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확대경]상속세 개혁은 '부자 감세' 아니다

김정남 2024. 6. 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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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가 연초 상속세 개혁 연중기획을 시작할 당시 주변에서는 이런 물음들이 있었다.

상속세 개혁을 공론화할 만큼 자식에게 기업 물려줄 사람들이 많겠냐는 투였다.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번에 또 "부자 감세"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상속세를 정치 도구화하려는 어불성설일 뿐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민주당은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하면서 상속세 개편을 부자 감세라고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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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대 집 한채 가진 중산층
수억원 또 내야 상속 가능
상속 부담에 기업도 폐업 고민
주주는 주가, 직원은 실직 걱정
징벌적 과세 정상화 서둘러야

[이데일리 김정남 산업부 차장] “김 팀장이 웬 상속세 걱정이야?”

이데일리가 연초 상속세 개혁 연중기획을 시작할 당시 주변에서는 이런 물음들이 있었다. 의문보다는 우스개에 가까웠을 것이다. 상속세 개혁을 공론화할 만큼 자식에게 기업 물려줄 사람들이 많겠냐는 투였다. 일각에서 나오는 상속세에 대한 인식은 실제 이랬다.

그런데 기자가 정책평가연구원, 대한상공회의소, 법무법인 화우 등 여러 기관들과 기획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게 있다. 현행 상속제도가 어쩌면 세금 걷는 정부를 제외하고 모두를 가난하게 만드는 ‘이상한’ 제도일 수 있다는 점이다. 현행 상속세는 1997년 상속세법(1950년 제정)이 상속·증여세법으로 전면 개정됐을 당시 틀을 28년째 유지하고 있다.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뀐 시기다. 이런 와중에 제도를 그대로 두다 보니 여기저기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상속세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부자세’라는 점이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배우자공제(5억~30억원)와 일괄공제(5억원)를 감안하면 10억원 넘는 아파트는 상속세 과세 대상이다. 집값이 10억원 중후반대만 돼도 세율이 30%에 이른다. 문제는 30년 전 ‘10억 아파트’는 부의 상징이었으나 이제는 전형적인 중산층의 집일 정도로 세상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한 독자는 “수십년 직장 생활하고 집 하나 남았는데, 이를 물려주려면 또 몇 억을 내야 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부 세수(稅收)가 부족해 상속세를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 기가 찬다”고 했다.

이데일리와 대한상의의 최근 설문조사는 이같은 인식이 그대로 드러났다. 전국 성인남녀 2018명에게 상속공제액 상향 조정에 대해 질문하자, 응답자의 72.4%는 “상향이 필요하다”고 했다. 30년간 자산 가치가 오른 정도로 공제 금액을 높여 세 부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지극히 상식적인 목소리다.

산업계 역시 낡은 상속세에 고통받기는 마찬가지다. 높은 상속 부담 탓에 장부상 부동산 가치를 낮게 유지해 주가를 누르는 사이 자녀들이 지분을 늘리는 등 기업들의 편법이 지나치다는 게 시장 인사들의 말이다. 가업을 이어가고자 하는 기업들의 고육지책이다. 이럴 바에 사업하지 말고 사모펀드 등에 경영권을 넘기자고 자녀들이 직접 설득하는 회사도 많다고 한다. 기업을 판 돈을 들고 상속·증여세가 없는 싱가포르 같은 나라로 가면 훨씬 ‘남는 장사’라는 계산에서다. 30년 묵은 상속세는 오너는 폐업 고민, 주주는 주가 고민, 근로자는 실직 고민에 각각 빠지고 있는 셈이다. 그 사이 정부와 국회만 세수 부족, 국민 정서 등을 이유로 머뭇대고 있다.

상속세 대혼란의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정부와 국회가 30년 가까이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번에 또 “부자 감세”라는 말이 나오는데, 이는 상속세를 정치 도구화하려는 어불성설일 뿐이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민주당은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하면서 상속세 개편을 부자 감세라고 하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했다. 상속세 개혁은 징벌적 과세의 정상화 과정이다. 이제는 정말 손 볼 때가 됐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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