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고 시 보험료 환급’ 손보업계 판 흔드나
‘무사고 귀국하면 10% 환급’ 여행자보험
1년 만에 130만 가입… 유례없는 성장세
KB·삼성화재 등 유사상품 선보이며 경쟁
금융당국 “새로운 유형 상품” 점검에 나서
보험 원리 위배·보험료 상승 위험 등 살펴
일각 “환급금에 보험료 반영 의심” 지적
해당 손보사 “이익·마케팅비 줄여 지급”
무사고 귀국 시 보험료의 10%를 돌려주는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의 해외여행자보험 상품인 ‘환급형 (단기)보험’이 최근 가입자 130만명을 돌파하면서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일각에서는 사고에 대비하는 보험의 기본원리에 배치된다는 지적도 제기되지만 이미 KB손해보험과 캐롯손해보험, 삼성화재도 유사한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등 확산할 조짐이다.
보험개혁회의는 최근 각 보험사에 카카오페이손보와 비슷한 보험료 환급 상품의 출시 여부와 의견을 요청했다. 자동차보험이나 장기보험 중 무사고 시 보험료를 할인해 주는 상품은 있었지만, 가입기간이 길어야 일주일에 불과한 단기보험에서 보험료를 환급해 주는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사고 시 보장하는 보험의 기본원리 위배 △특별이익(보험사가 제공하는 선물 등) 제공 위반 △보험료 상승 위험 △출혈 경쟁으로 인한 보험사 건전성 저해 등의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새로운 유형의 보험상품인 만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본격적인 여행 시즌이 다가오기 전 이른 시일 내 결론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무사고 환급금이 ‘보험료’에 이미 반영된 것이 아니냐고 지적한다. 보험료는 순보험료(위험보험료)와 사업비보험료로 구성되는데, 위험보험료를 산출할 때부터 무사고 환급금을 반영한 것이라면 결국 보험료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이 상품은 사고가 나야 보상해 주는 일반 보험과 달리 무사고 시 보험료의 10%를 환급해 줄 뿐 아니라 동반 가입 시 보험료를 최대 10% 할인해 준다. 특히 사고 시 보험금 및 무사고 시 환급금 등을 가입자가 직접 청구할 필요 없이 카카오톡으로 먼저 청구 안내 링크를 보내주는 편의성이 큰 호평을 받고 있다. 가입자가 필요한 보장만 골라서 직접 설계할 수 있어서 배상책임만 가입하면 30원, 식중독 위로금과 전염병 감염 보장만 가입하면 40원에 가입할 수도 있다. 평균 보험료는 9425원(2월 기준)이다.
더불어 카카오페이손보는 휴대폰 보험(‘애지중지 할인 환급금’)과 운전자보험에도 무사고 시 10% 환급제를 적용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상품구조에 문제가 있었다면 당국이 벌써 금지했을 것”이라며 “카카오페이손보의 흥행이 그동안 부진했던 디지털보험사의 혁신 가능성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경쟁 업체들이 더욱 크게 우려하는 것은 새 유형의 상품 등장이 아니라 카카오라는 강력한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확장성이다. 대형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카카오톡 플랫폼에서 (보험)가입이나 친구 초대가 쉽고 현재 금융사에서 할 수 없는 간편 로그인까지 가능해 소비자 접근성과 수용성, 편의성을 갖췄다”면서 “환급제보다 플랫폼을 이용한 확장성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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