 대신 간단한 전기모터로 동작을 구현했기 때문.

이 방식이라면 생산 단가를 큰 폭으로 낮출 수 있고 만들기도 쉬워서 여러 업체들이 이미 제품을 내놓고 차별점을 강조하고 있다.

현존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최강자는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아틀라스다. 마치 체조선수처럼 점프하고 백텀블링까지 가능한 최고 수준의 동작을 구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동작을 구현하기 위해 비싸고 무거운 유압식을 쓴다. 예상 가격도 수억원을 호가하기 때문에 판매되지는 않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가 공개한 올 뉴 아트라스의 모습 /사진=보스턴다이내믹스 영상 캡쳐
최근 보스턴다이내믹스는 테슬라봇처럼 전기 모터 액추에이터를 적용한 로봇 영상을 공개했다. 사람처럼 움직이는 기존 아틀라스의 모습을 기억하는 이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바닥에 엎드려 있다가 다리와 허리를 먼저 세운 뒤 몸통을 나중에 움직였고, 머리를 180도 돌려 자세를 잡았기 때문이다. 유압식에선 구현할 수 없는 동작이다.
이 방식은 중국 업체들도 활용하며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주목받는 업체는 유니트리로 최근 G1이라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관심을 모았다. 이 로봇은 몸통과 머리가 따로 돌아가는 건 물론, 연구소 직원이 발로 차고 손으로 밀어도 비틀대며 자세를 잡으며 넘어지지 않았다.
유니트리 G1의 홍보 영상에서 개발자가 로봇을 발로 찼지만 넘어지지 않았다 /사진=유니트리 유튜브 캡쳐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가 계속되면서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 리서치는 휴머노이드 로봇의 총 시장 규모가 2035년까지 380억달러(약 51조6230억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존 전망치 60억달러에서 6배 이상 상향 조정했다.
제조비용도 지난해 저가형의 경우 대당 약 5만달러(약 6795만원)에서 최첨단 버전의 25만달러(약 3억3975만원)까지 형성됐지만 현재는 3만달러에서 15만달러까지 떨어졌다. 애널리스트들은 연간 15~20% 가격 인하를 예상했지만 실제론 40% 이상 감소한 것이다.


국내도 '휴머노이드' 주목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은 '휴보'(HUBO)가 대표적이다. KAIST 연구실에서 출발해 현재는 레인보우로보틱스로 관련 사업을 이어가는 중이다. 삼성전자는 이 회사에 590억원을 투자하며 미래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나아가 로봇사업 연구팀을 재편하며 '지능형 로봇' 시장 공략을 밝히기도 했다. 중국의 '로봇 굴기'에 대응하려면 로봇과 관련한 모든 영역에서 역량을 갖춰야 해서다.

최근엔 에이로봇이 35억원의 시드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관심을 모은다. 이 회사는 1인 1로봇을 목표로 휴머노이드 로봇을 개발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은 사람의 동작을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만큼 웨어러블 로봇과도 연관이 많다. 일본의 혼다도 아시모를 개발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행 보조 로봇 등을 만들어 의료용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웨어러블 로봇은 낮은 가격이 핵심이다. 국내에선 위로보틱스가 1.6kg 경량 보행 보조 로봇을 300만원대 가격으로 출시했고, 산악구조대 등에서 테스트하며 성능을 검증받았다.

로봇업계 관계자는 "전기식 액추에이터는 달걀을 집는 등 섬세한 동작에 유리하지만 점프 등의 고난도 동작을 구현하기는 아직 어렵다"며 "생긴 건 사람이지만 도저히 불가능한 움직임을 구현할 수 있게 돼 혐오스럽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업체가 선보인 휴머노이드 로봇은 최근 가격이 2000만원대까지 떨어졌는데 구현하는 수준과 내구성에 따라 보급형과 하이엔드 시장이 나뉘어 형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찬규 기자 sta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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