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점 은퇴' 교수님 향한 레알 회장의 한숨, "독일 놈들, 마음 바꾸는 건 불가능"
[OSEN=이인환 기자] "나도 안 갔으면 좋겠어".
레알 마드리드는 2일 오전 4시(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에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2-0으로 누르고 정상에 올랐다. 이로써 레알 마드리드는 역대 15번째 UCL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15회로 늘렸다.
최근 11시즌간 6번째 우승이자 지난 2021-2022시즌 이후 2년 만의 우승이다. 반면 도르트문트는 11년 전과 마찬가지로 웸블리에서 무릎 꿇으며 준우승에 머물렀다.
전반전은 도르트문트가 주도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조금 더 높은 볼 점유율을 기록했지만, 시도한 슈팅은 2회에 그쳤다. 도르트문트가 8번의 슈팅을 시도하면서 적극적으로 공격을 펼쳤지만, 소득을 얻지 못했다.
위기를 넘긴 레알 마드리드가 후반 들어 기지개를 폈다. 후반 29분 오른쪽에서 크로스가 올린 코너킥을 다니 카르바할이 헤더로 연결, 골망을 흔들었다. 길었던 0의 균형을 깨뜨리는 선제골이었다.
비니시우스가 추가골까지 뽑아냈다. 후반 38분 도르트문트 수비수 이안 마트센이 후방에서 치명적인 패스 실수를 저질렀다. 기회를 잡은 비니시오스는 정확한 슈팅으로 골키퍼를 뚫어내며 사실상 승부를 매조지었다. 경기는 그대로 마무리됐다.
이번 결승전은 크로스의 마지막 경기이기도 했다. 그는 약 2주 전 돌연 2023-2024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하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레알 마드리드에서만 10년을 활약한 크로스는 "언제나 내 기량이 최고일 때 커리어를 마무리하는 게 꿈이었다. 이제 내 생각은 단 하나뿐이다. 15번째 우승. 할라 마드리드!"라며 UEFA 유로 2024를 끝으로 축구화를 벗겠다고 밝혔다.
UCL 결승전이 클럽팀 은퇴 경기였던 크로스. 그는 정점에서 은퇴하고 싶다는 말대로 빛나는 활약을 펼쳤다. 선발 출전한 크로스는 약 85분간 경기장을 누볐고, 볼 터치 108회, 슈팅 2회와 패스 성공률 97%(91/94), 기회 창출 4회, 태클 성공 1회, 볼 리커버리 5회를 기록하며 중원을 통제했다.
크로스의 킥은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후반 4분 골문 구석으로 날린 프리킥 슈팅은 그레고어 코벨의 엄청난 선방이 아니었다면 그대로 골이 될 뻔했다. 크로스는 도움까지 올렸다. 그는 후반 28분 예리한 코너킥으로 카르바할의 선제골을 직접 어시스트하며 자기 손으로 완벽한 작별을 만들어냈다.
크로스는 비니시우스의 추가골이 나온 직후 경기장을 떠났다. 그는 루카 모드리치와 교체되면서 포효했고, 팬들은 박수로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크로스는 경기 후에도 동료들과 팬들의 뜨거운 축하 속에서 빅이어(UCL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화려하게 물러났다.
이번 경기가 그의 마지막 강의라는 점이 사실이 너무나 아쉬울 뿐이었다. 주제 무리뉴 감독은 "크로스의 은퇴는 금지돼야 한다. 국제축구연맹(FIFA)와 UEFA는 크로스 은퇴를 막을 결심을 해라"라며 농담이면서도 진지하게 들리게 말했다.
이로써 클럽 커리어에 마침표를 찍은 크로스는 레알 마드리드에서만 총 465경기 출전, 28골 93도움, 우승 트로피 22개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남겼다. 크로스는 팀 동료 모드리치, 나초 페르난데스, 카르바할과 함께 최초로 UCL에서 6회 우승한 선수로 등극했고, 라리가도 4차례나 제패했다.
경기 후 크로스는 "쉽지 않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이미 지난주에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개인적인 작별 인사를 했지만, 당연히 오늘 UCL 우승과 함께 작별 인사를 하고 싶었다. 내게는 엄청난 의미다. 정말 잘 됐다"라고 은퇴 소감을 밝혔다.
한편 레알의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크로스의 은퇴 번복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제발 크로스가 은퇴 결정을 번복할지 기다리고 있다"라면서 "크로스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전설이다. 제발 마음이 바뀌면 좋겠다"라고 애틋한 감정을 나타냈다.
경기 직후 플로렌티로 페레스 레알 회장이 "솔직히 우리는 크로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서 계속 재계약 제안을 넣었다. 그런데 그가 최고의 기량을 뽐낸 상태로 은퇴하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분명해서 마음을 돌릴 수 없었다"라고 털어놨다.
크로스 영입을 이끌었으면서 그의 은퇴까지 지켜보게 된 페레스 회장은 그에 대한 존경심을 나타냈다. 그는 "크로스는 자기가 하고 싶었떤 일을 해내면서 최고의 자리서 떠났다"라면서 "그리고 독일인들이 어떤지 잘 알지 않느냐? 솔직히 마음 바꾸기가 너무 어렵다"라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제 크로스는 정말 마지막 도전만 남겨두고 있다. 프로 무대에서 은퇴한 그는 독일 대표팀에 합류해 UEFA 유로 2024 무대를 누빌 예정이다. 독일과 크로스는 오는 14일부터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통산 4번째 우승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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