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1923년 무솔리니의 파시즘과 페미니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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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5월 19일 국제여성연맹(IAW)의 전신인 국제여성참정권연맹(IWSA) 제9차 회의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렸다.
세계 각국 1,000여 명의 대표단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역대 최대 규모의 여성참정권 행사장 연단에는 한 해 전 '검은셔츠단'의 로마 진군 쿠데타로 권력을 쥔 '국가파시스트당' 수장 베니토 무솔리니도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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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년 5월 19일 국제여성연맹(IAW)의 전신인 국제여성참정권연맹(IWSA) 제9차 회의가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렸다. 세계 각국 1,000여 명의 대표단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역대 최대 규모의 여성참정권 행사장 연단에는 한 해 전 ‘검은셔츠단’의 로마 진군 쿠데타로 권력을 쥔 ‘국가파시스트당’ 수장 베니토 무솔리니도 앉아 있었다.
애국적 여성의 핵심 사명은 아이를 낳아 군인으로 키우는 것이라던 파시즘 정당 이념하에 교육과 취업 등 모든 면에서 여성을 차별하고 당연히 여성참정권에도 반대하던 무솔리니였지만, 대규모 국제 행사의 정권 홍보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그는 연맹 회장 캐리 채프먼 캣(Carrie Chapman Catt)에게 파시스트 경호원을 제공하기도 했다.
앞서 열린 회의에서 프랑스와 독일 대표단이 1923년 대회 주제를 ‘평화’로 정하자고 제의했다가 이탈리아 대표단 반대로 무산된 바 있었다. 개회식에서 캣 회장은 무솔리니에게 “당신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정치인입니다. 사람들은 당신이 질서와 단결, 애국심, 더 나은 문명을 대변한다고 말합니다. 그건 우리의 이상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세계 모든 문명 정부에 우리의 요구를 지지해줄 것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당신의 정부에도 같은 것을 요청합니다”라고 말했다. 무솔리니는 “나는 파시스트 정부가 일부 여성 계층의 참정권을 지방선거에 우선 부여하고, 점차 전국 선거로 확대할 것을 약속할 수 있다고 말할 권한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답했다.
실제로 그는 그해 6월 3일 지방선거에 한해 여성 투표권을 부여했고, 2년 뒤 자유선거 자체를 전면 폐지함으로서 앞선 조치를 무효화했다. 이탈리아 여성참정권은 1945년 4월 레지스탕스 임시정부에 의해 도입됐다.
최윤필 기자 proos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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