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창출은 도로公, 사회 통합은 석유公, 조직 운영은 부동산원 '으뜸'
우크라 전쟁에 에너지값 급등 등 여파
한전·가스공사·LH 등 20위 밑으로
산림복지진흥원, 준정부기관 중 1위
사회통합·일자리 부문서 높은 점수
[이데일리 윤종성 강신우 기자] 이데일리가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와 함께 처음 진행한 ‘공공기관 종합평가’에서 발·송전 설비 정비 전문회사인 한전KPS(051600)가 재무성과, 조직운영·관리 등에서 고르게 높은 점수를 획득해 공기업 1위에 올랐다. 2~5위는 강원랜드, 해양환경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부동산원이 차지했다.
준정부기관에선 한국산림복지진흥원, 한국산업인력공단, 한국관광공사,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도로교통공단이 ‘톱5’에 올랐다.
이번 ‘공공기관 종합평가’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을 통해 공공기관 339곳을 조사·분석해 정량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배점은 △일자리창출(4개·200점) △기회균등 및 사회통합(5개·200점) △재무성과(6개·300점) △조직운영·관리(2개·100점) 등 4개 부문에 걸쳐 17개 지표, 800점 만점으로 실시했다.
특히 재무 건전성을 강조하는 윤석열정부 기조에 맞춰 재무성과 부문의 배점을 높이고, 공기업,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 등 기관유형별로 순위를 매겼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대상인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의 공공기관 경영평가와 달리, 전체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평가했다.
올해 공공기관 종합평가에서 공기업 1위에 오른 한전KPS는 재무성과(1위, 296.9점), 조직운영·관리(6위, 64.06점), 일자리창출(10위, 173.4점)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800점 만점에 647.5점을 획득했다. 채무상환능력을 보여주는 이자보상비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244배로 공기업 중 가장 높았고, 지난해 영업이익률은 전년대비 3.9%포인트 개선된 13%를 기록하는 등 뛰어난 재무 성과를 보여줬다.
한전KPS 관계자는 “지난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전사적역량을 결집해 우수한 재무성과를 달성할 수 있었다”면서 “향후에도 원전수출, 해외화력, 신재생, 성능개선, 원전특화 등 정부 에너지정책에 발맞춘 5대 신성장사업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총점 646.6점을 획득한 강원랜드는 1점도 안 되는 근소한 차이로 공기업 2위에 올랐다. 강원랜드는 조직운영·관리(3위, 66.4점), 재무성과(4위, 277.2점), 기회균등 및 사회통합(6위, 121.9점) 부문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전년도 경영평가에서 미흡했던 부분을 개선한 것이 주효한 것 같다”면서 “국내외 복합 리조트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시설 투자 등을 통해 자생력을 높여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공기업 3~10위에는 △해양환경공단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부동산원 △한전KDN △한국가스기술공사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포진했다. 공기업 10위에 오른 한수원 관계자는 “지난해 원전 이용률이 8년내 최대를 기록하고, 고장정지율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낮아지는 등 글로벌 톱 수준의 원전 운영 실적을 보여준 것이 좋은 평가를 받은 배경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특정 공기업에 쏠림 없이 4대 부문의 최고 득점자가 모두 다른 점도 눈에 띈다. 각 200점이 배점된 일자리 창출과 기회균등 및 사회통합 부문에서는 한국도로공사(184.4점)와 한국석유공사(145.6점)가 최고 점수를 획득했다. 도로공사는 청년 인턴 채용, 청년 정규직 채용 등에서 좋은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공사는 한 해전 고용 실적이 저조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로 인해 장애인 채용, 고졸인력 채용, 비수도권 채용 등이 큰 폭 개선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300점이 부여된 재무성과 부문에서는 전체 1위에 오른 한전KPS가 최고점(296.9점)을 받았고, 조직운영·관리 부문(100점)에서는 한국부동산원이 최고점(76.9점)을 획득했다.
내로라하는 대형 공기업들의 낮은 순위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번 평가에서 한전과 가스공사는 각각 25위, 28위에 머물러 국내 최대 공기업이라는 명성에 못 미쳤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후로 급등한 에너지 가격을 요금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면서 영업이익률이 급감하고, 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채비율은 543.3%, 482.7%로 공기업 중 가장 높았다.
한전 관계자는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에 따른 요금인상 지연으로 재무실적이 좋지 않다”며 “국민부담을 고려한 최후의 수단으로서 최소한의 요금인상으로 누적 손실을 해소하고 경영정상화를 조기에 달성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스공사 관계자도 “그간 민생 안정을 위한 요금 인상 지연, 미수금 급증으로 어려운 재무 상황에 놓엿다”면서 “재무 건전성 회복을 위해 자구노력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부연했다.
신도시 주택건설로 인해 1년새 부채가 6조29000억원이 증가한 한국토지택공사(LH)도 22위에 그쳤다. 이밖에 주택도시보증공사, 한국석유공사, 한국광해광업공단, 대한석탄공사가 최하위권(29~32위)에 포진했다.
산림복지진흥원, 산인공 제치고 ‘준정부기관 1위‘로
준정부기관 순위에서는 한국산림복지진흥원(684.4점)이 한국산업인력공단(665.4점)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재무성과 부문에서 나란히 1위(산림복지진흥원, 281.6점)와 2위(한국산업인력공단, 275.0점)에 오른 두 준정부기관이 총점에서도 최고 순위에 오른 것이 눈길을 끈다. 전국16개소의 국립숲체원과 국립산림치유원 등을 운영하는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기회균등 및 사회통합(7위, 161.6점), 일자리 창출(10위, 182.3점) 부문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았다.
준정부기관 순위 3~10위에는 △한국관광공사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도로교통공단 △한국환경공단 △한국에너지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기술보증기금이 이름을 올렸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기업을 찾아가는 직업훈련 서비스로 패러다임을 바꿨다”면서 “앞으로도 일자리 관련 민생을 해결하는 생활 속 공공기관으로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전력거래소, 한국사회보장정보원, 국민연금공단, 근로복지공단,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국립공원공단, 한국고용정보원 등이 준정부기관 순위에서 하위권에 자리했다.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지난해 부채비율이 상승한 것은 회원사의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전력거래 증거금 예치에 따른 것”이라며 “재무위험과는 무관하다”고 부연했다.
윤종성 (jsyoo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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