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정원] 사막과 구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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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세상을 떠돌며 사진 취재를 다니던 때, 지인들은 내게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어디에 있더냐"라고 묻곤 했다.
발목을 무겁게 잡아당기는 모래 위를 걷고, 땡볕 속에서 흘린 땀만큼 물을 마시고, 종국에는 사구에 올라 멍하니 바다처럼 펼쳐진 사막을 쳐다보는 것이 전부다.
그렇게 인간의 감성을 홀리는 사막은 영화의 주 무대가 되곤 했다.
그리고 반세기가 지나 요즘 사람들을 사막으로 향하게 하는 두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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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세상을 떠돌며 사진 취재를 다니던 때, 지인들은 내게 “가장 아름다운 풍경은 어디에 있더냐”라고 묻곤 했다. 필자 개인적으로는 사막이 좋았다. 모래바람이 만든 사구(모래언덕)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면 그야말로 ‘미니멀리즘(단순미를 강조하는 경향)’의 극치다. 하늘과 모래 두가지 색으로 이뤄진, 원근감은 사라지고 2차원처럼 보이는 사막의 세계는 단순하기 그지없다. 그래서 요즘은 찬란한 고대문명의 유적도, 쾌적한 리조트의 서비스도, 산해진미가 가득한 먹자골목도 없는 사막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아졌다. 발목을 무겁게 잡아당기는 모래 위를 걷고, 땡볕 속에서 흘린 땀만큼 물을 마시고, 종국에는 사구에 올라 멍하니 바다처럼 펼쳐진 사막을 쳐다보는 것이 전부다. 그럼에도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치 있는 시간을 보냈노라 이야기한다. 사막 풍경은 그래서 더욱 미스터리하다.
그렇게 인간의 감성을 홀리는 사막은 영화의 주 무대가 되곤 했다. 고전 ‘아라비아의 로렌스’를 기억하는 중장년층이 많을 것이다. 영화가 개봉한 60년대, 아직 한국에 중동 붐이 일기 전 아라비아는 그저 터번을 둘러쓴 아랍 무슬림들이 지배하는 땅 정도였지만 분명 로렌스가 말을 타고 질주하는 사막의 풍경에 매료됐을 것이다. 그리고 반세기가 지나 요즘 사람들을 사막으로 향하게 하는 두편의 영화가 개봉했다. 사막 행성 아라키스에서 벌어지는 제국과 원주민의 전쟁을 그린 ‘듄 파트2’와 핵전쟁 이후 황폐해진 사막에서 독재자들에게 항거하는 여성의 일대기를 그린 ‘퓨리오사, 매드맥스 사가’가 그것이다.
두 영화는 세계관도 장르적인 스타일도 확연히 다르지만 선명한 공통점이 있다. 바로 배경이 사막이라는 것과 주인공이 녹색의 땅으로 이끄는 구원자라는 점이다. ‘듄’의 주인공은 사막 행성의 원주민 프레멘을 이끌고 녹색의 행성으로 만들어준다는 예언을 실행하는 구원자 ‘리산 알 가입’으로 나온다. ‘매드맥스’의 여주인공 퓨리오사는 일부 사람들을 이끌고 녹색의 땅을 찾아 도피하지만 결국 민중들과 체제를 바꿔 녹색의 땅을 만드는 구원자를 선택한다. 사막은 일견 아름답지만, 녹색으로 가야 하는 가혹한 시련과 시험의 무대인 것이다. 어쩌면 주인공들은 압축적으로 액션을 선보이는 구원자로 묘사되지만, 실상 수천년을 이어 황무지를 녹색의 대지로 일군 농부의 모습일 것이다.
사막은 지구라는 행성의 자전과 공전·대기·지형 등이 만들어낸 다양한 기후의 산물이다. 아라비아와 사하라의 아열대 사막이나 고비와 타클라마칸처럼 고위도 사막도 지구 기후가 만든 그런 지역이다. 이런 사막 안에서도 사람들은 살아왔지만, 농사는 불가능했다. 20세기 들어 첨단의 기술을 동원해 사막 녹지화에 도전했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하고 오히려 기후변화로 사막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1세기 동안 지구 사막은 10% 이상 늘어났다. 녹색이 사라진 후에 인류의 구원자를 찾기보다는, 녹색을 지켜내고 기후 위기를 막아낼 지구의 구원자가 되는 것이 정답이다. 우리 모두가 농부가 돼야 할 이유다.
이상엽 사진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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