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화내고 계산능력 떨어지고…40대에 벌써 치매가? [건강+]

정진수 2024. 6. 3.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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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세 미만 ‘조발성 치매’ 증가
참을성 사라지고 공감 능력 저하
2021년 환자 8만명… 6년새 2배↑
노인성 치매보다 진행 속도 빨라
5년 이내 보호자 못 알아볼 수도
알츠하이머병 경증 땐 약물 치료
규칙적 운동·식습관 개선도 도움

‘치매’라고 하면 65세 이상 노인 인구에서 많이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비교적 젊은 40∼50대에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65세 이전에 발병하는 치매를 ‘조발성 치매’라고 한다.

중앙치매센터의 ‘2022 대한민국치매현황’에 따르면 2015년 51만8501명이던 치매 상병자 수는 2021년 97만2436명으로 늘었다. 조발성 치매 환자 역시 4만897명에서 2021년 8만434명으로 2배가량 늘었다.
조발성 치매는 65세 이상의 노인성 치매에 비해 진행이 빠르고 인지기능 저하(기억력 감퇴)뿐 아니라 언어장애, 운동장애 등 증상이 다양하다.

◆시각 장애, 행동 문제 등 전형적인 치매와 차이

퇴행성 질환으로 불리는 치매가 젊은 나이에 발병하는 원인으로는 알츠하이머병, 전두측두치매가 대표적이다. 이외에도 뇌혈관질환과 관련이 있는 혈관 치매와 뇌 손상, 알코올로 인한 치매 등이 있다.

조발성 치매의 3명 중 1명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치매다. 알츠하이머병은 뇌 안에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비정상인 단백질이 과도하게 쌓이면서 체외 배출이 안 되면서 뇌세포 간의 연결고리를 끊고 뇌세포를 파괴해 뇌가 제 기능을 못 하게 된다.

주증상은 기억이 저장되는 뇌 입구에 발생하는 문제점 때문에 나타나는데, 뇌의 기억입구가 기능적으로 좁아져 과거의 기억들은 비교적 잘 유지되지만 새로운 기억은 만들어지지 못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젊은 나이에 나타나는 조발성 치매는 양상이 조금 다르다.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강성훈 교수는 “조발성 치매 중 가장 흔한 조기 발현 알츠하이머병은 두정엽 이상 증상인 글씨쓰기 능력 저하, 계산능력 저하, 좌우지남력(자신이 놓인 시간과 장소, 상황이나 환경 따위를 올바로 인식하는 능력) 혼동이 두드러진다”며 “또 비교적 초기에 전두엽 증상으로 참을성이 없어지고 쉽게 화를 내거나 무기력해지고 만사 귀찮아지거나, 다른 사람의 감정·상황에 대한 공감능력 결여 등 이상행동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형적인 치매의 양상과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음을 설명했다.

흔하지는 않지만 일부의 경우 말을 하는 데 끊기거나 생각나는 대로 표현을 잘 못 하고 문법적인 오류나 단어 의미를 잊어버리고 대화의 이해력이 떨어지는 등 언어능력 기능 저하 증상으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특정 유전자 변이로 인해 ‘유전적’인 요인으로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직계가족 중 알츠하이머병이 있는 경우 발병 위험도는 2배로 증가한다. 대표적인 유전자가 아밀로이드전구단백(APP) 유전자, 프레시닐린(presenilin) 1·2 등이 있다.

조발성 치매는 사회생활이 활발한 나이에 발생하면서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사회적 비용이 크게 발생할 수밖에 없다.

강성훈 교수는 “노년기 치매의 경우 발병 10년 후에도 기억력은 없지만 보호자를 알아보고, 어느 정도 대화가 가능하고 거동도 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조발성 치매의 경우 진단 후 대부분 5년 이내에 보호자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로 중증화가 빠르게 진행된다”고 지적했다.
◆운동·식습관·뇌 활동 등 예방에 도움

치료는 원인에 따라 약물치료로 진행된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제는 아밀로이드 베타가 뭉쳐지기 전에 제거하는 방식으로 질병 진행을 늦춘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본·미국 제약사가 공동 개발한 레켐비(레카네맙)를 허가하면서 ‘치료’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 임상 3상 결과 투약 18개월 시점에 위약군 대비 알츠하이머 진행을 27% 지연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경증에만 인정됐고, 중등도 이상으로 진행된 알츠하이머병 환자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고, 1년 약값이 ‘고가’(미국 3500만원·일본 2700만원)인 점이 한계다.

전문가들이 예방 노력을 강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예방법은 조발성 치매와 노인성 치매가 다르지 않다. 적극적인 두뇌활동과 운동, 건강한 식사가 가장 기본이다.

강 교수는 “운동은 뇌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뇌 신경을 보호함으로써 뇌 기능의 개선에 도움을 준다. 격렬한 운동이 부담스럽다면 걷기와 같은 단순한 운동도 규칙적으로 하면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며 “가능하면 지속해서 일하면서 정신적인 사고와 집중력, 정확성과 시간적 기한을 필요로 하는 일을 하는 경우 인지장애의 위험이 30% 낮아진다”고 조언했다.

생선, 채소, 과일 등 항산화 물질과 뇌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매일 먹는 것도 치매 발생 확률을 많이 낮춰준다. 또 뇌혈관질환과 관련이 있는 혈관 치매와 뇌 손상, 알코올로 인한 치매도 젊은 치매의 원인이 되는 만큼 고혈압, 비만, 당뇨 등 기저질환 관리를 잘하고 술과 담배는 끊는 것이 좋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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