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수의 그림산책] ‘꽃피는 부산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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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안리에 있는 '미광화랑'은 화랑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 진면목을 보여주는 가장 모범적인 곳이다.
그런 면에서 늘 서울 미술계를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는 부산의 여느 화랑들보다 훨씬 소중한 곳이다.
그의 이런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길 바라며, 대구 광주 인천 전주 대전 등 다른 지역에서도 미광화랑의 노력과 같은 열정이 이어져 한국 근대 미술이 전국적으로 고루 관심을 받고 발전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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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광안리에 있는 ‘미광화랑’은 화랑의 역할이 무엇인지 그 진면목을 보여주는 가장 모범적인 곳이다. 화랑 주인 김기봉 관장은 전국의 어떤 화랑보다도 한국 미술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집념의 인물이기도 하다. 특히 지역 문화를 보존하고 되살린다는 면에 있어서는 그 누구도 따르지 못할 사명감을 가진 분이다. 그런 면에서 늘 서울 미술계를 해바라기처럼 바라보는 부산의 여느 화랑들보다 훨씬 소중한 곳이다. 서울에 있는 화랑과 별 차이 없는 화랑들은 훗날 사라져도 다른 사람이 계승해 운영할 수 있지만 미광화랑이 없어지면 그를 이어서 같은 길을 걷기란 거의 어렵기 때문이다. 그만큼 지역 근대미술 전시를 이루어내기 어렵다.
그동안 좋은 전시를 많이 했지만 가장 훌륭한 일은 올해 열한 번째 계속되는 ‘꽃피는 부산항’이란 전시이다. 이 전시는 근대기 이후 주로 부산 인근에서 활동한 작가들을 조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 회에 30여 점씩 선보였으니 그동안 전시한 작품만 해도 대략 300점이 훌쩍 넘는다. 한 지역에서 제작된 작품으로서는 적은 양이 아니다. 이를 모두 한 곳에서 거둘 수 있었다면 좋은 ‘부산근대미술관’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부질없는 희망일 뿐, 미술품 유통 상 쉬운 일은 아니다. 여하튼 이 전시는 부산 미술계뿐만 아니라 한국 근대미술계도 많은 빚을 지고 있는 중요한 전시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미광화랑의 ‘꽃피는 부산항’ 덕분에 이미 전국구 화가였던 김경 김종식 송혜수 양달석 전혁림 뿐만 아니라 주로 부산지역에서만 알려졌던 서성찬 임호 김윤민 김남배 오영재 우신출 조동벽 등의 화가도 재조명 할 수 있게 되었다. 그의 이런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길 바라며, 대구 광주 인천 전주 대전 등 다른 지역에서도 미광화랑의 노력과 같은 열정이 이어져 한국 근대 미술이 전국적으로 고루 관심을 받고 발전하기를 바란다.
또한 지역 국공립미술관도 주로 서울에서 활동한 작가들보다는 자신들의 고장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에 대한 연구와 전시에 보다 많은 힘을 기울여 주었으면 좋겠다.
올해 전시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서양화가 김남배(金南倍, 1908~1980)의 1958년 작품 ‘구두닦이’이다. 김남배는 일제강점기 조선미술전람회에서 활동한 부산미술 1세대에 속하는 화가이다. 이 작품은 6·25전쟁 후의 피폐한 삶을 보여주는 현실적인 그림이다. 전후 시장 통에 내몰려 일해야만 했던 아이들의 모습을 그렸다. 전쟁이 끝났다고 해서 부산 시민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전쟁으로 인해 많은 일터가 사라진데다 물자가 부족하여 시민은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아이들도 공부할 겨를도 없이 구두 통이라도 들고 나서야 했다. 전쟁의 후유증이 국민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여실히 보여주는 애절한 작품이다.
‘꽃피는 부산항’이 계속되지 않았으면 이런 작품이 빛을 보지 못했을 것이다. ‘꽃피는 부산항’의 무한한 발전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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