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문제의 해법, '주거'가 킹핀(kingpin)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 2024. 6. 3.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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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품은 목소리⑪]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서울 도봉구 갑)
편집자 주
분기별 합계출산율이 0.6명대까지 떨어진 대한민국의 인구위기. 아이들과 함께 우리의 미래까지 사라지는 현실을 마주하며 그 해법을 찾는 데 온 사회가 골몰하고 있습니다. 저출산 인구위기를 극복하려 'Happy Birth K' 캠페인을 펼쳐온 CBS는 [미래를 품은 목소리] 연재 칼럼을 통해,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을 전합니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서울 도봉구 갑)

얼마 전에 아이를 낳아 본 입장에서, 저출산 문제가 볼링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저출산 문제는 볼링 핀 10개의 총합이고, 저출산 문제 해결은 볼링 핀 10개를 모두 다 넘어뜨려야 하는 미션이다. 저출산 문제는 10개의 볼링핀으로 비유되는 경제, 문화, 사회, 정치 등의 문제들이 얽혀서 생긴 문제이므로, 한 개의 볼링 핀만 넘어뜨린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의미다.

아쉽게도 우리 정치에는 솜씨 좋은 볼링 선수가 없는 모양이다. 너도나도 저출산 문제를 말하지만, 대한민국의 저출산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2024년 현재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합계출산율은 0.6명대로 예상되며, 여전히 끝을 모르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최악의 초저출산 국가로 분류된다. 대통령부터 국회의원, 지자체장까지 모든 정치인이 '저출산 문제 해결'을 화두로 들고나오는 것 치고는 대단히 초라한 성적이다.

22대 국회도 모양이 다르지 않다. 중진 의원부터 초선 의원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 방안을 들고나온다. 어떤 의원은 1호 법안으로 저출산 문제 해결 패키지를 꺼내기도 했다. 하지만 1~2개의 볼링핀 정도를 넘어뜨리는 것을 제외하면 우리 정치에서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한 완벽한 '스트라이크' 한 방은 없었다.

그런데 볼링에는 '킹핀(kingpin)'이 있다. 킹핀은 한 개의 볼링핀에 불과하지만, 볼링공이 킹 핀을 맞추면 그 킹핀은 다른 볼링핀을 넘어뜨려 스트라이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저출산 문제에도 킹핀의 존재가 있다면 그것은 주거 문제라고 본다. 청년세대가 겪는 주거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한다면 저출산을 유발하는 다른 핀들도 하나둘씩 넘어뜨릴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여러 연구 결과에서 주택 보유 여부와 합계출산율은 가장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가진다. 다시 말해 집을 가진 사람이 아이를 낳는다. 또한 단독주택이나 빌라, 아파트 등 여러 주거 형태에서 특히 아파트를 소유한 사람들의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것도 특기할 만한 사항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대출규제는 대단히 획일적으로 경직되어 있어 청년 세대가 집을 구매하기가 매우 어려운 구조다. 금융시장과 주거시장의 안정성을 가장 중시하기 때문인데, 문제는 그것이 당장 주택을 구매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가장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동시에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들에게 주택 구매거래 관련 세금의 경감이나 면제도 충분하게 제공하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거치면서 주택담보대출 상환 관련 규제의 경직성은 더욱 강화되었고, 청년들이 집을 사는 것은 달나라 이야기처럼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합계출산율이 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그야말로 놀부 심보다.
 

연합뉴스


우리보다 출산율이 높은 서방 고소득국가들에서는 대출규제를 적용하면서도 생애 최초 주택 구매자들이나 청년세대에게 한정해서 대출규제를 완화하거나 주택 구매거래 관련 세금부담을 크게 완화해주는 사례가 많다. 물론 금융시장과 주거시장의 안정성의 지키기 위해 대출규제의 적당한 유지는 불가피하지만, 대출규제 완화를 포함하여 청년세대를 위해 집을 사는 경제적 부담을 현저히 낮춰주어야 한다.

물론 신혼부부나 아이를 낳은 부부를 대상으로 한 각종 대출 지원제도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한참 부족하다. 앞서 아파트 소유자들의 출산율이 높았다는 사실을 지적했는데, 현재 신생아 출산 가구 및 신혼부부 대상 대출의 규모로는 서울에서 아파트를 살 수 없다. 현재 서울의 아파트 중간값은 9억원 정도이고, 아파트 공급감소와 임대차3법의 후유증으로 인해 전세 가격은 상승 국면이다. 그럼에도 신혼부부 주택구입자금 대출의 대출한도는 4억원 이내이며, 신생아 특례 전세대출의 규모는 3억원 이내다. 전세든 매매든 현재의 지원 정도로는 서울 아파트에 살기 어렵다는 소리다.

소득수준을 낮게 설정하여 대출을 제한하는 것도 개선해야 한다. 부부 합산 소득이 8500만원이 넘으면 주택구입자금 대출 지원에서 배제되는데, 현재의 물가수준이나 주택담보대출 상환 부담을 고려한다면 해당 부부들이 스스로 경제적 여유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이들을 여유 있는 부부라고 가정하더라도, 대출에서 배제된 이 부부는 1명을 낳더라도 2명은 낳지 않을 것이다. 서울에서 두 명의 자녀를 가진 부부가 8500만원의 소득으로 가정을 이끌어가긴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득수준이 일정 수준 이상인 신혼부부들에게 칼같이 대출을 못 받게 하는 시스템에서 지금의 출산율을 반전시킬 수 없다.

물론 주거 문제 해결이 저출산 문제의 '킹핀'이라고 하더라도, 주택 구매 대출규제 완화나 금융지원 등의 부작용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인플레이션 국면에서 대출로써 또 시중에 돈이 늘어나면 안 된다는 지적하거나, '집은 사는(buy) 것이 아니라 사는(live) 것'이라는 허무맹랑한 선전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저출산 문제가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문제이고, 주택의 소유 여부와 출산율이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연구결과가 버젓이 나와 있는 상황이라면 정치는 결단해야 한다.

지금보다 획기적인 주거 정책이 나와야 한다. 북유럽 국가 수준으로 획기적인 지원까진 아니더라도, 적어도 주거 문제 해결에 있어서만큼은 지금의 '찔끔찔끔식'의 지원 정책은 바꿔야 한다. 당장 우리 정치권이 저출산 문제 해결에 진심이라면, 당장 기존 정책수단인 국토교통부 산하 주택도시기금의 자본 규모부터 확충하는 정성을 보이거나, 기존의 대출 정책들의 규제를 훨씬 완화하는 성의 정도는 보일 수 있겠다.

볼링 경기에서 승리하려면 킹핀을 맞춤으로써 다른 볼링 핀을 모두 넘어뜨려야 한다. 마찬가지로 주거 문제 해결을 시작으로 출산을 꺼리게 하는 여러 문제도 쓰러뜨려야 저출산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수 있다. 실제로 주거 환경은 출산율에 영향을 주는 교육 및 교통 문제와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주거 문제라는 킹핀이 넘어가는 순간 우리 청년 세대가 겪는 문제들이 연쇄적으로 풀릴 것이라 확신한다. 이제 우리는 킹핀을 향해 볼링공을 던질 용기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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