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도 당하는 전세사기, 어찌 하오리까
전세 사기 다룬 작품, 7개월 만에 재공연 올라
개인 문제 아닌 사회적 재난 메시지 담아
연극적 요소 강화…불편함 통해 변화 촉구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슈퍼히어로에서 은퇴한 슈퍼맨은 대출로 3억 5000만원의 전세자금을 마련해 서울 성북구에서 살고 있다. 2년 계약 만기를 앞둔 어느 날, 슈퍼맨은 갑자기 집주인이 바뀌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집주인의 사기로 전세금을 다 잃을 위기에 처한 슈퍼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어다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찾지 못한다.
김수정 연출 “전세 사기는 남이 아닌 우리 이야기”
이 작품은 2021년 연극 ‘김수정입니다’를 통해 공개 은퇴를 선언했던 극단 신세계 대표 김수정 연출의 복귀작이기도 하다. 실제 전세 사기를 당한 김 연출의 경험이 바탕이 됐다. 최근 서울 성북구 극단 신세계 연습실에서 만난 김 연출은 “전세 사기를 당하지 않았다면 연출 복귀가 더 늦어졌을지도 모른다”고 털어놨다.
“몸도 마음도 지쳐 연극을 더 할 상황이 아니어서 ‘김수정입니다’를 마친 뒤 연극 작업에서 잠시 떠나 있었어요. 그런데 전세 사기를 당하니 연극을 할 때보다 더 큰 고통이 찾아오더라고요. 화도 났고, 반성도 많이 했어요. 예술을 한다면서 정작 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는 ‘돈’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거죠.”
극단 신세계는 김 연출이 단원들과 공동 창작으로 작품을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지난해 초연한 ‘부동산 오브 슈퍼맨’ 또한 단원들과 1년 6개월간 부동산과 전세 사기 문제에 대한 리서치와 스터디를 진행해 전체 이야기를 구성했다. 초연 때는 전세 사기와 관련한 부동산 정보 전달이 더 중요하다 판단해 ‘렉처 콘서트’ 형식을 취했다.
“전세 사기를 당하면 가장 먼저 수치심이 들어요. ‘확정일자’, ‘전입신고’ 등을 알고 있어도 사기를 당했다는 생각에서죠. 그런데 이런 정보를 알아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게 전세 사기예요. 전세 사기를 당한 사람은 혼자가 아니라 수만 명에 이르러요. 정부가 부동산 문제를 책임 지지 않고 정권이 바뀔 때마다 책임을 미뤄온 것이 결국 폭발한 것이죠. 전세 사기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라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사회적 재난 보는 태도에 불편함 던져
‘부동산 오브 슈퍼맨 2024’ 또한 관객을 불편하게 만드는 연출로 변화를 촉구한다. 김 연출은 “이번 공연에선 관객이 전세 사기, 더 나아가 사회적 재난을 바라보는 각자의 태도에 대해 불편함을 갖게 될 것”이라며 “불편함을 느껴야 세상도 조금은 바뀔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오는 9일까지 이어진다.
장병호 (solan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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