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종부세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 검토…상속세 등 불붙는 세제개편 논의

이희경 2024. 6. 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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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에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개편 논의가 수면 위로 부상한 가운데 정부가 다주택자 종부세 중과 폐지를 우선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부세 폐지 및 재산세로의 통합은 보유세 과세 체계의 근본적인 변화에 해당하는 만큼 중장기 과제로 남겨 두되 일단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중과세율을 없애 부동산 시장을 정상화시키겠다는 취지다. 종부세 외에 여당이 상속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 등을 공론화하면서 세제 개편이 22대 국회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2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길 종부세 개편의 우선순위로 다주택자 중과세율 폐지가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3주택 이상 다주택자에 적용되는 중과세율(최고 5.0%)을 기본세율(최고 2.7%)로 하향 조정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개인 2주택 이하’에 적용되는 기본세율과 ‘개인 3주택 이상’의 중과세율로 이원화돼 있는 종부세는 단일 세율로 바뀌게 된다.
서울 강남 우체국에 도착한 종부세 고지서 모습. 연합뉴스
현행 종부세 과세체계를 보면 3주택 이상 다주택자는 과세표준 12억원 초과분을 기준으로 12억~25억 2.0%, 25~50억 3.0%, 50~94억 4.0%, 94억원 초과 5.0%의 중과세율이 적용된다. 각 구간별로 기본세율이 1.3%, 1.5%, 2.0%, 2.7%인 점을 감안하면 다주택자에 대한 세율이 2배 안팎 높다.

정부는 다주택자에 대해 종부세를 중과하는 것이 일종의 ‘징벌적 과세’라고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고가의 이른바 ‘똘똘한’ 주택 한 채를 갖고 있는 1주택자에 비해 여러 개의 저가 주택을 가진 다주택자가 세제상 더 피해를 보는 등 과세 형평성에도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다주택자를 집값 올리는 부도덕한 사람들이라고 징벌적 과세를 해온 건 정말 잘못됐다. 그 피해를 서민이 입게 된다”면서 “다주택자 중과세를 철폐해 서민들이, 임차인들이 혜택을 입도록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다주택자라는 이유로 자산에 5%에 달하는 매우 큰 세율을 부과하는 경우는 없다. 다단계로 주택 수에 따라 세율을 구분하는 것도 한국만 갖고 있는 특징”이라면서 “다주택자 중과를 없애고 세율을 단순화해 종국적으로 종부세를 폐지하는 동시에 세원이 넓은 재산세로 통합해 점진적으로 세율을 올리는 등 보유세를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종부세 개편론은 이례적으로 정부여당에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먼저 거론하면서 촉발됐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가 지난달 한 언론 인터뷰에서 1주택 실거주자 종부세 제외 필요성을 언급한 데 이어 고민정 최고위원이 종부세의 ‘총체적인 재설계’를 주장한 것이다.
2일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종부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 상담 안내문. 연합뉴스
이후 대통령실이 아예 종부세 폐지 추진을 천명하면서 개편 논의에 속도가 붙는 모양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일 통화에서 종부세 폐지 검토와 관련해 “종부세가 중산층에 과도한 세금 부담을 주고 이중과세적인 요소가 있는 데다 과거에 징벌적 세금 형태로 도입됐기 때문에 폐지를 포함하여 개편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필요한 부분, 남겨야 하는 부분이 있다면 재산세와 통합하는 방안도 있고 여러 가지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실은 올해 세법 개정안에 종부세 폐지를 포함하는 방안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아직까지 대통령실에서 구체적인 논의를 하는 건 아니고 기획재정부 차원에서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이 문제와 관련해 “종부세의 과도한 세 부담은 개편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 종부세의 근본적인 개편안을 마련하고 제안할 것”이라면서 “종부세의 근본적 폐지는 재산세와의 통합 문제로 가야 하기 때문에 조금 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부세는 2005년 노무현정부가 도입한 이후 문재인정부까지 이어지면서 민주당 정권 부동산 정책의 상징으로 여겨져 온 제도다. 민주당이 사실상 ‘성역’에 가까운 종부세를 선제적으로 손질하겠다고 나선 걸 두고 당 안팎에선 ‘이재명식 실용 정치’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평이 나오는 중이다. 이재명 대표는 지난 대선 후보 시절에도 1주택을 오래 보유한 저소득층과 노인 가구 납부를 연기해주는 일종의 종부세 완화 공약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대통령실과 여당이 민주당발 종부세 개편론에 호응하며 세제개편론을 띄우는 데는 ‘거리두기’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이와 관련해 “원칙적으로 세제 개혁과 관련해 (당내에서) 논의할 계획이지만 당장은 타이밍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홍보관에서 한 시민이 전광판 앞을 지나는 모습. 연합뉴스
상속세 완화 및 금투세 폐지 논의도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1일 주요 입법과제를 발표하며 상속세 개편과 함께 2025년부터 시행 예정인 금투세 폐지도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상속세의 경우 유산세를 유산취득세로 변경하고, 대주주 할증과세를 폐지하는 한편 상속세율을 낮추는 등 구체적 방안까지 거론됐다. 사망자 유산 전체에 10~50%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현행 유산세 방식이 납세자 부담 능력에 따라 조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응능부담’ 원칙에 맞지 않고, 최대주주 등으로부터 주식을 상속받으면 평가액에 할증 평가까지 더해져 최대 60%의 세율이 적용되는 등 상속세 세율 자체도 과도하게 높다고 여당은 보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최대주주 할증 평가 폐지, 가업상속 공제 대상·한도 확대, 밸류업 기업에 한해 가업상속공제 확대 등의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금투세는 폐지하되 현행 주식 양도세 과세체계를 유지하는 방안도 추진할 방침이다. 내년 시행 예정인 금투세는 금융투자상품에서 실현된 모든 손실과 소득을 합산한 금액에 20%(3억 초과분은 25%)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단, 국내상장주식 및 공무주식형 펀드의 경우 연간 5000만원의 차익까지는 과세되지 않는다.

세종=이희경 기자, 김승환·박지원·김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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