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윤 "내 이상형은 '선재 업고 튀어' 회귀 전 변우석" [인터뷰+]
"아저씨!"
또랑또랑한 목소리에 환한 미소를 보이며 노란 우산을 들고 빗길을 달려오는 그 모습에 류선재(변우석 분)도, 시청자도 모두 반해 버렸다. tvN '선재 업고 튀어' 신드롬의 중심에 김혜윤이 꼽히는 이유다. '선재 업고 튀어'는 새로운 삶을 살게 해준 '최애' 이클립스 류선재(변우석 분)의 죽음을 막기 위해 과거로 돌아가 고군분투하는 열성팬 임솔(김혜윤 분)의 모습을 담은 작품. 김혜윤은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류선재 살리기에 나선 임솔의 모습을 완벽하게 구현했다는 평이다. 10대와 20대의 모습에 30대의 정신이 깃든 임솔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연기해내면서 시청자들의 몰입을 끌어내는 한편, '최애'에서 '진짜 사랑'이 된 류선재와의 로맨스로 설렘을 자아냈다.
"요즘 너무 큰 사랑을 받는 걸 느낀다"는 김혜윤은 '선재 업고 튀어'가 "선재의 시점으로 흘러가는 쌍방로맨스라는 점이 이 작품의 매력인 거 같다"면서 인기 비결을 꼽아 달라는 말에 겸손함을 보였다. "학교 다닐 때 PMP나 전자사전에 넣어서 인터넷 로맨스 소설을 많이 봤다"면서 "'나쁜 남자가 끌리는 이유' 강지환이 제 '원픽'(one pick) 주인공"이라고 고백한 김혜윤은 그러면서 "연애는 김태성(송건희 분), 결혼은 류선재(변우석 분)과 하고 싶다"고 솔직하게 전해 웃음을 자아냈다.
'선재 업고 튀어'를 통해 단숨에 슈퍼스타로 성장한 변우석에 대해 "점점 멀어져가는 그를 바라본다"는 평으로 폭소케 한 김혜윤은 "제 이상형은 회귀 전, 솔이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34세 선재"라고 꼽기도 했다.
다음은 김혜윤과 일문일답
▲ 요즘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인기가 피부로 직접 와닿지는 못했지만, SNS나 인터넷에서 리액션 영상들이 제 알고리즘이 보이더라. 저는 그런 경험이 처음이었다.(웃음) 신기하기도 하고, 그런 부분을 보며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구나' 느꼈다. 사실 이런 인기를 예상하지 못했다. 작년 6월 촬영을 시작해 올해 4월 끝났다. 촬영에만 집중했던 터라 더 놀라운 거 같다. 인스타그램 팔로우 수도 원래 300만명이었는데, 방송이 끝나고 170만명 정도 늘었다. 종영 마지막 방송을 영화관에서 하는 것도 처음이고.
▲ 어떻게 이 작품에 출연하게 됐을까.
시나리오가 너무 좋았다. 그때 당시에 인터넷 소설을 읽는 거처럼 '까르르' 거리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울기도 하고, 굉장히 재밌게 읽었다. 재미가 있어서 부담감이 컸다. 잘 표현해서 시청자들에게 이 설렘과 웃음, 울음을 같이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선재의 시점으로 흘러가면서 인기를 얻기 시작한 거 같다. '쌍방구원 로맨스'라는 점도 이 작품의 매력인 거 같다.
▲ 인터넷 소설을 많이 읽었나? 그 중 '원픽'을 꼽자면?
학창 시절이니까, 전자사전이나 PMP에 넣어서 많이 봤다. 원픽은, 아시는 분 아는데 '나쁜남자 끌리는 이유'의 강지환이라고. 10번 넘게 봤다.(웃음)
▲ 원작도 웹소설이었다. 이 작품도 봤을까?
앞부분만 봤다. 제가 맡은 역할 중 나이가 제일 나이가 많아서 부담은 됐다. 마음은 30대, 겉모습은 10대 아닌가. 연령대가 다르다는 걸 연기로 표현해서 그 부분에 중점을 두고 하려고 했다. 추임새를 다르게 한다던가. '어머', '그랬구나' 이런 말들인데. 그리고 제 언니가 그 또래다. 변우석 오빠도 딱 또래인데, 언니와 동갑이다. 잡지 '와와걸'이라던가, MP3로 노래를 다운받아 듣거나 하는 것들이 엄청나게 이질감이 있진 않았다. 어떻게 해야 잘 보일지, 그 부분에 중점을 뒀다.
▲ 10대, 20대, 30대를 다 연기했다.
처음에는 30대 연기를 하는 게, '어떻게 하면 더 성숙해 보일까' 고민했는데, (변우석) 오빠와 언니를 보니 엄청나게 성숙하진 않더라. 깊이 있는 어른, 성숙한 사람은 아니더라.(웃음) 지금 이 모습 그대로 잘 보여줘도 솔이를 잘 연기한 거일 수 있겠는 생각이 들었다. 생활의 흐름을 보여주도록 스타일링을 바꾸는 정도로 변화를 줬다.
▲ 극 중 '우유송'도 굉장히 화제가 됐다.
연기 인생에서 손꼽아서 힘들었던 장면이었다. 눈물이 고여가며 촬영했다. 정말 힘들었다. 그 당시엔 캠페인 영상 UCC 공모전을 한 거 같더라. 그 영상들을 참고해서 안무를 가져오고 즉흥적으로 했다. 방송이 나간 후 친구들에게도 정말 연락이 많이 왔다. '보기 힘들다', '돈벌기 쉽지 않다' 하는 반응이었다.
▲ '태성 좋아' 춤뿐 아니라 소녀시대 '지(Gee)' 춤도 추지 않았나. 댄스 동아리 출신이라 역시 잘 춘다는 반응도 있었다.
잘 춘다는 얘길 그때 처음 들어서 굉장히 신났다. (웃음) 너무 잘 추니 못 추는 척 추라는 게, 그런 평가는 처음이었다. 춤을 좋아해서 마음은 항상 댄스 동아리였는데, 아무도 저를 써주지 않았다. 방에서 혼자 즐기는 댄스 동아리였다.
▲ 언니의 반응도 궁금하다.
언니가 제가 나온 드라마의 본 방송을 챙겨보진 않았다. 그런데 이번엔 실시간으로 피드백을 보내주더라. 언니 나이대여서 더 공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지금까지와는 다른 반응이긴 했다.
▲ 시청자 관점에서 볼 때 '선재 업고 튀어'가 사랑받은 가장 큰 이유가 변우석 배우와 로맨스 호흡이 아닌가 싶다.
변우석 오빠와는 '전지적짝사랑시점'이라는 웹드라마로 처음 만났다. 그땐 서로 마주치는 장면도 거의 없고, 대화도 안 나누고 인지만 하고 있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얘길 많이 했다. 잠깐이라도 만난 인연이 있어서인지 쉽게,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고, 많이 배려해줘서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다. 촬영하면서 실제 성격도 보여지는 것과 똑같다. 굉장히 다정다감하고 잘 챙겨준다. 그래서 연기하면서 의지했다.
▲ 실제로 사귀지 않냐는 반응들이 많다.
저희 둘의 관계는 보자면, 점점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는 동료 배우이지 않을까 싶다.(웃음) tvN '유퀴즈 온 더 블럭' 영상 편지에서 제가 많이 힘이 돼 줬다고 고맙다고 했는데, 제가 연기할 때 많이 의지했다. 솔이가 감정신이 많다 보니, 집중하거나 감정이 안 잡힐 때 있었는데, 기다려줬다. 아무 때나 연락하면 밥 사준다고 했는데, 연락해봐야겠다.
▲ 변우석과의 관계에 대해 '전우'라고 칭했다고 '유퀴즈'에서 언급됐다.
그때 엄청 추운 극한의 상황에서 차가운 물에 들어가고, 어깨동무하고 부축하며 다가오는데 그 심정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 힘든 환경에서 서로에게 의지한다는 점이 '군대는 안 갔다 왔지만 전우애다' 싶었다.
▲ 그럼 극중 첫사랑 송건희와 관계는 어떤가.
(JTBC '스카이캐슬' 이후) 6년 만에 재회인데, 전우보다는 말동무 같다. 얘기하면 대화가 끝이 없다. 그만큼 잘 통하고, 서로 수다쟁이다. 둘 다 말이 많다. 그래서 더 그런 거 같다. 특히 '인소' 장면을 연기할 때 너무 잘하더라. 정말 대단한 친구다 싶고, 즐겁고 재밌었다. '네가 내 별이다', '낙엽이 다 떨어질 때까지 널 기다렸다' 이런 대사를 하는데, 언제 그렇게 대놓고 '인소' 연기를 하겠나. 즐거웠다.
▲ 선재와 태성중 김혜윤의 취향에 더 맞는 캐릭터는 누굴까.
이번 작품에선 태성인 연애, 선재는 결혼이다. 저의 10대를 생각하면 태성이 같은 인물이 인기가 많았던 거 같다. 그걸 나눠서 하고 싶다.(웃음)
▲ '선재 업고 튀어' 뿐 아니라 전작 '어쩌다 발견한 하루', '어사와 조이' 등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두각을 보였다.
제가 한 건 크게 없다고 생각하는데, 모든 작품마다 그렇게 했다. 많이 사랑해주시는 이유가 제가 뭔가를 했다기보단 상대방 배우분들 덕분에 시너지가 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내가 뭔가 했다면 키가 작아서, 그 부분이 극대화된 게 아닐까?(웃음) 그들도 너무 크기도 했다. 큰 상대 배우들과 연기하면서 제가 꿀팁이 생겼는데, 키 차이가 너무 나면 상자를 길처럼 만들어 높이를 맞춘다. 그러다 간혹 상자가 끝이 날 때 '훅' 꺼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러면 안 되니 까치발을 들고 상자가 이어지는 것처럼 연기한다.
▲ '선재 업고 튀어'를 보면서 실제로도 '심쿵'한 장면이 있다면?
초반에 솔이가 배가 아파하는 걸 보고 선재가 버스를 멈추는 장면이 있다. 전 그 장면이 든든하고 멋있더라. 저 대신 희생해주는 모습에 반했다.
▲ '선재 업고 튀어'에서는 선재도 여러 버전으로 나오는데, 이상형에 가까운 가장 설렌 선재는 누구였을까?
김혜윤으로 고르자면, 첫사랑이 솔이면서 그대로의 저를 사랑해준 회귀하기 전 34세 선재다. 솔이를 모른 척 한다거나 까칠하다거나, 그런 모습이 없어서 좋았다.
▲ 이 작품이 설렘만큼 많은 게 눈물이었다.
저도 몰랐는데 방송을 보니 정말 많이 울더라.(웃음) 그렁그렁하면서 눈물이 멈춰있는 게 어려웠다. 제가 눈물양까지 조절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오열하면 '엉엉' 울거나, 촉촉할 정도는 오히려 쉽다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울음을 참으며 덤덤하게 얘기하는 게 힘들었다. 실제 성격은 '극T'라 눈물이 저에겐 쉽지 않았다.(웃음) 눈물이 많지 않아서, 연기를 열심히 했다. 실제 제 성격과 솔이는 반반인 거 같다. 밝고 웃음이 많은 건 비슷해서, 그런 지점이 연기할 땐 편했다. 또 솔이는 힘든 일이나 사건사고가 닥쳤을 때 오뚝이처럼 일어나는 데, 그런 모습을 응원하고 싶었다.
▲ 작품이 큰 사랑을 받았지만, 갑작스러운 유명세 때문에 곤란한 상황도 있지 않았나. '소속사가 일하지 않는다'는 논란도 그렇고. 과거 영상들도 발굴되고.
이런 반응이 처음이라, 굉장히 사랑받고 있고, 관심받고 있구나 싶었다. 그리고 옛날 영상이 뜰 때마다 저도 굉장히 놀랍다. 입시 영상도 그렇고, 전주국제영화제에 가서 플래시몹을 춘 영상도 그렇고. 저 자신이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웃음) 플래시몹 영상에선 또 춤이라고 하니까, 맨 앞에 좋다고 선거다. 어디 동네방네 퍼지는지도 모르고. 대체로 제 대학생 때가 문제였던 거 같다. 제 인생을 보면. 아무도 하라고 한 사람은 없었고, 자진해서 한 거고, 제 업보라 생각한다.(웃음)
▲ 또 하이틴 로맨스를 할 생각이 있나?
지금 억지로 교복을 벗어야 한다, 탈피해야 한다기보단 세월이 흘러가는 것처럼 제가 앳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해도 안 되는 순간이 올 거라 생각했다. 그땐 어차피 못하지 않겠나. 나이를 먹다 보면 노력해도 안 되는 지점이 있지 않나. 그래서 전 일단 (제안이) 오면 즐기려 한다.
▲ 임솔처럼 과거로 간다면 언제로 가서 누굴 만나고 싶나.
이런 질문을 요즘 많이 받아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는데, 결론은 '과거로 안 가고 싶다'였다. 그때 당시 제 선택이 최선이었다. 아, 생각해보니 옛날 영상을 보니 그때로 가고 싶다. 다 없애버리고 싶다.(웃음)
▲ 김혜윤에게 '선재 업고 튀어'는 어떤 의미의 작품일까?
사람 김혜윤으로서도, 배우 김혜윤으로서도 배울 수 있는 작품인 거 같다. 세심하게 표현하는 걸 배웠고, 솔이 캐릭터에서 배운 점도 있고. 저는 남에게 보여지는 작업이기도 하고, 남의 인생을 사는 직업인데 이렇게 저 자신에게 집중했던 적이 없었던 거 같다. 이번 촬영을 하면서 김혜윤이 행복해하는 것, 좋아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고, 이제 그동안 소홀했던 것들을 찾아볼 생각이다. 저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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