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리니지 성공 방정식에 얽매여 추락한 게임 대장주[K기업 고난의 행군③]

2024. 6. 3. 06: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21년 100만원 넘었던 주가, 올해 16만원대까지 주저앉아
엔씨, 영광도 추락도 리니지와 함께 시작
'현질 유도' 페이투윈 모델 한계 부닥쳐


국내 게임 상장사 중 가장 먼저 시총 20조원을 넘긴 명실상부 게임 대장주. 리니지 성공신화가 이끄는 확실한 캐시카우. 일찍부터 AI 기술 투자에 나선 선도자.

한때 엔씨소프트를 향하던 찬사다. 영광은 오래가지 않았고 추락은 가팔랐다. 2021년 장중 100만원을 넘어섰던 주가는 올해 16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지난해 매출은 5년 만에, 영업이익은 11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엔씨소프트의 영광도 추락도 리니지와 함께 시작됐다. 2017년 엔씨소프트가 선보인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리니지M’이 서비스 시작 직후 월 300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핵심은 ‘현질’을 유도하는 ‘페이 투 윈’ 방식이었다.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돈을 써야 했다.

매출은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이후 게임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리니지M을 벤치마킹했다. 리니지 성공모델을 그대로 베낀 게임들은 ‘리니지 라이크’로 불렸다. 


 영광도 추락도 리니지가 주도

강석오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리니지M, 리니지W까지 큰 성공을 거두면서 모바일 MMORPG는 찍어내기만 하면 캐시카우가 된다는 생각을 했을 것”이라며 “2010년대까지는 그 공식이 통했지만 MMORPG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요가 매우 적고 한국에서도 나이가 많은 유저들을 중심으로 서비스되다 보니 젊은 유저를 공략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장의 수익은 확실했지만 혁신 없는 성장은 한계에 부닥쳤다. 올해도 하락세는 이어졌다. 1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9% 감소한 3979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68.5% 급감한 257억원에 그쳤다.  

리니지 시리즈의 매출이 꺾이면서 엔씨소프트 실적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신작 ‘쓰론앤리버티(TL)’ 역시 시장 반응이 냉랭했다.

업계 관계자는 “리니지 IP 성공의 시간이 곧 실패를 잉태하는 시간이 됐고 다른 신사업은 모두 실패하는 와중에 인력이 늘어나며 구조적 함정에 빠졌다”며 “김택진 대표가 30년 가까이 오너와 CEO를 겸임하면서 리더십도 혁신도 한계를 마주했다”고 말했다. 


 가족경영 내려놓고 M&A 나선다

김택진(왼쪽)·박병무 엔씨소프트 공동대표./엔씨소프트 제공



엔씨소프트가 꺼내든 반전 카드는 체질 개선이다. 지난해 말 박명무 전 VIG파트너스 대표를 영입하며 올해 첫 공동대표 시대를 열었다. 창사 이래 김택진 창업자가 홀로 경영을 도맡았던 의사결정 체계에 변화를 주고 가족경영은 포기했다. 김 대표의 부인 윤송이 사장과 김 대표 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이 각각 최고전략책임자(CSO)와 최고퍼블리싱책임자(CPO) 자리에서 내려오고 해외 사업만 담당키로 했다.

몸집도 줄이고 있다. 인력을 10% 줄이고 서울 삼성동 빌딩을 매각하기로 했다. 게임업계 성공 신화를 쓴 ‘리니지라이크’ 사업모델도 최소화해 잃어버린 신뢰 회복에 나섰다. 

게임 포트폴리오에도 칼을 들었다. 현금을 쏟아야만 이길 수 있는 리니지라이크식 사업모델을 지양하기로 했다. 

리니지 이외의 성공 IP를 탄생시키기 위한 M&A를 최우선 과제로 꼽았다. 박 대표는 “엔씨에 부족한 장르의 IP를 확보하기 위한 국내외 게임사 투자를 최우선 과제로 생각한다”며 “신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사업적 시너지’, ‘미래 성장동력’, ‘재무적 도움’이라는 세 가지 관점에 부합하는 M&A 역시 치열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후 과제는 글로벌 진출이다. 엔씨소프트는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넥슨이나 크래프톤과 달리 내수시장에 집중된 사업구조를 탈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모바일은 가볍고 간단하게 즐길 수 있는 캐주얼 게임이, PC나 콘솔은 초고퀄리티의 하드코어 게임이 주도하는 양극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엔씨소프트도 개발 방향성을 글로벌 수요에 맞게 전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 

Copyright © 한경비즈니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