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혁신과 변화의 실마리, “답은 내 안에 있다”
포토보이스 워크숍 통해
실패를 관찰, 숙고, 공유해 재구성
두려움 없애고 유용한 지식 발굴
올해로 설립 3주년을 맞이한 KAIST 실패연구소는 실패에 대한 인식 개선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런데 어려서부터 성공 지향적인 문화를 내면화해 온 KAIST 학생들에게 ‘실패해도 괜찮다’ ‘실패를 공유하자’란 메시지를 전파하는 캠페인은 큰 효과가 없었다. 이에 실패연구소는 접근 방식을 바꿔 참여자가 사진으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포토보이스’ 방식을 활용한 워크숍을 진행했다. 연구 참여자를 모집한 후 그들에게 학교 생활 중 실패를 경험하거나 실패감을 떠올리는 순간을 사진으로 촬영해 상황에 대한 설명과 함께 제출하도록 했다. 그 후 집단 워크숍을 통해 본인이 포착한 실패의 순간을 설명하고 그 과정에서 발견한 이슈를 토론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핵심이었다. KAIST 실패연구소가 포토보이스 프로그램을 통해 얻은 교훈은 무엇일까? DBR(동아비즈니스리뷰) 5월 2호(393호)에 소개된 KAIST 실패연구소의 경험과 성과를 요약해 소개한다.
● 실패를 구체적으로 관찰
이에 실패연구소는 포토보이스 참여자들에게 일상에서 일어나는 실패를 의도적으로 관찰하도록 주문했다. 이를 통해 참여자들은 본인의 삶에서 포착한 생생한 사례로부터 실패의 다양한 맥락과 스펙트럼을 인식하게 됐다. 실패를 탈락이나 파산과 같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로 생각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던 학생들은 단순 실수나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처럼 개선할 수 있거나 해결 가능한 실패가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난다는 점을 확인했다. 모든 실패가 부정적이지도 않았다. 코딩 에러 사진을 제출한 한 학생은 “이 과제에서 무수히 많은 에러 메시지를 받았다. 수정해야 할 것을 알려준다는 점에서 이것은 고마운 실패다. 어떤 면에서 가장 해결하기 쉬운 실패이기도 하다”란 메모를 남겼다.
● 심리적 안전감 조성
더 나아가 실패연구소는 포토보이스 참여자들에게 그들의 솔직하고 적극적인 참여가 곧 학교와 구성원들을 돕는 일임을 강조했다. 자신의 실패를 기록하고 공유하는 데 이타적인 목적을 부여함으로써 학생들로 하여금 실패의 교훈과 메시지를 한 번 더 고민하게 만들었다. 학생들은 특히 각자가 찍은 사진을 공유하는 데 가장 큰 관심과 흥미를 보였다. 같은 학교에서 비슷한 과정 중에 있는 다른 학생들의 실패를 엿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실패연구소는 참여자들이 심리적으로 안전하고 편안한 상황에서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다. 이를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할 것’ ‘이 프로젝트에는 옳고 그름이 없음’ ‘이 프로젝트에는 실패에 대한 고정된 정의가 없음’ ‘다양한 관점, 다양한 해석이 권장됨’ 등의 프로그램 원칙을 공유했다.
● 경험의 숙고로부터 배워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명언을 당연하게 여겨온 우리는 ‘실패에서 배운다’는 말을 성공에 밑거름이 되는 무언가를 얻는 일이라고 으레 생각한다. 그런데 포토보이스 참여자들이 실패를 관찰하고 공유하며 ‘배웠다’고 보고한 것들은 성공을 향한 피드백 이상의 것이었다. 우리 삶에서 실패라고 불리는 일들이 얼마나 다양하고 상대적인지와 더불어 실패를 어떻게 바라보는 것이 더 건강한 방식인지를 깨달았다. 또 스스로가 어떤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고, 주로 어떤 순간에 실패감을 느끼는지, 삶에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더 나아가 실패에 관한 생각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일(공부)을 계속하는지를 재확인하게 만들었다. 자신에게 중요한 목표가 무엇인지를 다시 상기하자, 나머지 문제들은 사소해지거나 감수해야 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학생들은 남이 정해준 정답을 좇으려 하는 것이 오히려 자기에게 맞는 해답을 찾는 것을 방해하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기업 조직도 마찬가지다. 빠르고 불확실한 환경에 대응하는 변화와 혁신의 실마리는 외부의 전문가나 성공 사례보다 내부 구성원들의 시도와 경험 속에 있을 확률이 높다. 조직과 구성원들의 다양한 경험과 생각 속에서 유용한 교훈과 의미를 발견하고, 그 발견을 통해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 낼 때 조직과 그 안의 개인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안혜정 KAIST 실패연구소 연구조교수 vividynamic@kaist.ac.kr
정리=배미정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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