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에는 챔피언스리그 DNA가 있다
잉글랜드 축구 클럽 맨체스터 시티는 막강한 중동 자본을 등에 업고 2010년대부터 자국 리그와 FA컵 등을 휩쓸었다. 그러나 축구 클럽 왕좌 자리로 통하는 유럽 챔피언스리그 (UCL) 정상만은 번번이 문턱에서 좌절했다. 지난해에 이르러서야 그 숙원을 풀었다. 그동안 페프 과르디올라 맨체스터 시티 감독은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왜냐면 마드리드가 늘 거기에 있잖아요.”
이 말이 단순한 공치사가 아니었다. 스페인 레알 마드리드는 2일(한국 시각)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그들이 가진 UCL 마법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마드리드는 이날 전반부터 상대팀 독일 도르트문트에 위력적인 슛을 허용하면서 끌려갔다. 후반 중반까지 골만은 내주지 않고 버티다가 후반 29분 다니 카르바할이 왼쪽에서 올라온 코너킥을 벼락 같은 헤딩 골로 연결했다. 후반 38분엔 수비수 사이에서 주드 밸링엄이 공을 가로챘고, 패스를 받은 비니시우스가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가볍게 ‘툭’ 차서 쐐기 골을 넣었다. 경기 내내 끌려다녔지만 막판 2골과 함께 2대0으로 승리하면서 또다시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통산 15번째 UCL 우승. 그 다음 많이 우승한 팀은 이탈리아 AC 밀란(7회), 독일 바이에른 뮌헨과 잉글랜드 리버풀(이상 6회) 순이다. 최근 들어 UCL 지배력이 더 강해져 2014년 이후 11년간 절반이 넘는 6번 빅이어(챔피언스리그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2000년 이후 이 기간 중 8번 UCL 결승에 진출했는데 모두 이겼다.
이날 마드리드 영광의 무대 주인공은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은퇴하겠다고 선언한 토니 크로스(34·독일)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빅이어를 5번(1번은 바이에른 뮌헨) 들어 올렸던 크로스는 고별 무대에서 공격 포인트(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6번째 UCL 우승이란 대미를 장식했다. 마드리드에서만 5번 우승을 거머쥔 크로스는 “늘 꿈꿔왔던 마지막이다. 완벽한 엔딩”이라고 했다.
카를로 안첼로티 레알 마드리드 감독 역시 5번째 UCL 우승을 지휘한 사령탑으로 기록을 자체 경신했다. 3번은 마드리드, 2번은 AC 밀란에서였다. 2위는 지네딘 지단 전 레알 마드리드 감독과 과르디올라 감독 등 3명의 3회다.
안첼로티 감독은 이날 경기 초반엔 2000년대생 브라질 듀오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와 호드리구를 원래 위치인 양 날개 대신 최전방에 내세우는 변칙 전술을 내세웠다. 그러나 잘 풀리지 않자 미드필더 주드 벨링엄을 맨 앞으로 전진 배치했다. 벨링엄이 가운데서 버텨주면서 좌우로 뿌려주는 패스로 진영을 흔들자 흐름이 바뀌었다. 안첼로티는 준결승에서도 빛나는 교체술로 독일 바이에른 뮌헨을 격파했다. 0-1로 밀리던 2차전 후반. 이대로 끝나면 4강에서 탈락하는 위기를 맞자 후반 36분 공격수 호셀루를 투입했다. UCL 토너먼트에서 1골도 넣지 못하던 호셀루는 후반 막판 2골을 몰아 넣으면서 2대1 역전승을 이끌었다.
도르트문트는 1997년 우승 이후 27년 만에 유럽 정상을 노렸으나 또 실패했다. 가장 아쉬웠던 선수는 계약 만료로 12년 동안 몸담았던 도르트문트를 떠나는 마르코 로이스(35·독일)였다. 로이스는 도르트문트 첫해였던 2013년에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에 머무른 바 있다. 재도전에 실패한 로이스는 종료 휘슬이 울린 뒤에도 한참이나 경기장 가운데에 앉아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를 일으켜 세운 건 크로스였다. 오랜 동료이자 적으로 숱한 경기를 치른 둘은 마지막 포옹을 길게 나누며 미래를 기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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