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력수급계획 이행 ‘원전 폐기물’ 대책부터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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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가 원자력발전소 4기를 새로 짓는 청사진을 내놨다.
하지만 신규 원전이 능사는 아니다.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 중인 원전 내부는 현재 포화상태다.
무엇보다 영구처분장 입지 확보가 전제돼야 기존 원전 가동과 11차 전력기본계획 실행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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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폐장은 하세월, 미래세대에 부담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가 원자력발전소 4기를 새로 짓는 청사진을 내놨다. 지난달 3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제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2024~2038년)에서다. 핵심은 대형 3기(1.4GW급)와 소형모듈원자로(SMR) 1기 건설을 통해 원자력 발전 비중을 23.4%에서 35.6%로 높이는 것이다. 원전 신규 건설은 2015년 이후 9년 만이다. 신재생에너지 비율은 지난해 7.5%에서 2038년 32.9%로 늘린다. 윤석열 정부의 원전 확대 기조와 ‘탄소중립’을 동시에 반영했다는 평가다. 에너지 설비 확대는 최대 전력수요가 지난해 98.3GW에서 2038년 129.3GW로 30% 증가한다는 예측에 따른 것이다.
첨단 산업단지 건설과 인공지능(AI) 확대로 전기 사용량 증가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신규 원전이 능사는 아니다. 입지 선정을 둘러싼 갈등 뿐만 아니라 방사성폐기물 처리까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쟁점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비수도권이 핵발전에 따른 위험과 사용후핵연료를 머리에 이고 살아가는 현실은 원전에 대한 거부감을 키운다.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26기는 모두 영남·호남·강원권에 있다. 현재 건설 중인 새울 3·4호기와 신한울 3·4호기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정부 시절 결정된 영덕 천지 1·2호기와 삼척 대진 1·2호기 건설 역시 극심한 진통을 겪다 문재인 정부 시절 백지화됐다. 정부가 야당을 설득할 수 있느냐는 또 다른 변수다. 전력수급계획은 공청회와 국회 보고를 거쳐 확정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친원전’ 정책에 동의할 가능성은 적다.
전력망 구축은 원전 건설 만큼 어려운 난제다. 장래 전력수요 증가분 중 10GW 이상은 경기도 용인·평택의 반도체단지가 차지한다. 서·남·동해안에서 생산된 전기를 경기도에 공급하려면 수 조원을 들여 장거리 송전탑을 세워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수도권 눈치 보느라 “전기 소비처에 원전을 건설하라”는 지역 요구를 수십 년간 무시해왔다. 정치권이 사용후핵연료 대책을 세우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에 가깝다. 방사성 폐기물을 보관 중인 원전 내부는 현재 포화상태다. 새 저장소를 짓지 않으면 2032년까지 한빛·한울·고리원전이 차례로 문 닫을 판이다. 영구처분시설과 중간저장시설을 마련하기 위해 발의된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은 20대에 이어 21대 국회에서도 폐기됐다. 미래세대에 부담을 떠넘기는 행태다. 최근 해체 작업이 시작된 고리1호기 사용후핵연료조차 지금은 보관할 장소가 없다.
신규 원전은 주민 수용성 확보 없이는 불가능하다. 정부가 전력수요에 맞춰 선제적 대응을 하는 건 당연하지만 지역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무엇보다 영구처분장 입지 확보가 전제돼야 기존 원전 가동과 11차 전력기본계획 실행이 가능하다. 청정 에너지원 확보에도 속도를 내야 할 때다. 독일·영국의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이미 40%를 넘었다. 우리나라는 7%대로 OECD 평균 30%보다 한참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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