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협 공동퇴비제조장, 배출시설 보완 못하고 ‘발 동동’

대기환경보전법 규제 유예 연말 종료…현재 상황은
63곳 중 47곳이 ‘미신고’ 상태
저감시설 설치비 최소 10억원
사업중단 농·축협 속출 가능성
기준완화·예산증액 등 급선무

이미지투데이

‘대기환경보전법 시행규칙’이 개정되면서 지역 농·축협 공동퇴비제조장은 올해 안에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로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들 중 75%는 막대한 비용부담과 높은 충족 요건에 여전히 미신고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실과 부합하지 않는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전면 재검토하는 한편 저감시설 설치비를 확대 지원하는 등 가축분뇨의 원활한 처리와 퇴비 품질 개선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9년 5월 개정된 ‘대기환경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라 농·축협 공동퇴비제조장은 대기오염 배출시설에 편입됐다. 기존엔 화학비료 제조시설이 해당됐지만, 유기질비료 제조시설도 포함된 것이다. 법규에 따라 농·축협 공동퇴비제조장은 7개월 후인 올 연말까지 배출가스 저감시설을 설치한 뒤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를 완료해야 한다. 이때 ‘암모니아 30ppm 이하’라는 배출 허용기준도 충족해야 한다.

하지만 농협경제지주가 4월부터 5월 중순까지 농·축협 전체 공동퇴비제조장 63곳을 조사한 결과, 25%에 해당하는 16곳만이 저감시설을 설치하고 신고를 마친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47곳(75%)은 저감시설을 설치했지만 배출 허용기준을 충족하지 못했거나, 비용 부담이 커 저감시설 자체를 설치하지 못해 미신고 상태로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신고한 16곳에서도 기상 조건이나 가축분 상태 등에 따라 배출가스 측정치 편차가 커 배출기준 이내에서 해당 시설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현장에선 국내서 가장 현대화한 저감시설을 갖춘 모 공동퇴비제조장이 최근 자체 검사를 한 결과 암모니아 수치가 100ppm에 달했다는 얘기가 돈다.

농협경제지주는 배출가스 저감시설을 신고하는 데 필요한 비용이 최소 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밀폐시설을 갖추는 데만 2억원, 세정탑·덕트 등 배출가스 저감시설을 구비하는 데 최소 8억원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농·축협 공동퇴비제조장이 이러한 비용을 충당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농협경제지주에 따르면 공동퇴비제조장에선 한곳당 1200만원의 영업적자가 발생한다. 해당 사업은 수익사업이 아니라 농민 실익 제고를 위한 환원사업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 지역농협 관계자는 “최소 10억원의 비용 투자가 이뤄져야 하고, 설사 그렇게 했더라도 기준치 충족 여부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제주지역의 한 축협이 공동퇴비제조장 운영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사업 중단 사례가 전국적으로 속출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가축분뇨를 위탁 처리해 퇴비로 만든 물량은 224만2560t이다. 이중 26.8%에 해당하는 60만t을 농·축협에서 생산했다. 가축분뇨 처리에서 한축을 담당했던 농·축협 공동퇴비제조장 운영이 크게 줄어들면 분뇨 처리에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될뿐더러 퇴비 품질 또한 저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농협경제지주는 주무부처인 환경부에 대책 마련을 촉구하겠다는 입장이다. 우선 환경부가 추진 중인 ‘가축분퇴비 배출가스 저감시설 표준 연구’가 올해말 종료되는 만큼, 해당 시점에서 투자와 설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2026년말까지 2년간 유예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배출가스 허용기준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고, 저감시설 설치비 지원 예산을 증액하는 한편 공통퇴비제조장 운영비 보조 같은 정부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환경부 대기관리과 관계자는 “현장의 어려운 상황을 계속 확인하고 있고, 유예기한 연장이나 배출허용 기준 완화와 같은 요구사항에 대해서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