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무작정 올라탄 무궁화호 열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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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드판(LP)이 단순한 붐이 아니라 고정적인 판매로 이어지자, 몇몇 가수들의 음반이 세트로 나와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김현철이다.
그는 1989년 데뷔해 새로운 사운드를 구사하며 한국 가요계가 질적 향상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때 고교 시절부터 재즈 음악을 들으며 외국 음악을 몸으로 체득해 데뷔한 인물이 있었는데 바로 김현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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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코드판(LP)이 단순한 붐이 아니라 고정적인 판매로 이어지자, 몇몇 가수들의 음반이 세트로 나와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김현철이다. 그는 1989년 데뷔해 새로운 사운드를 구사하며 한국 가요계가 질적 향상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1980년대 후반 가요계는 변화의 시기였다. 당시는 일반인의 해외여행이 막 가능해진 시기로 점차 재즈·팝·클래식 등 음악감상의 기회도 확장됐다.
이때 고교 시절부터 재즈 음악을 들으며 외국 음악을 몸으로 체득해 데뷔한 인물이 있었는데 바로 김현철이었다. 특히 그는 재즈와 브라질의 삼바를 절충한 보사노바 음악에 심취해 있었고 그런 리듬과 멜로디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1집이었다.
1집 수록곡 중 초기에는 ‘오랜만에’ ‘동네’ 같은 노래들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곡들은 보사노바의 듣기 편한 사운드로 이전 멜로디와 가수의 가창력이 중심이 되는 트로트나 발라드와는 달리 미국적인 화성을 많이 쓴 퓨전 재즈적인 곡들이었다.
또한 ‘춘천 가는 기차’도 히트하면서 젊은이들이 노랫말을 따라하는 바람에 웃지 못할 해프닝이 생기기도 했다.
“조금은 지쳐 있었나 봐 쫓기는 듯한 내 생활/ 아무 계획도 없이 무작정 몸을 부대어보며/ 힘들게 올라탄 기차는 어딘고 하니 춘천행/ 지난 일이 생각나 차라리 혼자도 좋겠네.”
이 곡은 김현철이 1988년 5월5일 재수생이던 시절 춘천행 무궁화호 열차에 탄 경험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당시 이 노래를 듣고 청춘 남녀들이 무궁화호를 탄 일이 많았다. 그런데 대부분 춘천까지 못 가고 돌아와 혀를 차는 일이 많았다. 열차가 모든 역에 서는 바람에 너무 지루했기 때문이었다.
훗날 김현철은 인터뷰에서 당시 본인도 여자친구와 강촌역에서 내려 놀다가 돌아왔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다. 춘천 가는 기차를 탔다는 것이지 가사 어디에도 춘천에 갔다는 말은 없다”고 밝혔다.
케이팝(K-Pop)이 세계를 뒤흔들고 있지만 대부분 노래의 수명은 3개월을 넘지 못하고, 기획사 연습생들의 90%는 데뷔하지 못한다. 음악이라기보다는 상품에 가깝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든 진정성은 당시에는 판단하기 어렵고 훗날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김현철의 LP가 최근 다시 주목받는 이유는 분명 사람들이 그의 음악에 대한 향수뿐 아니라 뛰어난 진정성·음악성을 느끼기 때문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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