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1.5배 넓이로 장비 펼쳐 해저 탐사
무게 6862t 규모의 탐사연구선… 반사파 활용해 자원 위치 파악
2호보다 탐사 영역 더 넓어져… 이달 중으로 첫 임무 수행 예정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장소 살펴… 내년엔 태평양 희토류 매장 확인
‘바다 위 첨단 연구소’로 불리는 탐해 3호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KIGAM)의 새로운 물리탐사연구선이다. 5월 31일 취항식을 완료한 탐해 3호는 1996년부터 27년간 해저자원탐사 임무를 수행하고 퇴역한 탐해 2호의 후임 격이다. 탐해 2호와 비교해 배의 총길이는 62m에서 92m로, 무게는 2085t에서 6862t으로 규모가 대폭 커졌다. 건조 비용은 1678억 원에 달한다.
짧은 사다리를 타고 탐해 3호에 승선하자 새로 칠한 페인트 냄새가 났다. 간단한 안전교육과 설명을 들은 뒤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배를 둘러보기 시작하자 거대한 릴에 말려 있는 케이블이 눈에 들어왔다. 해양탐사를 위한 핵심 장비 ‘스트리머’가 말려 있는 것이다.
● “거대한 붓 끌고 다니며 탐사 영역 색칠”
탄성파 탐사장비는 강력한 공기 압력을 가해 파동을 만드는 에어건(음원)과 스트리머로 이뤄졌다. 스트리머는 파동을 기록하는 장치인 수진기가 일정한 간격으로 달린 긴 줄이다. 탐해 3호는 스트리머를 진행 방향 뒤쪽으로 길게 늘어뜨리고 5노트(시속 약 9km) 속도로 자동 운항한다. 25m 이동할 때마다 수심 6m에서 에어건을 쏘며 해저를 탐사한다.
케이블 하나의 길이가 6km에 달하는 탐해 3호의 스트리머 케이블은 배 뒤편에 있는 거대한 릴에 말려 있었다. 탐해 3호의 스트리머는 총 8개로 탐사 표준인 100m 간격으로 전개하면 너비가 700m에 달한다. 스트리머를 모두 전개하는 데만 수일이 걸린다. 이동하면서 700m의 절반인 350m 너비의 해저 지질정보를 규명한다.
최윤석 지질연 해저지질탐사연구센터장은 “여의도 면적의 1.5배에 해당하는 넓이의 붓을 끌고 다니며 탐사 영역을 색칠하는 셈”이라고 묘사했다. 탐해 3호의 선배 격인 탐해 2호의 탄성파 탐사장비는 3km 길이의 스트리머가 2개에 불과했다.
갑판에 있는 컨테이너에는 해저면 노드형 수진기(OBN) 400대도 보관되어 있었다. 이동하면서 넓은 범위를 탐사하는 대신 특정 지역에 깔아두고 시간에 따른 땅속 변화를 파악할 수 있는 장비다. 이 밖에 배 측면에 설치된 토양 시료 채취 장비, 선두 밑판에 장착돼 해저 지형을 파악하는 다중빔 측심기 등이 탐해 3호에 탑재됐다. 지질연은 “탐해 3호는 탐사장비 비율이 50% 수준으로 다른 종합연구선과 비교해 월등히 높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 첫 임무는 이산화탄소 지중 저장 후보지 탐색
탐해 3호는 4m 높이의 파도에도 안정적으로 탐사가 가능하고 내빙 기능이 있어 한반도 주변뿐 아니라 전 세계 대양, 극지에서도 석유·가스 등 해저 자원 탐사를 수행할 수 있다. 특히 최근 태평양 공해상에 해저 희토류 자원이 발견돼 2025년 태평양 전역의 희토류 매장 정보를 확보하고 정밀탐사 후보지 선정에 나설 계획이다. 또 해저 지질도를 작성하고 해저 지질재해 가능성을 탐구할 수도 있다.
탐해 3호는 첫 임무로 6월부터 서해 군산분지에서 이산화탄소 포집·저장(CCS) 후보 지역을 탐사한다. CCS는 탄소 중립을 실현하기 위해 기후변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땅속에 저장하는 기술이다. 탐해 3호는 해저 공간에 이산화탄소 저장이 제대로 되는지 모니터링하며 적절한 후보지를 탐색할 예정이다.
탐해 3호의 데이터 품질은 현역 물리탐사연구선 중 최고다. 뛰어난 스펙 덕분에 국제적으로 주목을 많이 받고 있다. 김병엽 지질연 해저지질에너지연구본부장은 “석유 회사에서 협력 요청이 많이 오고 미국 지질조사국(UGSG)에서도 제안이 왔었다”며 “탐해 3호는 연구 목적으로 만들어진 배이기 때문에 연구 과제를 우선순위로 하고 여유와 예산이 확보되면 국제 공동연구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이병구 동아사이언스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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