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쑥 튀어나온 보행자 감지해 차량내 경고… 운전자 88% ‘감속’

송유근 기자 2024. 6. 3.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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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ech와 함께 안전운전] 〈6〉 車-사물간 통신 V2X 경고 시스템
스마트폰 센서-첨단 CCTV 연동… 도로상황 AI로 분석 실시간 경고
보행자에게도 ‘車충돌 주의’ 알림
美 “연간 최대 1300여명 생명 구해”
동시에 차량 운전자 휴대전화 화면엔 ‘보행자 접근 주의’를 경고하는 알림이 울렸다. 세종=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보행자 접근 주의.”

지난달 23일 오후 세종시 나성초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 인근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던 기자의 휴대전화에 경고 메시지가 떴다. 실제로 초등학교 정문 앞에서 보행자들이 건널목을 건너고 있었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위치·동작 센서와 도로에 설치된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 폐쇄회로(CC)TV로 감지한 도로 상황을 결합해 충돌 위험을 알려준 것. 교차로 맞은편에서 오토바이가 빠르게 달려오자 역시 충돌 위험을 알리는 알림이 떴다.

모바일 기반 차량·사물 간 통신(V2X) 기술을 활용한 이 경고 시스템은 신호등이 없거나 사각지대가 많은 골목길에서 더 쓸 만했다. 나성초를 에워싼 좁은 도로에서 보행자가 신호등이 없는 건널목을 건너려 차도로 달려 나오자 어김없이 주의 알림이 떴다. 맨눈으로 보행자를 확인하기 어려운 밤길이나 빗길에서 특히 도움이 될 거란 기대가 들었다.

●CCTV-휴대전화 연동해 ‘충돌 위험’ 경고

지난달 23일 세종시 나성초교 인근에서 보행자가 도로를 건너려고 하자 ‘차량 충돌 주의’ 경고 알림이 보행자 휴대전화에 울리고 있다. 세종=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사람의 눈과 귀가 감지할 수 없는 위험을 빠르게 파악하도록 충돌 방지 시스템을 갖춘 자동차가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에 달린 센서도 장애물에 갈리는 등 물리적 인식 범위를 벗어나면 소용이 없는데, 바로 이때 V2X 기술이 소머즈(청력이 발달한 미국 드라마 속 슈퍼우먼)처럼 도움이 될 거란 기대를 받고 있다. 자동차 센서뿐 아니라 보행자와 운전자의 휴대전화와 CCTV로 입수한 정보까지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해 다소 먼 거리의 사고 위험까지 실시간으로 예고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기자가 V2X 기술을 활용한 LG전자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교통안전 알리미’를 설치하고 세종시 일대를 운전해 보니, 어린이통학버스(스쿨버스)에서 아이들이 타고 내리면 ‘스쿨버스 승하차 중’이란 알림을 띄워주는 등 도로 상황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앱은 신호등이 청신호로 바뀌기까지 몇 초가 남았는지 계산해 띄워주기도 했다.

운전자뿐 아니라 보행자나 자전거 운전자도 마찬가지 알림을 받을 수 있었다. 앱을 설치하고 건널목을 건너려 할 때 코너에서 한 차량이 방향을 전환해 보행자 쪽으로 향하자 ‘차량 충돌 주의’ 알림이 울렸다. 게다가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하는 경우에는 “무단횡단 위험해요”라는 알림과 진동이 울려 경각심을 높였다.

●“이용자 10명 중 7명이 즉각 대처”

기존엔 V2X를 활용하려면 전용기기가 필요했지만 이 앱은 스마트폰만 있어도 작동한다. 스마트폰에 탑재된 관성측정장치(IMU)나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등 위치·동작센서가 이용자의 위치와 방향 및 속도를 감지한 뒤, 이를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5세대(5G) 등 통신망을 거쳐 클라우드 서버에서 다른 운전자 및 보행자에게 전달하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개인정보 유출 우려를 막기 위해 수집된 정보는 모두 익명 처리돼 전달된다.

여기에 최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있는 ‘차세대 지능형 교통 시스템(C-ITS)’과 연동하면 교차로에 설치된 스마트 CCTV가 추출한 도로 상황까지 받아볼 수 있다. 멀리 있는 자동차나 보행자의 움직임까지 원격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 실증사업에서는 앱을 통해 주의·경고 알림을 받은 사람 대부분이 즉각 속도를 줄이는 등 사고 위험에 대처할 수 있었다. 2022년 12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서울 강서구의 스쿨존 3곳에서 실증사업을 한 결과 총 1만3051건의 알림 중 9547건(73.2%)에 대해 이용자가 반응한 것. 69%의 보행자와 88%의 운전자는 감속했으며, 보행자 31%는 걸어가던 방향을 바꿨다. 인구의 3분의 1 정도가 65세 이상 고령자인 강원 강릉시 성산면에서도 올 3∼5월 실증사업에서 비슷한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달엔 신호 변경 시간과 무단횡단 경고만 표시해도 무단횡단을 93%까지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부·지자체 인프라와 연동하면 효과 더 커

이러한 효과 때문에 정부가 V2X 보급을 지원하는 나라도 있다. 미국 교통부는 2016년 ‘V2X 기술의 일부만 활용해도 매년 약 44만∼62만 건의 충돌을 방지하고 987∼1366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미국 교통부는 지난해 10월 V2X 기술 확산을 위한 보조금 4000만 달러(약 553억 원)를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V2X 기술이 널리 쓰이려면 정부와 지자체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다른 보행자나 운전자의 스마트폰 GPS 및 관성센서 정보를 받아보려면 그 사람도 앱을 설치하고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정부와 지자체가 도로에 설치한 AI CCTV만으로 이들의 이동 정보를 감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달에는 경기 안양시, 수원시 등 14개 지자체가 KT와 함께 V2X와, C-ITS 기술 등을 접목한 자율주행버스 ‘주야로’의 시범 운행을 시작하기도 했다.

교통안전 알리미 앱 개발을 담당하는 김학성 LG전자 연구위원은 “모바일 기반 V2X 기술은 평균 0.05초 내에 발생한 실시간 정보를 알려주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사고 여부가 결정되는 도로 위에서 큰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동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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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장 송유근 사회부 기자 bi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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