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패 ERA 10.42' 860억 허공에 날리게 생긴 샌프란시스코…그런데 이런 '먹튀 계약'을 LAD가 맺을 뻔했다?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6200만 달러(약 859억원)을 허공에 날릴 위기에 처해 있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그런데 이런 악성 계약을 LA 다저스가 맺을 뻔했다.
미국 '뉴욕 포스트'의 존 헤이먼은 2일(이하 한국시각) "LA 다저스는 블레이크 스넬이 샌프란시스코와 계약을 맺기전 뒤늦게 영입을 추진했었다"고 전했다.
지난 2011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에서 탬파베이 레이스의 지명을 받은 스넬은 2016년에서야 빅리그 무대를 밟았다. 데뷔 첫 시즌 19경기에 등판해 6승 8패 평균자책점 평균자책점 3.54로 혜성같이 등장한 스넬은 이듬해 풀타임에 가까운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면서 5승 7패 평균자책점 4.04의 성적을 남기더니, 2018년 그야말로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스넬은 2018시즌 31경기에 등판해 180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무려 221개의 삼진을 솎아내는 등 21승 5패 평균자책점 1.89라는 엄청난 성적을 남겼다. 스넬은 그해 아메리칸리그 최다승과 평균자책점 1위 타이틀을 손에 넣었고, 최고의 투수에게 주어지는 '사이영상'을 품에 안는 기염을 토했다. 자신의 가장 큰 단점이었던 제구 불안을 지우고, 최대 장점인 탈삼진 능력을 극대화하는 시즌이었다.
사이영상을 품에 안았던 만큼 승승장구의 길을 걸을 것만 같았던 스넬. 하지만 이듬해 23경기에 등판해 6승 8패 평균자책점 4.29로 추락하더니, 코로나19로 단축시즌이 열린 2020시즌에는 4승 2패 평균자책점 3.24로 다시 반등하는데 성공했다. 들쭉날쭉한 제구로 인해 기복이 심한 모습이었지만, 단축시즌에 좋은 모습을 보였던 만큼 선발진 보강을 희망하던 샌디에이고 파드리스가 트레이드를 통해 스넬을 영입했다.
하지만 샌디에이고에서도 스넬의 고질적인 문제는 지속됐다. 스넬은 이적 첫 시즌 27경기에서 7승 6패 평균자책점 4.20으로 아쉬움을 남겼으나, 2022시즌에는 8승 10패 평균자책점 3.38로 다시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던 중 스넬이 다시 한번 비상했다. 지난해 32경기에 나서 180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234삼진을 뽑아냈고, 14승 9패 평균자책점 2.25라는 매우 훌륭한 성적을 손에 넣었다. 스넬은 이번엔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 타이틀과 함께 두 번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게 된 스넬은 사이영상을 바탕으로 '잭팟' 계약을 노렸다. 하지만 스넬의 에이전트는 메이저리그 구단 사이에서는 '악명'이 높은 스캇 보라스. 보라스는 스넬의 몸값으로 터무니없는 계약을 요구하면서, 스넬에 대한 수요는 자연스럽게 줄어들었고, 결국 스프링캠프 일정이 시작될 때까지 행선지를 구하지 못했다. 특히 보스턴 레드삭스와 휴스턴 애스트로도 스넬에게 관심을 드러냈지만, 막상 계약서에 도장을 찍지는 못했다.
스넬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던 중 관심을 드러낸 구단이 있었다. 바로 샌프란시스코였다. 오타니 쇼헤이를 비롯해 야마모토 요시노부의 쟁탈전에서 모두 무릎을 꿇었던 샌프란시스코가 첫 번째 시즌이 종료된 후 새로운 계약과 행선지를 찾아볼 수 있는 '옵트아웃' 조항이 포함된 2년 6200만 달러의 계약(약 859억원)을 제안했고, 마침내 사이영상 수상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뒤늦게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이 공개됐다. 바로 다저스가 스넬의 영입을 추진했던 것.
구체적인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다저스는 이미 오타니와 야마모토 등 굵직한 자원들을 모두 영입했던 상황에서 스넬을 품에 안기 위해 움직였다. 존 헤이먼은 "이 노력을 다저스가 아직까지 쓸 돈이 남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만약 스넬까지 품에 안았다면, 더욱 완벽한 스토브리그를 보낼 수 있었던 다저스. 하지만 스넬과 계약을 맺지 못한 것이 현시점에서는 오히려 '운'이 따른 것처럼 보인다.
스프링캠프를 온전히 소화하지 못한 스넬은 다른 선수들과 달리 조금 늦은 시점에서 시즌을 시작했는데, 지난 4월 9일 첫 등판에서 워싱턴 내셔널스를 상대로 3이닝 3실점(3자책)을 기록했다. 분명 아쉬움이 남는 투구. 하지만 이는 악몽의 시작에 불과했다. 스넬은 탬파베이 레이스를 상대로 4이닝 7실점(7자책),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도 4⅔이닝 5실점(5자책)의 성적을 남기는 등 4월 3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11.57로 바닥을 찍었다.
스넬은 부상으로 인해 한동안 공백기를 갖게 됐고, 지난달 23일 마운드로 돌아왔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스넬은 복귀전에서 피츠버그 파이리츠를 상대로 3⅓이닝 4실점(4자책)으로 무너진데 이어 28일 필라델피아 필리스와 맞대결에서도 4이닝 4실점(3자책)으로 허덕인 결과 올해 5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10.42를 기록하고 있다.
현시점에서 샌프란시스코가 스넬을 영입한 것은 완벽한 '실패'라고 볼 수 있다. 다저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계약이 불발된 것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됐다. 다저스가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를 질주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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