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유 생산비 4.6% 증가…원유값 오르나

이민우 기자 2024. 6. 3.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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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진회, 11일 기본가격 첫 협상
용도별 차등가격제 따라 결정
농가 “생산비 증가만큼 올려야”
정부 “동결이나 최소 인상 중재”
지난해 우유 생산비가 전년보다 4.6%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면서 이달부터 원유 기본가격 협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사진은 한 목장에서 젖소를 사육하는 모습. 농민신문DB

2023년 우유 생산비가 전년보다 4%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생산자와 유업체 간 원유 기본가격 협상이 개시됐다.

낙농가들은 사료값 등 생산비가 인상된 만큼 원유값도 올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유업체는 고정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물가 상황을 고려해 원유값 상승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피력했다. 협상 결과가 어떻게 될지 관심이 쏠린다.

2023년 우유 생산비 4.6% 상승…젖소 마리당 순수익도 증가=통계청이 5월30일 발표한 ‘2023년 축산물생산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유 생산비는 1ℓ당 1003원으로 2022년(959원)보다 4.6% 증가했다.

지난해 우유 생산비가 늘어난 데는 사료비·자가노동비 상승이 영향을 끼쳤다. 통계청에 따르면 낙농용 배합사료값은 2022년 1㎏당 641원에서 2023년 669원으로 4.4% 올랐다. 같은 기간 한시간당 자가노동단가도 3.9% 상승했다.

이처럼 지난해 우유 생산비가 올랐지만 원유값도 상승하면서 순수익 지표는 전년보다 개선된 것으로 파악됐다. 2023년 젖소 1마리당 순수익은 173만1000원으로 2022년보다 13.2% 늘었다. 지난해 원유값은 2022년보다 8.8% 오른 1084원(음용유 기준)으로 결정된 바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원유값 증가로 순수익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이달 원유 기본가격 협상 개시…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 영향은?=지난해 생산비가 4% 이상 증가하면서 이달부터 생산자와 유업체(수요자)들은 원유 기본가격 협상을 시작한다.

낙농진흥회의 ‘원유의 사용 용도별 차등가격제 운영규정’에 따르면 원유값 조정 협상은 누적 생산비 변동폭이 ‘±4% 이상’이면 이사회 의결을 통해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낙진회는 11일 ‘협상 소위원회’를 소집해 첫 협상에 들어갈 예정이다. 소위원회는 생산자 3인, 수요자 3인, 낙진회 1인 등 7인으로 구성돼 있다. 형식상 이사회 의결을 거치지만 대개는 소위원회 결과가 별도 조정 없이 이사회 승인을 받기 때문에 사실상 소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셈이다.

올해는 지난해 도입된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에 따라 ‘음용유’와 ‘가공유’의 기본가격이 차등 결정된다. 음용유는 통계청이 발표한 생산비를 기준으로 하는 반면, 가공유는 경영비를 따진다.

또한 가공유 기본가격은 국제 경쟁가격과의 차액 등을 추가적으로 고려하도록 돼 있어 음용유보다 낮게 책정된다. 지난해 음용유는 1ℓ당 1084원, 가공유는 887원으로 결정됐다.

원유값 협상에서 소위원회 구성원들은 관련 규정에 따라 생산비가 4.6% 상승하고, 음용유 사용량이 2% 감소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또 생산비 상승분의 0∼60%인 1ℓ당 0∼26원을 원유값에 반영하는 범위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

특히 올해는 2025∼2026년 유업체가 구매하는 용도별 원유량을 조정하기 위한 협상도 동시에 열린다. 용도별 원유량 조정은 2년마다 이뤄지기 때문이다.

낙진회 관계자는 “지난해 음용유 생산 과잉량이 5%를 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면서 “올해 협상에선 음용유 구매량을 9112∼2만7337t 범위에서 감축하는 결정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생산자 “생산비 급등으로 원유값 인상해야”…정부 “물가안정이 우선”=농가들은 현장에서 체감하는 생산비가 통계청 발표 수치보다 높다며 원유값 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경기 양주의 한 낙농가는 “최근 수입 조사료값이 크게 올랐기 때문에 산지에선 원유값 상승폭이 생산비 증가분만큼은 올라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배정식 한국낙농육우협회 전무는 “용도별 차등가격제 도입으로 예전 만큼 생산비 반영이 안되기 때문에 농가들의 여건이 어려워졌다”며 “원유값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농림축산식품부는 물가인상을 우려해 원유 기본가격 인상을 최대한 억제한다는 방침이다. 농식품부 축산경영과 관계자는 “엄중한 물가 상황을 고려해 생산자·유업체와 협력해 원유 기본가격을 동결하거나 최소 수준에서 인상하도록 중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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