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선수들 살리고 싶었다" 염갈량의 진심…'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엔스, '교체암시' 충격 요법 적중했다 [MD잠실]
[마이데일리 = 잠실 박승환 기자] "내가 원하는 포인트를 찾은 것 같다"
LG 트윈스 디트릭 엔스는 2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 Bank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팀 간 시즌 8차전 원정 맞대결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투구수 100구, 2피안타(1피홈런) 3볼넷 6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역투, 시즌 6승째를 손에 넣었다.
올 시즌 처음 KBO리그에 입성한 엔스는 지난 3월 23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등판한 데뷔전에서 6이닝 2실점(2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며 첫 승을 수확, 두 번째 등판에서도 키움 히어로즈를 상대로 6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2연승을 달렸다. 그런데 4월 일정이 시작된 후 '퐁당퐁당' 기복이 있는 투구를 거듭하더니 5경기에서 1승 평균자책점 7.20으로 부진하면서, LG의 고민이 시작됐다.
엔스는 5월 첫 등판에서도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5이닝 5실점(2자책)으로 부진했는데, 염경엽 감독은 엔스가 갑작스러운 부진에 빠진 이유로 팔 각도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커브를 자주 구사하다가, 팔이 내려오게 됐다는 것. 이에 사령탑은 팔 각도에 대한 수정을 요청했고, 투구판을 밟은 위치에 대한 조정도 가진 엔스는 지난달 10일 롯데 자이언츠를 상대로 6⅓이닝 1실점(1자책)으로 역투하며 개선되는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좋은 흐름은 오래가지 않았다.
엔스는 롯데전이 끝난 뒤 키움을 상대로 3⅔이닝 6실점(6자책)으로 와르르 무너졌고, 22일 한화 이글스를 상대로 또 5이닝도 채 소화하지 못하고 강판됐다. 이에 염경엽 감독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엔스와 함께 시즌 내내 부진하고 있는 케이시 켈리를 향해 한 명의 선수는 교체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차명석 단장은 새로운 외국인 선수를 물색하기 위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그런데 사령탑의 '충격 요법'이 제대로 먹혀들었다.
사령탑의 메시지가 언론을 통해 공개된 후 켈리는 NC 다이노스전에서 6이닝 3실점(3자책), 두산과 맞대결에서는 6이닝 2실점(비자책) 투구를 선보이며 눈에 띄게 좋아지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엔스 또한 직전 등판에서 SSG 랜더스를 상대로 6이닝 동안 무려 9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2실점(2자책)의 훌륭한 성과를 손에 넣었다. 이에 염경엽 감독은 2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엔스와 켈리를 두고 강력한 발언을 쏟아낸 배경을 밝혔다.
이 모든 것은 '윈-윈'의 성과를 내기 위함이었다. 염경엽 감독은 "내가 가진 마지막 카드라고 생각하고 언론에 이야기를 해서 경쟁을 붙였던 것"이라며 "내가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활용해야 하지 않나. 이를 통해 선수들이 살아나면, 선수들도 좋고 내게도 좋은 것이 아닌가. 당시 나는 지켜볼 수 있는 수위는 넘었다고 생각했다. 그 자극을 통해서 선수들이 좋아지기를 바랐던 것이다. 어떤 수를 써서라도 내 선수들을 살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물론 엔스, 켈리보다 좋은 기량을 갖춘 선수가 있다면 '교체' 카드를 꺼내드는 것이 당연하지만, 눈에 띄는 선수가 없다면, 리그 적응 문제 등을 고려했을 때 기존의 선수들이 살아나는 것이 베스트. 사령탑 또한 "못하고 있으면 아무나 찾겠지만, 켈리와 엔스가 잘하면 미국에서 선수를 선택하는 레벨도 높아진다. 교체를 하게 되면 비자 발급을 비롯해서 최소 3주의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켈리와 엔스가 잘해서 살아남는 것인데, 어쨌든 둘 모두 잘하고 있다. 지금 거의 막상막하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전 사령탑은 켈리와 엔스가 모두 좋아졌다고 밝혔지만, 이날 경기는 엔스에게 다시 한번 찾아온 시험 무대였다. 특히 켈리가 전날(1일) 비자책 투구를 펼쳤기에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했다. 하지만 엔스도 두 번째 테스트를 잘 통과했다. 엔스는 1회 삼자범퇴 스타트를 끊은 뒤 2회 양석환에게 볼넷을 내줬으나, 이렇다 할 위기 없이 이닝을 매듭지었다. 그리고 3회에는 선두타자 이유찬에게 2루타를 맞으며 출발했지만, 이번에도 무실점을 마크하며 순항했다.
엔스는 4회 양의지-김재환-양석환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을 삼자범퇴로 묶어낸 뒤 5회 2사 2루를 극복, 타선의 도움 속에 승리 요건을 갖췄다. 엔스는 6회 선두타자 헨리 라모스에게 솔로홈런을 맞으면서 첫 실점을 기록했지만, 김재호를 1루수 땅볼, 양의지를 삼진, 양석환을 1루수 파울플라이로 묶어냈다. 이날 엔스는 최고 152km의 직구(60구)와 커터(24구) '투피치'로 두산 타선을 봉쇄, 두 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완성했다.
염경엽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엔스는 스트라이크 상-하 존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된다고 언급했는데, 최근 두 경기 연속 좋은 투구를 펼칠 수 있었던 배경이 됐다. 엔스는 "스트라이크존 상단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부분을 잘 이행했던 것 같다. 특히 직구와 똑같이 볼 수 있는 효과를 내기 위해 터널링에 조금 더 신경을 썼다"며 "이전 등판과 가장 큰 차이점은 릴리스포인트다. 지금은 내가 원하는 포인트를 찾은 것 같다"고 밝혔다.
결국 염경엽 감독이 지적했던 부분이 모두 맞아떨어진 셈. 엔스는 "이전에 좋지 않았을 때는 팔 높이가 낮았기 때문에 직구의 볼끝이 없어 보였다. 그리고 직구 커맨드도 좋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안타를 허용했다. 이와 관련해 투수 코치님과 논의한 결과 팔각도가 낮아지면서 일어난 현상이었다. 이를 인지하고 팔 각도를 높여서 위에서 아래로 찍어누르는 듯한 느낌으로 던졌다. 이 작은 변화가 굉장히 중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릴리스포인트를 높인 것에 대해 매우 만족스럽다"고 미소를 지었다.
직구와 마찬가지로 커터도 스트라이크존 높은 곳으로 던졌던 것이 유효했다는 것이 엔스의 설명. 그는 "직구와 커터는 어떻게 보면 같은 지점에서 터널링의 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에 타자에게는 또 다른 생각할 거리를 주는 것 같다. 하이 패스트볼이라고 생각하다가 그 높이에 커터가 들어오면 타자들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좋을 때, 안 좋을 때도 있다. 힘들고 좋지 않은 등판 속에서도 배울점은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나아진 모습을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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